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② 대전문화예술 ‘십년지대계’ ‘콘서트 전용 홀’ 건립
[커버스토리] ② 대전문화예술 ‘십년지대계’ ‘콘서트 전용 홀’ 건립
오병권 관장 인터뷰
  • 김훈탁 기자
  • 승인 2018.05.03 13: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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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3년 10월 1일. 대전예술의전당 개관식이 비가 내리는 가운데 야외에서 진행됐다. 수많은 우산을 쓴 인파 속에서 “공연예술을 담는 그릇으로 공연장을 지켜주기 위해 부득이 일반 행사인 개관식을 야외에서 하게 됐다”는 당시 염홍철 시장의 개관 기념사는 한동안 지역 문화예술계에 회자됐다.
무대에서는 ‘일반 행사’를 못하도록 아예 개관식부터 못을 박아 공연장의 품격을 지키도록 한 염 시장의 의지는 대전예술의전당 운영 방향에 큰 족적을 남겼다. 전문공연장으로 손색이 없는 첨단 음향시설과 무대장비를 갖췄고, 지방에서 최초로 대관 중심이 아닌 자체 기획공연 중심의 공연장 운영을 선언한 것이다.
당시만 해도 공연을 보기 위해 무작정 서울로 올라갈 때다. 대전 관객들을 위해 서울예술의전당에 버금가는 기획 예산을 편성했고, 수준 높은 공연기획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의지는 대전예술의전당을 기획전문 공연장으로 운영할 인력구성에도 적잖은 영향을 줬다.  극장 경영, 공연기획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이 직원으로 채용되면서 차별화된 공연기획과 운영을 선보였다. 대전예당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큰 힘이 됐다.
대전예당 이전과 이후는 ‘문화 불모지’가 ‘수준 높은 청중이 있는 문화도시’로의 변화다.
그 것만으로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대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시민의 예술적 감성을 키워 삶의 질을 높여 온 중심에 늘 대전예술의전당이 함께 했다.
대전예당은 공연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예산 운영에도 지혜를 발휘했다. 시설운영비와 인건비, 공연기획비를 동일하게 배정했다.
이 원칙은 중요했다. 많은 공연장들이 예산이 줄어들면 너무 쉽게 공연기획비를 줄이던 관행이 횡행하던 시절이다. 공연의 질이 떨어지면 관객이 외면한다. 당연히 공연장에는 치명타가 된다. 적폐를 없앤 과감한 결단 덕분에 대전예술의전당의 공연기획비는 전국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당연히 현명한 생존 공식이 됐다. 이는 다른 문화예술계가 모범 사례로 삼을 만한 대목이다. [편집자 주]

[굿모닝충청 김훈탁 기자] 대전예술의전당 오병권 관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1세대 공연기획 전문가다. 서울세종문화회관 공연기획관, 서울시립교향악단 기획실장과 공연기획자문위원 등을 역임하면서 30여년 동안 한국 공연예술문화 발전에 헌신해 온 전문가다. 제5대 대전예술의전당 관장으로 부임하기 바로 직전에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아시아 최고의 오케스트라로 성장시킨 성공 시나리오도 써냈다. 오 관장에 대한 기대감이 그만큼 큰 이유다.

지난 2015년 4월 대전예술의전당 관장으로 취임한 오병권 관장은 대전시민과 직원들에게 두가지 약속을 했다.

대전예술의전당 오병권 관장

첫째는 대전예당을 연주자가 가장 서고 싶은 무대, 대한민국 최고의 서비스와 공연을 제공하는 공연장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둘째는 대전예당 직원들이 최고의 공연장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전국 어느 공연장의 문을 두드려도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직원이 성장하는 시스템과 노하우, 열정을 쏟겠다는 약속이었다.

그 결과, 2018년 현재 대전예술의전당은 전국이 주목하는 공연장으로 성장했다. 성공한 공연기획이 쏟아져 나오면서 유료객석 점유율과 공연장 활용도에서 전국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오 관장은 올해 초청 아티스트의 급을 높이는 작업과 자체 뮤지컬을 제작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 1월에 조성진 초청 연주회를 열었고, 오는 8월에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과 함께 대전시향을 무대에 올린다. 9월에는 세계적인 성악가 조수미가 대전예당을 찾는다.

수도권 유수의 기획사들과 합동 오디션을 진행해 직접 뮤지컬 ‘파가니니’를 제작하고 있다.

오 관장은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단체의 수준을 높이는 일에도 관심이 많다.

“공공예술기관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지역의 예술의 근본적인 수준을 끌어올리는 일입니다. 국내외 유명 단체를 유치하고, 세계적인 공연을 하는 것만큼 지역 예술단체와 예술인을 키우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모든 공연장이 이 점을 간과하고 있어요. 우리 대전예당 만큼은 15주년을 맞은 올해 앞으로 20주년, 30주년을 준비하기위해 지역 예술단체의  수준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문제를 심도있게 고민하려 합니다.”

하지만 개관 15년을 맞이하는 지금, 대전예술의전당이라는 조직의 융합과 소통은 오 관장에게 당면한 커다란 숙제다. 대전예당의 현주소와 미래 비전을 생각하면 매우 고민스러운 일이라는 속내도 털어놓았다. 실제로 지역 문화예술계에서는 일부 대전예당 직원끼리의 소통 부재가 웩더독(Wag the Dog) 부작용까지 낳고 있다는 충격적인 말도 나오고 있다. 쉽게 말해 ‘개의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이야기다.

조직 내부의 갈등이 여과 없이 외부로 새어나가면서 대전예당의 만들어 낸 다양한 ‘성과와 공’이 ‘허물’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화예술조직이 가장 경계해야 할 대목이 바로 관료화입니다. 자기 업무에만 몰두하다 보면 어느새 개인주의나 이기주의로 빠지기 쉽습니다. 특히 임기제라는 인사 시스템 속에서는 조직의 위계질서가 쉽게 무너질 수 있습니다. 선후배 관계나 상사와 부하직원 등의 가장 기본적인 위계마저도 무의미해집니다. 개인주의가 신분 불안과 맞물리면 당장 투서나 음해라는 형태의 조직 부정이 생기죠. 궁극적으로는 조직 전체가 주저앉게 되는 악순환이 될 것입니다. 이 점이 가장 안타깝고, 걱정스럽습니다.”

오 관장은 10년 앞을 내다보는 비전도 제시했다. 바로 콘서트 전용홀을 건립는 일이다.

콘서트 전용홀이 건립된다면 현재 다목적홀인 아트홀은 오페라와 발레, 뮤지컬 등 장기 공연과 다양한 장르 공연을 수행하고, 콘서트 전용홀에서는 대전시립예술단체 공연과 세계적 아티스트의 공연을 상시 개최하는 투트렉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또 대전예당이 한국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는 지리적 장점을 발판으로 하면 대전시민을 너머 대한민국의 문화예술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다는 청사진이다.

“전용홀 문제나 지역 예술단체를 키우는 일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줄기차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새로 취임할 대전시장의 의지가 중요하겠지만 문화예술과 공연을 사랑하는 대전시민들의 관심이 더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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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 2018-05-03 15:13:58
제대로 한마디 하셨네요.
그런 마인드를 가진 시장후보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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