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프리즘] 과거를 선택할 것인가,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시사프리즘] 과거를 선택할 것인가,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 김종남
  • 승인 2018.05.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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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남 대전여성정치네트워크 공동대표

[굿모닝충청 김종남 대전여성정치네트워크 공동대표] 비가역(非可逆). 가역물질의 상태가 바뀌어 다시 본래의 상태로는 되돌아갈 수 없는 것. 한국과 일본 사이의 위안부 협상에 대하여 일본이 국민적 반대에 직면한 박근혜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사용하면서 대중화된 말이다. 평소에 사용할 일이 많지 않은 이 단어의 의미를 최근 우리 국민들은 매우 구체적인 사실로 경험하고 있다. 결코 이전으로 되돌아 갈 수 없는 남북관계, 되돌아가서는 안되는 분단체제를 4월 27일을 기점으로 알아버린 것이다.

남북의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 손을 잡은 채 군사분계선을 넘어 오고 넘어 가면서 우리 국민들은 달라졌다. 두 정상의 만남과 영화장치 같은 대화 장면을 가감없는 생중계로 지켜보면서 우리는 알게 됐다. 분단은 더 이상 우리의 삶에 필요한 장치가 아니라는 것을.

보수야당이 ‘위장평화쇼’니 ‘주사파 이면합의’니 무슨 말로 폄훼해도 4월 27일의 판문점 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국민의 인식수준을 비가역적으로 확립한 역사적 순간이었다. 4‧27 정상회담 이전의 분단체제로 결코 돌아갈 수 없는, 이전과 완전히 다른 평화의 한반도가 가능하고 경제적 번영을 위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것을 온 국민이 현실로 받아들인 감동의 순간이었다. 한반도에 불어온 평화의 바람은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점이 된 것이다.

국가적으로 다른 두 체제의 평화와 공존 시대를 연 2018년 봄, 지방에 사는 우리들은 28년의 지방자치 역사에서 또 하나의 비가역이 실현되기를 기대하고 노력하는 중이다. 중앙정부로부터 더 많은 권한과 재량을 확보하는 자율적 지방정부의 탄생과 더불어 시민사회의 지방정부 참여에 있어 권한과 책임이 주어지는 실질적 거버넌스의 구현을 위해서다.

1991년 지방의회가 부활하고 단체장이 직선으로 선출된 1995년 이래 제도와 돈을 가진 중앙정부의 통제 아래 관료제의 원리에 따라 시민의 참여를 형식화해온 지방정부들이었다. 시민참여와 거버넌스를 선도해온 혁신지자체들이 있었지만 지역과 의제에 제한된 경험이었다.

광우병 촛불 이후 세월호를 거치면서 안착한 혁신지방자치는 전국적으로 파급되었고, 급기야 올해 지방선거에서는 ‘시민이 시장’, ‘삶을 바꾸는 시장’, ‘시민의 정부’ 등 자치정부의 파트너로서 시민을 상정한 단체장 후보들이 전국적으로 등장했다. 보수적인 가치와 이념을 표방한 정당 후보가 더 많은 복지 확충과 더 강력한 시민참여를 약속하고 있다는 점도 놀랍다.

이러한 상황은 누가 되더라도 민선 7기 단체장의 등장은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고 평가하는 과정에서 시민참여가 이전의 형식적 상태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뜻이 된다. 지방정부의 제한적 거버넌스를 혁신할 필요성이 모든 단체장의 공약을 통해 확인되었고, 시민의 선택을 통해 인정될 것이기 때문에 지방행정의 폐쇄성과 형식주의가 변화할 수밖에 없다. 주요 정책의제에 관한 시민의 의견에 행정이 반응하고 정책적 반대와 관련해 시민과 적극 소통하는 열린 관료제가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법적 체계와 제도적 관행에 가로막혀 안되던 일들이 자치입법과 제3섹터 방식의 행정 유연화를 통해 가능해질 것이다. 평생학습시스템의 변화를 이끈 ‘배달강좌제’나 복지전달과정의 사각지대를 공동체의 협력으로 보완한 ‘복지만두레’, 주민이 직접 기획하고 실행한 ‘축제 주민참여예산’ 등은 기존의 제도적 관행을 뛰어넘었기에 전국적 주목을 받고 지역에서도 확산될 수 있었던 시민참여 거버넌스 사례다.

하지만 시대는 더 나아갈 것을 요구한다. 사안별 참여적 거버넌스를 넘어 일상화된 협력적 거버넌스를 요구하고 기대한다. 많은 시민들과 조직화된 단체들이 수많은 정책들을 스스로 생산해 정당과 후보캠프에 요구한다. 대부분은 거버넌스를 통해 일을 추진하도록 돼 있다. 관료시스템만으로 행정을 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 자율적 의사를 가진 훈련된 시민과 함께 정책을 다루고 시민과 더불어 일할 수 있는 탈권위적이고 혁신적인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각 정당의 후보와 시민사회 모두 긴장의 한 달여가 남아있다. 바람직한 리더십과 정책을 관철함으로써 28년 지방자치의 역사에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나팔을 불게 될지는 오로지 유권자의 참여와 선택에 달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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