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스님의 ‘산방원려(山房源慮)’] 행복에 대한 담론
[탄탄스님의 ‘산방원려(山房源慮)’] 행복에 대한 담론
  • 탄탄(呑呑) 스님
  • 승인 2018.05.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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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呑呑) 스님 대한불교조계종 여진선원 주지동국대 출강

지난해 연말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한 경매장에서 180만 달러에 낙찰된 아인슈타인의 ‘행복메모’가 언론 지면에 보도되었다.

아인슈타인이 1922년 일본의 한 호텔 점원에게 팁 대신 이 메모를 건넸었다고 하는데 메모에는 “조용하고 평범한 생활이, 끊임없이 불안에 쌓여 성공을 추구하는 것보다 더 많은 기쁨을 준다”라는 글귀와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고 한다.

인간이 살아 가면서 행복해지려면 어떠한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할지, 어떠한 꿈을 꾸고 살아야 행복해질 수 있을까.

지난날에 어린아이들에게 꿈이 무엇인지 물으면 대부분 ‘무엇무엇이 되겠다’며 직업을 이야기 한다. 대통령, 과학자, 연예인, 모험가 같은 직업들을 거론하였지만, 최근엔 교사와 공무원 같은 안정적인 직업들을 언급한다고 한다. 격세지감, 이제는 꿈이 그만큼 현실화 됐다고 해야할 지, 어쩌면 빈곤해 진 건지, 어찌 되었든 특정 직업을 내세우는 것 만이 그 사람의 꿈이 될 수 는 없다고 본다.

다시 말해 직업이 행복의 기준 일 수는 없다고 보는 것이다. 지난날 청소년들이 선호하였던 의사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진다고 해서 그 직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행복한 삶을 영위한다고 볼 수도 없듯이 말이다.

세상은 상위 20% 만이 의미 있는 직업을 갖게 될 거라는 ‘20대 80의 사회’가 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다.

현존하는 일자리의 절반이 사라지고(옥스퍼드대 보고서), AI가 인간 직업의 다수를 대체할 미래엔 지금 필자가 거론한 직업이 없어져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특정 직업을 얻겠다는 또는 어느 대기업에 취업을 하겠다고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는 건 좀 더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당면한 생존을 위해서 직업을 선택 하겠다는 젊은이의 꿈은 웬지 미래가 불투명 하게만 느껴진다.

결국 꿈이 특정 직업은 아니다. 나아가 무엇이 되겠다, 돈을 많이 벌겠다 와 같은 건 꿈을 향해 가는데 필요한 세부 목표 중 하나일 뿐이지, 그 자체로 궁극의 행복이 될 수 없다고 본다.

인간은 어떠한 목표를 이뤘다고 해도 그다음엔 무엇이 있을까.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 중엔 의외로 목적을 이룬 후 허탈해 하는 이들이 많다. 일생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하지만, 달리 말하면 삶의 목표를 잃어버린 것 일 수도있다.

목표를 이룬 이후의 삶에 대해선 생각해 보지 않았기에 결국 행복은 무엇을 이룬 결과가 아니라, 그것을 추구해 가는 과정이다.

그 안에서 꿈은 평생에 걸쳐 도전할 수 있는 무언가여야 하고. 그 꿈을 이뤄가기 위한 매 단계마다 세부 목표는 있을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특정 직업을 구하는 것일 뿐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두 가지 행복론을 말 한다. 자신의 본성, 또는 자기가 진정 원하는 것을 잘 일깨워서 이뤄내는 것이 첫 번째이고 다른 말로 하면, 자아실현이다.

두 번째는 자아실현을 통하여 공동체에서 그 가치와 쓰임을 인정받는 것이고 자아실현을 한다면서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해가 될 일들을 저지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자아실현은 공공선과 공동체의 이익에 부합할 때 진정 의미가 있는 것이다. 

행복은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니다.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 자기의 본 모습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때 행복을 누릴 준비가 된다.

인간은 살면서 많은 걸 배우며 하다못해 운전을 하기 위해서도 필기와 실기, 도로주행이라는 3단계 시험을 통과하고 면허증을 받아야 하는데 하물며, 운전보다 훨씬 중요한 인생에서 행복을 추구하는데 있어서 아무런 공부도, 준비도 하지 않는다.

사랑을 예로 들어 보자. 진정한 사랑을 하기 위해선 받기만 할 게 아니라 주는 방법도 알아야 하고, 관심과 존경을 받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고 상대를 보살피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사랑에도 배움이 필요하다. 부모가 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책임과 의무, 헌신과 희생이라는 가치를 고민도 못 해보고 덜컥 부모가 된다.

각종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아이들이 다 컸을 때쯤 부모란 이런 거구나 하고 뒤 늦은 깨달음을 얻게 된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 미리 알았다면 좀 더 잘 했을 걸 하는 아쉬움과 함께 말이다. 이제 명확해진다. 우리가 살면서 배우고 공부해야 할 것은 지식만이 아니다. 어려서부터, 특히 가정과 학교에서부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것인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하는 일이다. 

인생의 최고의 목표는 행복이다. 그렇다면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공부하고 배워야한다.

대학입시만을 위한 공부가 아니다. 과외만 시키지 말고 학교 공부보다 몇 배 더 가치 있는 인생의 행복을 찾기 위한 공부를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현명한 부모다.

이 나라 최고의 권좌에 앉았던  전직 대통령 두 분이 감옥에 갇힌 신세가 되었다. 이들은 도대체 어떤 꿈을 꾸고 살아 왔으며 그 들이 생각했던 인간의 행복이란 어떤 관점 이었을지, 자못 궁금 하기만 하다.

세상 사람들이 말로는 행복이 삶의 목적이라고들 말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는 의외로 모르는 경우가 많다. 행복은 돈과 직업, 부동산과 자동차, 인기와 명성 그 너머에 있는 그무엇이다.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세상사람들 에게서 내 필요와 쓰임을 인정받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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