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③ 조직 흔드는 딜레마 ‘임기제’ 과잉 구조
[커버스토리] ③ 조직 흔드는 딜레마 ‘임기제’ 과잉 구조
대전예술의전당 15년 성과와 아쉬움… 공연장 전문가 제도의 덫, 임기제 공무원
  • 김훈탁 기자
  • 승인 2018.05.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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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김훈탁 기자] 대전예술의전당의 눈부신 성장에는 ‘옥의 티’가 있다. 지역 문화예술계가 주저없이 손을 꼽는 내부 불화와 불협화음이다.

문제는 원인을 알지만 처방이 쉽지않다는 점이다. 조직 내부의 불통은 직원 개인의 자질이나 관장의 리더십에도 일차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다.

대전예당이 앓고 있는 병의 뿌리는 임기제 공무원이 너무 많은 기형적인 조직구조에 있다. 대전시립미술관을 예를 들면, 정원 24명 중에 임기제 공무원은 6명이다. 반면 대전예당은 정원 50명 가운데 78%인 39명이 임기제다.

‘임기제’는 전임(문) 계약직의 다른 이름이다. 지난 2013년 ‘개정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이름을 바꿨을 뿐 채용 계약기간은 ‘1년’(재계약을 통해 최대 5년 범위 내 연장 가능)이다.

대전예당은 개관 당시부터 전문 공연장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직을 계약직 형태로 대거 고용했다. 지금의 임기제 과잉의 잘못된 만남이다.

임기제 공무원의 세계, 들여다보니…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인사통계(2016.12.31.기준)에 따르면 전국에는 30만3400여명의 공무원이 있고, 그 중 일반임기제 공무원은 5200여명이다. 시간선택 임기제와 한시임기제를 모두 포함하면 1만3000여명이다. 대전시의 경우, 전체 공무원 7300여명 가운데 143명이 일반 임기제 공무원이다.(시간선택임기제와 한시임기제 불포함)

공직 사회에서 임기제 공무원도 신분은 정규직 공무원이다. 연봉도 공무원 봉급인상률과 같이 적용된다. 다만 2년 단위로 재계약을 해야하고, 최대 5년까지 일할 수 있다. 5년 기한이 끝나고 계속 근무하려면 이후 해당 기관 채용공고에 응시해 공개경쟁에서 합격해야 한다.

물론 업무실적이 아무리 뛰어나도 계약 기간 내 승진은 불가능하다. 반대로 1년 계약으로 임용된 뒤 2년 단위로 재계약을 통해 최장 5년까지 연장이 가능한 근무기간 동안 업무실적이 아무리 형편 없어도 최하위 등급만 받지 않으면 재임용에서 탈락하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면 ‘5년이 보장되는 철밥통’인 셈이다.

대전예당에 유난히 많은 임기제 공무원
일반 공무원이 다수이고 임기제 공무원이 극소수인 조직에서도 갈등은 존재한다. 정규직인 일반 공무원과 무늬만 정규직인 임기제 공무원은 서로를 ‘철밥통’과 ‘낙하산’ 같은 존재로 이해한다. 특히 ‘낙하산’ 논란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끝나면 ‘보은인사’의 단골메뉴처럼 등장한다.
공통의 시험을 치르는 일반공무원과 달리 서류심사와 면접으로 선발되는 임기제 공무원은 심사위원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물론 심사위원은 지자체 인사채용부서에서 정하기 때문에 ‘윗선’의 입김이 전달될 수 있는 구조다. 공모를 통한 공개경쟁이더라도 사전 내정설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다. 지방선거 이후 ‘선거캠프의 누구 누구 라인’이라는 꼬리표가 임기제 공무원의 임기 동안 계속 따라다닌다.

