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인] “교사가 조금만 터치해도 아이들은 무한대로 성장”
[굿모닝충청인] “교사가 조금만 터치해도 아이들은 무한대로 성장”
‘둔천과학꿈나무’들의 영원한 과학선생님, 김영철 장학사
  • 김훈탁 기자
  • 승인 2018.05.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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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김훈탁 기자] 지식 전달을 넘어 배우는 즐거움을 일깨우는 교육이 아이들을 변화시킨다. 대전시교육청 체육예술건강과의 김영철 장학사는 주 중에는 ‘초등학교 생존수영’ 정책을 진두지휘하며 현장을 누비고, 주말이면 제자들의 재능봉사활동 터전인 월평종합사회복지관을 찾는다.

7-8년 전 초등학교 담임교사와 제자로 만나 서로 ‘과학하는 즐거움’을 공유한 사제지간이 이제는 어엿한 고등학생과 교육청 장학사로 만남을 이어가는 현장이다. 이들이 오래도록 평범한 사제지간 이상의 정을 이어올 수 있었던 힘이 바로 ‘과학’이다.

출발은 ‘둔천과학꿈나무’다. 김 장학사가 둔천초 교사로 재직 당시 반 아이들 몇 명을 모아 가르친 것이 시작이다. 김 장학사에게 직접 지도받은 아이들을 중심으로 그들의 형제, 친구, 또 친구의 친구로 이어지는 복잡한 관계도를 거쳐 지금의 YISC(Youth Innovative Science Club)동아리가 탄생했다. 초등시절 다양하게 맛본 과학지식을 바탕으로 중·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주도적으로 배움에 힘써온 제자들이 이제는 그 옛날 선생님이 그랬던 것처럼 초등학생 동생들에게 과학하는 즐거움을 나눈다. 어느새 ‘미래의 과학인재’로 훌쩍 자란 아이들이 정성껏 준비한 강의자료와 공작재료들을 펼쳐놓는다. 교사의 관심과 열정이 아이들을 자라게 한 성장판이 됐다.

가는 학교마다 남긴 족적
김 장학사가 초임 교사 시절에는 학교에서 몸으로 뛰는 체육활동이나 과학대회 업무를 도맡았다. 모형항공기, 과학상자 지도교사를 맡아 아이들과 같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주말도 없이 매달렸더니 문리(文理)를 터득했다. 수상실적도 조금씩 쌓여갔다.

이후 부임한 현암초에선 우주소년단이라는 준거집단을 맡았다. 활동이 주로 토요일에 진행되다 보니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웠다. 고민 끝에 여섯 살 난 아들을 데리고 학생들과 야외활동을 다녔다. 당시 우주소년단은 청소년연맹 가운데 가장 소규모 조직이었다. 1년을 꼬박 토요일,일요일도 없이 지도했다. 한해 한해 노하우가 쌓여갔고 학부모에게 1년치 행사 및 대회 매뉴얼을 주고 집에서도 준비해줄 것을 부탁했다. 부모와 교사, 학생의 3박자가 맞춰지니 재미도, 성과도 두 배로 올랐다. 활동 3년 만에 단원이 12명에서 60명까지 늘었다. 먼저 배운 아이들을 리더로 세우고 학부모들의 역할 분담까지 나눠 조직적으로 운영하니 성과가 보였다.  학교 밖으로 조금씩 입소문이 났다.

영재·발명교육 전문교사로
2000년대 초반, 대전에도 영재교육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김 장학사도 영재전담 교사로 뽑혀 아이들을 지도했다. 눈에 띄게 잘하는 교사나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어떻게 이렇게 잘하게 됐는지, 어떻게 하면 되는지를” 묻고 또 물었다. 점점 영재교육에 대한 시야와 안목이 커져갔다.5년 정도를 영재교육에 미쳐 살았다. 과학영재 전문가로 이름을 얻었다. 2007년에는교육청에서 미국으로 영재교육 연수를 보내줬다. 연수 때 같은 방을 쓰던 중학교 선생님이 마침 발명분야 전문가였다. 자연스럽게 발명의 재미에 눈 떴다. 그때부터 발명관련한 행사라면 전국을 마다않고 찾아다녔다. 중고교 교사들이 가르치는 수업 방식을 초등교사 관점에서 재정립해 나갔다. 발명 교육은 김 장학사 스스로에게도 재미있고 신나는 도전이었다.

