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동물원 재리쥬가 생긴 이유가 있쥬
작은동물원 재리쥬가 생긴 이유가 있쥬
에버랜드 사육사 출신 이재리 대표
  • 윤현주 기자
  • 승인 2018.05.21 04:5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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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초, 천안시 병천면에 작은 동물원 <재리쥬>가 문을 열었다. 지역에 없던 새로운 명소가 생긴다는 기대감도 높았지만 한켠에서는 동물들이 사람들의 놀잇감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었다. 어쨌든 새로운 곳이 문을 열었다니 안 가볼 수 없는 노릇! 어떤 동물이 있고, 어떻게 교감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재리쥬>를 만든 이는 누구인지 샅샅이 알아보고 왔다!

50여 종의 다양한 동물들과 ,교감 할 수 있는 작은 동물원 <재리쥬>
<재리쥬>를 찾아가는 길은 생각보다 훨씬 험난(?)했다. 병천 시내를 조금 벗어나 있어 네비게이션의 도움 없이는 쉽사리 찾아갈 수 없는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물을 보기 위해 <재리쥬>를 찾아온 사람은 생각보다 많았다. 아장아장 걸음을 떼기 시작한 아이와 함께 온 가족부터 젊은 커플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재리쥬>를 찾고 있었다. 포유류, 조류, 파충류, 절지류 등 50여 종의 동물을 직접 보고, 만지며 교감할 수 있다는 사실이 사람들의 발길을 이끄는 듯 했다. 실제 <재리쥬>에는 미어켓, 마라, 은여우, 보아뱀, 왕관앵무 등 흔히 만져 볼 수 없는 동물이 많았다. 그리고 동물관련 학과 전공자인 스텝들이 동물의 습성과 교감 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해주기 때문에 겁이 많은 아이들도 동물과 금방 친해지는 모습이었다.

“동물학대요? 동물복지를 위해 시작한 일이에요!”
<재리쥬>의 대표는 스물여덟 살 이재리 씨다. 혜천대 애완동물학과를 졸업학고 에버랜드 사육사로 일을 했다는 재리 씨는 가족들도 못 말리는 동물 애호가다.

“아주 어릴 때부터 동물을 길렀어요. 유기견을 시작으로 파충류, 앵무새, 고슴도치, 뱀까지 안 키워본 동물이 없는 것 같아요. 뭐가 그렇게 좋냐고 묻는 분들이 계신데 그냥 좋았어요. 좋은데 이유가 없잖아요. 그렇게 많은 동물을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사육사라는 꿈을 갖게 되었고 그 꿈을 이뤘죠.”

사육사는 결코 만만한 직업이 아니었다. 사료를 챙기기고 사육장을 청소하는 일 말고도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갓 태어난 동물의 새끼를 돌보는 인공포육은 갓난아이를 돌보는 일만큼 힘든 일이었고 동물을 교감하고 조련하는 일 또한 쉽지 않았다.

“몸은 고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 견딜 수 있었죠. 그런데 중간에 청원생태파크로 이직을 하면서 일상이 깨졌어요. 회사에 문제가 생겼거든요.”

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재리 씨도 생태파크 안의 동물도 갈 곳을 잃었다. 그런데 차마 동물들을 그냥 두고 올 수 없어 재리 씨는 임금체불이 된 상태에서도 일을 했다. 당시 재리 씨의 동물도 함께 생태파크에서 함께 지내고 있었기에 더욱 갈등이 클 수밖에 없었다.

“당장 돈이 없으니 힘들죠. 혼자도 아니고 각기 다른 사료를 먹는 동물들과 함께 살아야 하니까요. 그래서 공장에서도 일했고, 동물병원에서도 3년간 근무를 했어요. 그런데 동물병원에서 일을 하며 아픈 동물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너무 힘든 거예요. 손님 강아지가 죽었는데 제가 펑펑 울고 있고... 그러면서 나는 사육사가 천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 여우를 포함한 여러 동물들을 많이 기르고 있던 터라 ‘이동동물수업’을 하기 시작했죠.”

‘이동동물수업’을 하면서 동물의 수는 더 늘어 50종이 넘는 동물들과 함께 살게 되었다. 집에서 동물을 키우는 것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도 그쯤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이 흙을 밝고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어야 겠다는 생각에 사육장을 짓기로 했다. 그런데 때마침 10종 이상의 동물을 보유하고 있으면 무조건 동물원으로 등록해야 한다는 법 개정이 이뤄지며 사육장을 동물원으로 만들게 된 것이다.

“작은 동물원 <재리쥬>가 생긴다는 글에 ‘동물이 불쌍해요’라는 댓글이 달렸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화나요!’라고 다시 댓글을 달았어요. 저는 먹고 살기 위해 동물로 장사는 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그저 <재리쥬>를 통해 아이들에게 좋은 사료 먹이고 싶고, 아이들에게 조금 더 넓은 집을 주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리고 사람의 손에서 길들여진 아이들은 사람과 교감하면서 행복함을 느낀다는 거, 꼭 이야기 하고 싶었어요.”

<재리쥬>를 통해 동물과 함께 더불어 사는 법을 배워가기를!
재리 씨는 <재리쥬>를 통해 동물과 교감하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배워가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단순히 동물을 만져보는 이색체험이 아니라 체온을 나누고 교감하면서 동물 또한 생명이라는 것을 인지했으면 하는 것이다.

“저는 이곳에 와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라고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아요. 재미는 없어도 돼요. 재미있는 곳은 얼마든지 많잖아요. 대신에 이곳에 있는 동물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이 아이들도 생명체라는 걸 깨달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함부로 하지 않았으면 해요.”

재리 씨는 매일 동물원 곳곳을 살피며 동물들도 사람들도 불편하지 않은 동물원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재리쥬>를 사람과 동물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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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 2020-01-05 23:11:32
마음이 너무너무 따뜻하시네요
대표님과 같은 아니 비슷한 마음 이라도 갖고 동물들을 생각해 준다면 버려지는 동물들이 있을수 없을텐데 말이죠
대표님 복받으실 거예요 화이팅 입니다
저도 병천 시민인데 손자 데리고 꼭 가봐야겠어요 ~~^^

쥬니멀 2019-01-11 08:19:10
대표님의 마인드가 정말 멋있습니다

장용진 2018-05-27 23:34:01
재리zoozoo 흥해라!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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