[김선미의 세상읽기] 개발공약, 누구를 위한 이익인가?
[김선미의 세상읽기] 개발공약, 누구를 위한 이익인가?
  • 김선미 언론인
  • 승인 2018.04.27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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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언론인

[굿모닝충청 김선미 언론인] 보문산에 100층짜리 초고층 타워가 들어서면 대전에 관광객이 바글바글 들끓어 지역 경제가 살아날까? 용적률과 건폐율을 완화해 도심 곳곳에 초고층 빌딩을 짓도록 하고 공원과 녹지를 파헤쳐 아파트를 지으면 지역 경제가 활성화 되고 일자리가 마구마구 늘어날까?

영화 같은 데서 보면 술잔을 피라미드같이 층층이 쌓아 놓고 맨 꼭대기의 잔에 샴페인 혹은 맥주를 부으면 제일 꼭대기의 잔을 가득 채운 술이 흘러넘쳐 맨 아래 잔까지 가득 차는 마술 같은 장면이 등장 할 때가 있다. 당연히 파티 참석자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다 함께 술잔을 부딪치며 즐긴다.

현실에서도 이런 일이 가능할까. 꼭대기에서 물을 부으면 제일 위의 컵부터 흘러넘친 물이 맨 아래 컵에 까지 자연스럽게 내려간다는 이른바 낙수효과(落水效果), 트리클다운 이코노믹(trickle-down economics) 이론이다. 대기업, 재벌, 고소득층 등 선도 부문의 성과가 늘어나면 그 과실이 아래로 흘러 즉 아랫목이 뜨끈뜨끈 해지면 윗목까지 따뜻해진다는 낙수효과는 우리사회가 고속 성장하던 시절에는 꽤나 설득력 있는 이론이었다.

하지만 자본주의와 소득 불평등을 연구한 《21세기 자본》의 저자 프랑스의 경제학자 피케티는 미국이 80년대 초반부터 신자유주의 낙수 효과를 채택한 이후 오히려 소득격차는 심화되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IMF 에서도 낙수효과는커녕 상위 20%의 소득이 늘면 오히려 경제성장률이 하락하고 하위 20%의 소득이 상승하면, 경제성장률은 증가했다는 정례보고서가 나왔다.

낙수효과 이론이 팽배했을 때도 한편에서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허구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어쨌거나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며 낙수효과는 실체가 없는 이론으로 전락하고 있다. 신화로써의 효력이 다한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사회 일각에서는 여전히 이와 비슷한 신화가 계속되고 있다. 토건개발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다.

드디어 6.13 지방선거에 참여하는 무주공산 대전시장 후보 대진표가 확정됐다. 더불어민주당 허태정, 자유한국당 박성효, 바른미래당 남충희, 정의당 김윤기 후보간 4파전 구도로 치르게 됐다. 각 후보 진영은 본선 준비에 박차를 가하며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한 각종 공약을 내걸고 있다. 본격적인 공약발표는 이제부터 시작이겠지만 지금까지 쏟아낸 공약만으로도 각 후보들이 어디에 초점을 두고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대다수 후보들에게 삶의 질 향상,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는 화두다. 하지만 접근방법은 제각각이다. "토건사업으로 지역의 경제를 살리던 시절은 흘러간 꿈"이라고 일갈한 후보도 있으나 철지난 낙수효과 이론만큼이나 수명을 다한 토건개발 공약이 상당수에 이르고 있어 우려를 낳게 한다. 물론 개발 공약을 전혀 안 할 수는 없다.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 (워크-라이프-밸런스 Work-Life-Balance)과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뜬다고 해도 그것은 극히 일부이다. 여전히 부동산을 통한 재테크와 부의 축적이 최고의 미덕으로 통하는 우리사회에서 ‘저녁이 있는 삶’은 한가한 소리로 치부되고 있다. 무엇보다 일단 지역의 이익을 앞세워 대단위로 뭔가 세우고 건설하겠다는 공약은 화려하며 피부에 확 와 닿는다. 도심에 깨끗한 시냇물이 졸졸 흐르도록 하고 벌과 나비가 날게 하겠다는 소소한(?) 공약과 롯데타워 같은 초고층 빌딩을 세우고 디즈니랜드 같은 테마파크를 유치하겠다는 거대한(?) 공약은 그림상 비교가 되지 않는다. 대규모 개발은 그 과실이 나에게도 떨어질 것이라는 착각도 들게 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산을 깎고 강변을 파헤쳐 거대한 아파트를 짓고 놀이시설을 만든다고 해서 도로나 교량을 건설하듯 그 과실이 나에게도 떨어질까. 개발로 이득을 보는 이들은 누구일까? 앞서서도 밝혔지만 개발 공약을 안 할 수는 없다. 필요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누구를 위한 것인가는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누구의 이익을 위한 개발인지에 대한 유권자의 고민이 있어야 한다. 시민을 빙자한 거대자본과 소수의 개발업자를 위한 개발인지,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개발인지 후대를 아우르는 지속가능한 발전인지에 대한 구분이 필요하다. 터무니없이 허황된 공약에 대한 준열한 비판도 있어야 한다. 유권자가 똑똑해져야 하는 이유다.

후보들마다 대전의 미래를 강조한다. 지방선거는 지방의 정서와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지방 일꾼을 뽑는 선거이다. 하지만 그 지방의 정서와 이익이라는 것이 누구의 이익과 정서인지에 대한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 실현가능성이 의심스러운 오만가지를 다 하겠다는 공약이 하도 난무하다 보니 역발상으로 시장이 되면 이것만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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