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원의 복지이야기] 이런 판에 아이를 낳으라고요!
[김세원의 복지이야기] 이런 판에 아이를 낳으라고요!
김세원 대전과학기술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 김세원
  • 승인 2018.04.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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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원 대전과학기술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굿모닝충청 김세원 대전과기대 사회복지과]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많다. 한 마디로 “힘들고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주변에서 권유해 보지만 가임 남녀들에게 있어 아이 낳는 것은 곧 “내가 갖고 있는 가장 좋은 패를 포기하는 것이자, 고생길로 접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격세지감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출산을 억제하는 정책을 폈었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열 아들, 딸 하나 안 부럽다” 등의 구호를 내세우며 공격적으로 출산억제 정책을 시행했다. 자녀가 둘 이상 되는 공무원에게는 공무원아파트의 입주를 제한했고, 예비군 훈련장에서 불임수술을 하면 훈련이 면제되기도 했다.

억압적이며 강성일변도의 출산억제는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1970년 우리의 합계 출산율은 4.53명이었는데, 1983년 2.06명으로 줄어들었다. 급기야 정부는 1995년 출산억제정책을 접는다. 이때만 해도 우리에겐 기회가 있었다. 핀란드와 프랑스, 그리스, 룩셈부르크는 1976년에도 출산장려정책을 시행했다. 1986년에는 헝가리까지 가세해 출산을 늘리는 정책을 폈다. 아쉬움이 드는 대목이다. 프랑스가 OECD국가 중 가장 높은 1.9(2015년)명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국민소득이 늘어나면서 삶의 질을 우선시하고, 그 결과 과거에 비해 적은 수의 아이들을 낳는다는 사실을 정책입안자들은 인식했어야 했다. 그에 걸 맞는 중장기적인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

급해진 정부는 2006년부터 5년 주기로 저 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지만 출산율 반등의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19조7천억 원이 투입된 제 1차 기본계획(2006년-2010년)기간 동안 합계 출산율은 1.12에서 1.23으로 소폭 상승했다.

그러나 60조 5천억 원이 들어간 2차 기본계획(2011년-2015년) 동안 합계 출산율은 1.244명에서 1.239명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2001년 이래로 1.3명 미만의 초저출산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은 2016년 우리의 출생아수는 40만 6,300명이고 합계출산율은 1.17명이라고 밝혔다.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었고, 출생아수는 30만 명대로 접어들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는 이제 저 출산의 함정(Low Fertility Trap)에 빠져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가임여성과 출생아들이 줄어들고, 결혼한 부부의 희망 자녀수가 감소하며, 청년층의 기대소득이 소비수준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사회의 모습이다.

2020년까지 저 출산 고령대책으로 108조4천억 원이 투입된다. 우리에겐 이제 시행착오를 견딜 시간과 예산이 없다. 무엇보다도 저 출산 극복 방안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 설혹 아이를 가진다 해도 한 명으로 그쳐야 하는 이유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우선, 아이를 낳을 연령대의 남녀들은 아이의 양육과 교육비부담을 원인으로 짚었다. 2016년 통계청의 조사에서도 여성취업자들의 50%이상이 육아부담을 가장 큰 애로로 꼽았다. 양육비를 포함한 사교육비의 경감과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및 직장 어린이집 의무화가 더 확대되어야 한다. 또한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육교사의 처우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좀처럼 줄지 않고 있는 사교육비로 인한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교육 개혁역시 병행되어야 한다. 어느 것 하나 쉽게 이루어질 것은 없다.

우리사회가 아이 낳기에 좋은 환경과 여건, 그리고 육아 친화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지 반문해본다. 직위가 높으면 성추행을 포함해 갑 질을 해대는 직장문화, 돈이 많으면 건강하고 수명이 길어지며 자녀의 대학수준도 비례하는 불공평이 난무하는 곳. 정의롭다고 입으로는 외치지만 내가 하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이중적 잣대와 상식, 그리고 낮은 사회자본이 형성되는 터전. 벌써 끝났어야 할 이념분쟁을 지속하며 편 가르기를 종용하는 사회, 그리고 군사적 위협이 상존하는 지정학적 위치. 학교에서 배운대로 분수를 지키고 도덕과 법률을 숭상하며 타인을 배려하면 늘 뒤처질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서 살아야 하는 대한민국.

1차 세계대전동안 유럽에서는 800만 명이 사망했고, 700만 명이 장애인이 되었다. 희극인 채플린은 비극적 사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싸움터에 나가지 않는, 나이 많이 먹은 사람들이 전쟁을 쉽게 결정해서 젊은이들을 죽게 만들었다. 전쟁터에는 40세 이상의 사람만 가라!”.

어찌 보면 아이를 낳지 않는 기성세대들이 “아이 키우기 좋은 여건과 환경은 만들어 놓지 않았으면서 아이를 낳으라"고 ‘ 지치고 힘든 젊은이들을 닦달하고 있는지 모른다. 또 젊은 세대들의 고민에 침묵하고, 세대 간의 대화를 기피하면서 세운 반쪽짜리 대책을 ‘믿을 수 있는’ 해결책이라고 합리화 해왔을 수도 있다. 기성세대로서의 반성과 함께 기획 단계부터 젊은 층이 참여하는 내실 있는 출산관련 정책과 서비스의 시행을 촉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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