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기자의 눈] 때론 모르는 게 낫다
    [시민기자의 눈] 때론 모르는 게 낫다
    • 홍경석
    • 승인 2018.05.01 0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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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경석 수필가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굿모닝충청 홍경석 수필가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우리네 인생이란 길함과 흉함, 불길함과 복스러움이 거듭되는 길흉화복(吉凶禍福)의 연속이자 점철인가 보다.

    이달 중순 아들이 결혼했다. 아침부터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걱정이 태산 같았다. 하지만 예상 외로 많은 하객들이 찾아주셨고, 축하까지 해 주시어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그날의 예식에서 나는 과감하게 다음의 셋을 생략했다. 주례사와 폐백, 그리고 예단 주고받기가 바로 그것이었다.

    한데 아들의 혼례를 잘 마치고 돌아온 이튿날이었다. 위중하셨던 장인어르신께서 입원해 계신 병원서 연락이 왔다. 곧 운명하실 듯 보이니 어서 가족들을 소집해 마지막 가시는 길을 지켜보라는 내용이었다.

    서둘러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장인어르신께선 벌써 10년도 넘게 투병생활을 하셨다. 얼마 전에도 위중하시다기에 병원을 찾았는데 그 자리에서 아내는 많이 울었다. 그러면서 이렇게 기도했다.

    “아버지, 제발 우리 아들이 장가가고 나면 돌아가세요. 정말이지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가족들이 얼추 다 모였을 무렵 장인어르신께선 그만 이승에서의 끈을 완전히 놓으셨다. 가족들의 오열과 함께 모 대학병원 장례식장으로 고인을 모셨다.

    아들의 결혼식 바로 다음날의 비보(悲報)인지라 나는 지인들에게 장인 상(喪)을 감히 알릴 수 없었다. 대신 동서형님과 처제 등 다른 가족들이 부고(訃告)를 냈다.

    덕분에 많은 문상객들이 찾아주시어 장례를 잘 마칠 수 있었다. 장례는 병원의 별관 장례식장 지하 1층에서 치렀는데 향이 타는 냄새와 함께 지하의 특성 상 환기 문제가 호흡을 불편하게 했다.

    그래서 무시로 지상으로 올라와 바람을 쐬곤 했다.

    그러던 중, 그 병원의 ‘야외 쉼터’를 발견하는 수확(?)을 거두었지 뭔가. 이름 모를 꽃들의 향연까지 벌어진 그곳을 찾으니 며칠간 헝클어졌던 머리까지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행동거지가 종작스런 나비와 벌들도 달려와 꽃들의 꿀을 빠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 모습을 보자니 새삼 인생이란 저 꽃들처럼 화려한 날이 있었는가 하면, 시든 꽃처럼 또한 언젠가는 필연코 죽음에 이르는 숙명이란 화두의 고찰에 잠시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사람은 누구라도 무병장수(無病長壽)를 꿈꾼다. 그러나 풍진 세상살이는 극히 일부만을 제외하곤 이를 용인치 않는다. 따라서 병원 역시 안갈 순 없는 노릇이다. 아무튼 어제 비로소 삼일장(三日葬)을 마쳤다. 지금껏 역시도 몸과 마음이 지쳐서 힘들다.

    허나 아들과 며느리에겐 장인어르신의 상을 알리지 않았다. 우리 속담에도 있듯 때론 모르는 게 약이 될 수도 있는 때문이었다.

    아들과 며느리가 예식을 마치고 떠난 외국으로의 여행은 반드시 즐거움만을 담보해야 마땅하다.

    그래야만 평생 잊지 못할 기쁨과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것이기에. 그런데 외할아버지의 부음을 알린다손 친다면 과연 그 둘은 여행 내내 얼마나 불편할 것인가!

    때문에 가족들에게도 함구령을 내려 극비로 하자고 합의한 것이었다.

    물론 아들과 며느리가 귀국한 뒤에 외갓집을 찾아 외할머니께 위로를 드리고 장인어르신을 모신 곳으로 뒤늦은 문상을 가면 될 것이다.

    두바이에 있었던 새신랑 새신부가 해외여행을 잘 누렸길, 또한 이승을 떠나신 장인어르신께선 꼭 극락왕생(極樂往生) 하시길 소망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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