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4∙27 남북정상 회담을 바라보는 탈북자 출신 기자의 생각은 어떤 것일까?
김일성 종합대학을 나와 목숨을 건 탈북에 성공, 2003년부터 동아일보 기자로 활동 중인 주성하 기자가 ‘새 역사의 출발점에 선 단상’이라는 제목으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주목을 끌고 있다.
탈북자 출신으로서 남북정상 회담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은 구절구절 매우 날카로웠고, 귀를 쫑긋 세우기에 충분했다.
특히 주 기자는 ‘판문점 선언’을 깎아내리는데 방점을 찍고 있는 자유한국당에게, 사고의 대전환을 주문한 다음, “지금처럼 계속 가면 멍청하다고 욕을 먹거나, ‘노망난 꼴통’ 소리를 들으며 역사의 물줄기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며 날 선 경고성 비판을 던졌다.
주 기자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거침 없는 단상을 쟁점별로 재구성했다.
◆ 남북정상 회담에 대한 전반적 평가 남북교류협력의 시대에 들어가 북한에 개성공단 같은 것이 10개 이상 세워질 때쯤 되면 북한이 크게 바뀌고, 그렇게 바뀌면 다시 뒤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것이 내가 이명박 정권 이전부터 했던 주장이었다. 남북이 후회하지 않는 통일을 만들려면 결국 그 길밖에 없다. ◆ 북한의 비핵화 그때마다 난 이렇게 대답했다. “핵 포기 선언이 중요한 거다. 물론 욕심을 부려 몇 개 숨겨두면 찾긴 어렵겠지만, 숨겨둔 핵무기는 더 이상 핵무기가 아니다. 억제력, 협박용이란 가치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핵문제는 그렇게 묻히는 거고, 한반도가 실질적으로 비핵화되는 것이다. 김정은이 나중에 그걸 다시 꺼내 들어 ‘우리 몰래 몇 개 숨겨뒀거든’ 하고 흔드는 경우, 오히려 김정은이 훨씬 더 위험해진다. 그땐 미국과 중국을 분노케 해 김정은을 제거하는 확실한 명분을 주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다. 김정은이 그런 바보는 아니다. 오히려 숨겨뒀다 그게 발각될 경우 감수해야 할 위험조차도 감내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자한당이 바로 이렇게 걸고 드는 것 같다. 이런 사람들은 핵무기의 정치학에 대해 공부를 좀 더 해야 한다고 본다. ◆ ‘위장 평화회담’이라는 공세 한반도의 평화 상태가 언제까지 갈지, 영원히 갈 수 있을진 누구도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평화적인 이 순간, 김정은이 불가침을 확약한 이 순간이, 새누리당 집권 시절 연평도에 포탄 날아오고 천안함이 침몰하던 순간보다 훨씬 나은 것이다. 천안함, 연평도 사건 때 난 맞지 않아도 될 것을 맞고 다니는 이명박(MB) 정권이 참 멍청하다고 글을 썼다. 진짜 멍청한 정권이었던 것이다. 남북관계를 구렁텅이에 몰아간 천안함 희생자 46명도 몇 달 전에 이미 잉태된 사건이었다. MB는 자기가 대학생 때 북한에서 노동당 부부장이었던 노령의 김기남의 어깨를 툭툭 치며 “이제 앞으로 좀 잘하세요”라는 기고만장함을 보였고, 현인택 김태효 조합은 북한이 머리 숙이고 왔다고, 작년까지 쌀 40만 톤과 비료 10만 톤씩 주던 북한에 선심 쓰듯 옥수수 1만톤 주겠다고 결정했다. 그때 난 “저렇게 북한을 상거지 취급하고 모욕하면, 북한도 가만있지 않는다. 차라리 주지 않겠다고 하라. 식은 땀이 난다”고 맹비난한 바 있다. 정말로 그렇게 돌아간 북한은 드디어 ‘이명박 패당’을 운운했고, 그리고 몇 달 뒤 천안함 사건이 벌어졌다. 자기들 찍어준 보수층 의식해 남북 관계를 희생양으로 삼은 지극히 이기적이지만, 하나만 보고 둘은 보지 못하는 지극히 모자란 정권이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을 주도했던 멍청한 인물들이 반성 한번 없이 마치 보수의 원로라도 되는 양 아직까지 언론에 얼굴 비치며 이러 저런 훈수를 두는 것을 보면 정말 화가 난다.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냉전적 사고 홍준표 대표는 과거 이명박-박근혜 때처럼, 하나만 보고 다른 것은 보지 못하는 멍청한 행동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김영철 방남 저지 투쟁을 한다고 전국에서 당원을 데려와 시위할 때, “홍 대표가 아예 방향 감각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그때는 그래도 무료 과외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라도 있었지만, 이젠 기대도 접었다. 국민의 지지를 얻을 노력을 하지 않고, 오히려 지지를 버리려 하는 정당은 미래가 없다. ◆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비판적 시각 지금은 신뢰의 시작점이다. 신뢰가 쌓이면 변화는 나중에 이뤄질 수가 있다. 북한 인권 외치는 사람에게 묻고 싶다. 그렇게 10년 넘게 외쳐봐야 뭐가 달라졌나. 오히려 북한의 인권상황은 점점 더 악화만 돼갔다. 하지만 북미수교를 이루게 되면, 북한은 ‘탄압의 이데올로기’를 잃게 된다. 그러면 인권 상황이 점점 좋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북한 인권이 걱정되는 사람들이야말로 지금의 역사적 변화를 기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어가든 날아가든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 최선의 외교다. ◆ 판문점 선언에 대한 평가 비록 핵문제가 아직 풀리지 않은 시점이긴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이산가족 상봉 상설면회소도 만들고, 보다 구체적인 군축 합의안도 만들고, 경의선 도로 타당성 조사 시점도 못박는 등 여러 가지를 더 얻을 수 있었다고 본다. 지금의 김정은은 얼마든지 그걸 꺼내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가을에 정상회담을 또 한다니, 이때는 구체적이고, 목표와 일정이 명백한 합의문이 많이 나올 것이라 믿는다. 김정은은 판문점 방명록에 “새로운 력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력사의 출발점에서”라고 적었다. 그는 과연 변할 것인가. 난 변할 것이라고 본다. 보수도 이 시점에서 사고의 대전환을 해야 한다. 자한당은 이제 더 이상 보수를 대표하지 못한다.보수정당은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지금처럼 계속 가면 멍청하다고 욕을 먹거나, 아니면 ‘노망난 꼴통’ 소리를 들으며 역사의 물줄기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