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구글링은 부동산 투자실패에 책임지지 않는다
[노트북을 열며] 구글링은 부동산 투자실패에 책임지지 않는다
  • 신상두 기자
  • 승인 2018.05.20 0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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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두 세종시 본부장

[굿모닝충청 신상두 기자] 구글링(googling)이란 표현이 있다.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면서 생긴 신조어인데, 검색엔진의 대명사인 구글을 통해 찾고자하는 내용을 검색하는 것을 의미한다.
검색결과가 워낙 탁월하기 때문에 굳이 현장에 가보지 않고도 알고 싶은 것을 상세히 파악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예를 들어 ‘세종 산업단지’나 ‘세종 부동산 투자’를 검색하면 이와 관련된 언론보도와 지도 등이 화면에 펼쳐진다. 조금 더 ‘손품을 팔면’ 블로그와 인터넷 카페 등에 떠도는 투자정보와 ‘카더라’소문까지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다.

‘고급(?)정보’를 얻기 위해 예전처럼 많은 발품을 팔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다.

하지만, 이 같은 편리함은 치명적인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구글링을 통해 정보를 모으고 부동산 투자를 감행한 A씨(수도권 거주)실패 사례는 무모한 투자의 대표격이다.

A씨는 수개월전 세종시 북부권의 산단과 골프장 개발지 인근의 땅에 투자하기 위해 자료를 수집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운좋게’ 혹 할만한 매물을 발견했다. 도로와 바로 인접한 산지가 평당 7-8만원으로 매우 저렴했다.

수년간 활황을 이어가고 있는 세종의 부동산 시장을 감안하면 짭짤한 이익을 챙길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

그는 매입 대상지를 구글지도로 확인하는 ‘적극성’을 발휘했다. 지도상으로 틀림없이 도로와 붙어있는 산지였다.  

기대감에 부푼 A씨는 계약금을 건 뒤 바로 땅을 매입했다.

그러나 막상 해당 지역에 와보고는 허탈해질 수밖에 없었다. 위성지도에서 알 수 없었던 약점이 도사리고 있었다.

산의 경사도가 너무 심해 개발하더라도 가용지의 면적이 적어 사업 타당성이 거의 없었기 때문.

한마디로, 경제성 제로인 땅을 구글링만 믿고 사들인 셈이다. 중개인의 자문을 구해 일을 진행한 것도 아니어서 어디에 대고 화풀이를 할 처지도 아니어서 속만 끓이고 있다.

경상도에 사는 B씨와 C씨 등 여려 명이 지분참여로 땅을 구입했다가 낭패를 본 경우도 있다.  친구사이인 이들은 A씨와 마찬가지로 세종시 북부권 면지역의 개발소문만을 듣고 땅을 사들였다. 이들은 높은 보상가를 기대하고 공시지가보다 5-6배정도 높은 가격에도 땅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B씨와 C씨 일행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산단개발 등을 할 때 시행사가 보통 공시지가의 (최대)3배정도의 보상을 해주는 것을 고려하면 구글링을 제대로 못한 꼴이다.

이처럼 세종과 멀리 떨어진 곳에 거주하면서 현장을 보지 않고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와 소문에 의존해 투자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서울-세종간 고속도로가 조성되는 장군면이나 스마트시티 개발 호재를 노리는 연동면 지역에서도 구글링에 의존한 묻지마 투자가 줄을 잇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세종시 관계자는 “직접 확인하지 않고 투자했다가 퇴직금을 몽땅 날렸다는 분도 있었고, 개별공시지가가 10만원미만인 것을 50-60만원에 매입해 큰 손해를 보는 사례도 종종 접한다”며 “실거래가로 감정평가를 하지는 않기 때문에 호가만 보고 덤벼들면 낭패를 보게 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 같은 투자 실패는 세종시청에 민원을 넣고 압박하는 엉뚱한 상황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하소연 할 곳을 잃은 일부 투자자는 시청 관계부서에 전화를 걸어 윽박지르는 경우가 흔한 일이다.

이들은 사업시행자에게 압력을 넣어 보상금을 올릴 수 있게 해달라거나, 자신들이 소유한 땅 인근을 산업단지 등으로 개발해달라는 억지 민원을 제기하기도 한다.

세종시 관계자의 조언은 이렇다.

“개별공시지가와 실거래가가 10배 차이나는 곳도 있을 정도로 시장이 비정상이다. 실제 수요가 있는지 확인한 뒤 사야하고, 온라인상에 공개되는 개별공시지가를 확인해야한다. 어떤 경우는 악취유발 시설이 주변에 있어 땅값이 싼 경우도 있다. 구글에 나와 있는 도로가 실제로 사용가능한지도 살펴야 한다. 세종은 바위가 많아서 개발이 불가한 곳도 많다. 따라서, 현장 확인은 필수다”

구글링은 투자실패에 책임지지 않는다.

러시아 속담에 ‘믿어라, 그러나 확인하라’는 말이 있다. 인터넷에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지만 단순히 ‘구굴링’을 통한 정보에 기대는 것은 재고해야하지 않을까. 여전히 오프라인 발품팔기는 투자의 알파와 오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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