같은 논리로 볼 때, 2003년 개관한 대전예술의전당은 민선3기부터 지금까지 염홍철 시장, 박성효 시장, 권선택 시장을 거치면서 서로 다른 줄을 타고 내려온 낙하산들이 한 데 섞였다는 색안경이 존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자칫 ‘비빕밥 조직’, ‘모래알 조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대전예당의 개선 과제는 또 있다. 조직이 활기차게 돌아가려면 중심을 잡아야 할 기관장에게 조직을 쥐고 흔들 힘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2년 임기로 재임용 평가를 받는 임기제인 관장에게 조직을 끌고 갈 힘은 사실상 없다. 대전예당 관장이 직원의 근태평가를 하더라도 다시 대전시 문화체육국장이 해당 직원을 다시 평가하는 시스템이다. 옥상옥인 인사 시스템에서 직원들의 눈높이는 관장 위에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인사 권한이 없는 관장 한 명과 전문직 특유의 개인 성향이 강한 임기제 공무원이 다수인 조직 구조에서 ‘리더십’은 언감생심이다.

대전시 산하 기관장을 지낸 A씨는 “대전예당의 조직 구조를 볼 때, 관장의 리더십이 생기기 힘들다. 임기제 공무원은 계약 기간 동안 특정 직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돼 있어 관장 혼자서 조직의 활기를 불어 넣거나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힘든 구조로 보인다”며 “임기제에 대한 대전시의 강도 높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직 임기제의 부작용은 또 있다. 직급별로 직장 상사나 부하직원 또는 선‧후배 관계가 형성되기 힘들기 때문에 위계질서가 쉽게 흐트러질 수 있다.

“6급이든 7급이든 스스로 자기가 전문직 공무원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당연히 선배가 후배를 앉혀놓고 일을 가르치는 게 쉽지 않아요. 조직내 시스템이나 위계질서가 작동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역할이 제대로 부여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명확하게 업무가 분장되지만 각자 역할에만 몰두하면 협업도 안 되고, 책임을 묻기도 힘든 상황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법인 전환 등 체질개선 시급
대전예술의전당의 경우, 관장을 제외한 임기제 공무원 38명 가운데 12명이 2003년 개관 당시 임용된 이후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최초 임용 당시 직급을 유지하고 있는 직원은 행정5급 과장이 유일하다. 이 마저도 관장 공모에 응시해 합격하지 않는 한 더 이상 올라갈 직급이 없는 전문직 임기제이기 때문이다.

일반직 공무원의 평균 승진 연수가 8급에서 7급이 4.4년, 7급에서 6급이 9.9년인 것과 비교해 2년도 안돼 상위 직급으로 체급을 올린 직원도 눈에 띄었다. 임기제는 공모 당시 자격기준만 갖추면 승진 연한 제한도 없기 때문이다.

임기제는 고용안전이 보장되지 않지만 내부 직원이 상위직급 자격 기준을 갖추는 게 크게 어렵지않다는 점에서 재계약을 앞둔 시점이 되면 자신들의 재계약에 유리한 업무에만 몰두해 조직 전체의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점도 부작용이다.

물론 문화예술계가 임기제 공무원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문화예술분야는 전문성 못지않게 고도의 창의성을 요하는 분야여서 고용안정이 조직의 효율화라는 주장은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대전예술의전당처럼 임기제 공무원 비율이 유난히 높은 경우는 예외일 수 있다.

조직이 좀처럼 융합하기 힘들 경우, 법인으로 전환해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도 돌파구가 될 수있다.

서울시 세종문화회관처럼 법인화를 통해 임기제 직원을 점진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해 고용안정을 이끄는 방식이다. 세종문화회관은 1년 동안 유예기간을 두고, 해당 임기제 직원들에 대한 강도 높은 평가를 진행했다. 비록 임기제지만 업무 연속성이 인정되므로 정규직으로 전환해 신분보장과 전문성 강화라는 ‘당근과 채찍’을 제시했다.

대전예술의전당도 마찬가지다. 무조건적인 고용보장은 안 된다. 반드시 업무에 대한 정량적인 평가를 통해 철저하게 능력 검증을 거친 뒤 고용전환을 고려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임기제 과잉의 문제가 조직을 흔들고 있다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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