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프리즘] ‘동백’의 향기
[시사프리즘] ‘동백’의 향기
  • 김현정
  • 승인 2018.05.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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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세명대 교양대학 교수

[굿모닝충청 김현정 세명대 교양대학 교수] 얼마 전 대전문학관에서는 2018년 문을 여는 첫 기획전시로 ‘한국문학시대를 말하다’를 마련하였다. 6월 30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회는 1990년 1월에 창립된 대전문인총연합회가 걸어온 길을 소개하는 자리로, 이 단체는 계간 ‘한국문학시대’를 비롯하여 권선근, 이재복, 권용두 문집을 발간하는 등 대전문학의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오고 있다.

그리고 이번 전시회에서는 회원 소장 귀중본 자료 중 하나인 ‘동백’ 창간호를 전시하고 있다. ‘대전문학사’와 해방기 대전문학을 논하는 자리에 빠짐없이 등장하던 ‘동백’ 창간호가 처음으로 공개된 것이다. 김용재 시인(전 대전문인총연합회장·전 호서문학회장)이 수소문 끝에 이 자료를 확보, 소장하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백’ 창간호의 발견은 여러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추정으로만 얘기되었던 ‘동백’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과 동백의 구체적인 형식과 내용을 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이를 통해 해방기 대전 시문학의 다양한 면모를 엿볼 수 있다는 점 등이 이에 해당된다.

전시된 ‘동백’ 창간호를 간략하게 소개하기로 한다. 1쪽에는 정훈의 「창간사」를 비롯하여 정훈의 시 「서당」, 박희선의 시 「신화」, 박용래의 시 「六月 노래」가 실려 있다. “가난한 우리 시단(詩壇)의 별이 되고 싶다”라는 강한 포부와 의욕이 담긴, 정훈의 창간사 내용이 인상적이다. 2쪽에는 박희선의 시 「백기(白旗)」와 박용래의 시 「새벽」, 그리고 미완의 글인 박희선의 「선(線)과 색(色)」이 실려 있고, 말미에는 「후기」가 놓여 있다. 판매용이 아닌 비매품이라 그런지 판권의 내용보다는 시회 동백의 모임일정과 주소, 연락처 등이 명기되어 있고, 말로만 듣던 불청회보(佛靑會報)인 ‘백상(白象)’ 광고도 보인다.

이 중 ‘대전문학사’에 이미 수록된 바 있는, 박용래의 시 「새벽」을 소개하기로 한다.

새벽하늘
무한한
초원이다

가는 구름은
안개속에 꿈을 깨인
산양의 군단(群團)

그들에 길목에는
효성(曉星)이
단애(斷崖)우에 백합송이만양

이슬 품고 진주모색(眞珠母色)으로
머얼리
방울 흔들다

 
박용래의 시전집 ‘먼바다’(창비, 1984)에 수록되지 않은 시이다. 먼동이 트기 전, 여명의 모습이 비교적 잘 보여주고 있는 이 시에서 20대 초반 박용래 시인의 이미지즘 계열의 참신한 면모를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시의 끝 행이 원래 “방울 흔들다”인데, ‘대전문학사’에는 “밤을 흔들다”로 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원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대전문학관에서는 몇 년 사이 대전문학의 귀중한 자료를 입수, 전시하는 일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이미 해방기 진보계열의 잡지 ‘현대’를 비롯하여 호서민중대학의 학보인 ‘호서학보’ 등을 전시했으며, 현재에는 대전의 최초 순수 시지(詩誌)인 ‘동백’ 창간호를 선보이고 있다. 따뜻한 봄날, 대전문학관에 가서 옛 문학의 향기를 느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 하겠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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