다양한 경험의 결정판 ‘둔천과학꿈나무’
김 장학사의 응축된 경륜이 꽃 핀 곳은 불혹의 나이에 발령받은 둔천초등학교에서였다. 아이들이나 학부모 모두 교육적인 의지도 있고 수준도 괜찮은데 유독 대외수상 실적이 없었다. 제대로 된 대회 경험이 부족한 것과 책임지고 지도할 교사가 없던 것이 이유였다. 욕심을 냈다. 준거집단활동을 통해 학생을 리더로 키워 학생이 학생을 가르치는 시스템을 운영해본 터라 똘똘한 아이들을 모아 리더로 키워내는 일에 집중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둔천과학꿈나무’다. 과학적 창의력이 있으나 주변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아 영재성을 발휘하지 못한 아이들을 선발을 통해 모았다. 아이들은 교사의 가르침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였다. 처음에는 담임반 아이 중 4-5명을 놓고 집중 지도했다. 당장 전국대회에서 두각을 보였다. 1.2년만 잘 지도하면 아이들이 잘 자랄 거란 믿음이 있었고 아이들은 교사의 믿음대로 성장했다. 1년 52주 가운데 40주 이상 모여 과학책도 보고 토론도 하고 박람회 관람도 하고 체험부스도 운영하면서 만든 지 1년 만에 어린이 과학잡지에도 소개가 됐다. 지도한 아이들이 전국 과학대회를 휩쓸었다. 김 장학사도 2013년 교사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올해의 과학교사상’을 받았다.

정성으로 가르친 아이들, 과학재능을 봉사로 나누다
그렇게 키운 아이들이 중학교에 들어가더니 김 교사를 찾아왔다. 중학교에서도 재미있는 과학활동을 계속 해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뜻을 같이하는 아이들을 모아보니 학교도 학년도 성별도 다 달랐다. 인터넷에 카페를 하나 만들어 스스로 공부하고 배운 지식을 밖으로 펼쳐가는 봉사동아리로 성장시켰다. 바로 YISC다. 동아리원들은 각종 과학정보도 나누고 행사나 활동 정보도 나누면서 대한민국과학창의축전이나 사이언스데이에서 부스도 운영하고 배워서 남주는 봉사 활동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과학을 학문으로 가르치지는 않았어요. 교과서서에 배운 내용이 실생활에 연계가 되도록 하는 교육, 에디슨처럼 전구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꼭 과학자가 아니어도 슈퍼를 하든 택시를 몰든 남들과 뭔가 다르게 보는 창의적인 시각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고 가르쳤어요.”

아이들의 잠재력을 건드려주니 성장 속도가 달랐다. 아이들도 배웠던 것을 다른 사람에게 가르쳐주는 것을 좋아한다. 1기가 대학교 1학년이다. 서울대 의대를 비롯해 카이스트 등 다양한 진로를 찾았다. 

둔천초에서 가르친 ‘둔천꿈나무’ 제자들은 이제 고1이 됐다. 영재고며 과학고에 진학한 아이들도 여럿 있다. 일반고에 갔어도 과학발명동아리 회장을 맡으며 과학자의 꿈을 키워나가는 아이들이 바쁜 고교 생활에도 봉사를 나온다.

“초등학교 교사로 23년을 현장에서 지도해 보니 아이들은 교사의 눈높이 만큼 자라더군요. 아이들의 가능성을 한껏 기대하고 신뢰하며 조금만 건드려줘도 아이들은 무한대로 성장합니다. 그럴 때 교사로서 자부심과 보람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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