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산개척단』…‘박정희 정권의 대국민 사기극’
영화 『서산개척단』…‘박정희 정권의 대국민 사기극’
  • 정문영 기자
  • 승인 2018.05.21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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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년간 봉인된 ‘서산개척단’에 관한 충격적인 진실의 퍼즐 맞추기가 시작된다. ‘서산개척단’의 생존자들이 모두 나와, 당시의 악몽을 생생한 기억으로 증언한다.

5.16 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는 전국 각지의 부랑아와 윤락녀 등 청년 1,700여명을 강제로 납치, ‘대한청소년 개척단’을 만든다. '구악(舊惡)을 일소(一掃)한다'는 그럴싸한 명분을 앞세워 꾀한 정권 홍보차원의 정략적 술수였다. ‘서산개척단’이라는 사업단 이름으로 불린 이들은 당시 서산군 해안 일대의 뻘밭(폐염전 포함)을 간척지로 개간하게 된다.

‘서산개척단’은 한국판 군함도로, 부랑아 윤락녀들을 선량한 국민으로 교화시키는 재활프로그램의 탈을 쓴 국가폭력이다. 이는 사실상 전두환 정권 시절 삼청교육대의 프로토타입으로, 박정희 정권의 민간탄압 중 하나이자 서산의 흑역사로 기억되고 있다.

오는 24일 개봉되는 영화 <서산개척단>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쓴 두 번째 탄원서가 공개된다. ‘서산개척단’의 생존 피해자들이 문 대통령에게 제출한 탄원서는 무려 반세기를 묻어온 피맺힌 울분과 설움의 호소일 뿐 아니라, 국가에게 속고 또 속은 상세한 전말까지 담았다.

“개간이 끝나면 땅을 무상 분배한다”는 약속을 전제로 박정희 정권은 고아원 출신 등 무연고 젊은이들을 납치해 남성들을 강제로 노동시켰고, 무작위로 짝지은 200여 쌍 남녀를 강제로 결혼시켰다. 또한 ‘어머니 사랑, 정신 보신탕’이라는 몽둥이로 수없이 폭력을 휘두른, 그래서 가히 ‘생지옥’ 속을 살아야 했으며, 당시 이를 ‘새 출발’이라고 거짓 선전하는 등 박정희 정권의 파렴치한 부조리를 낱낱이 파헤친 사회 고발성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57년간 묻어둔 피맺힌 진실, 우린 국가의 노예였다’라는 메시지를 냉엄하고 애잔한 톤으로 묵직한 팩트를 생생하게 피를 토하듯 고발한다.

1961년 박정희 정권은 ‘대한청소년개척단’의 이름으로 전국에서 청년과 부녀자들을 납치해 개처럼 다뤘다. 이들은 매일 맞고, 무임금으로 일하면서 오직 분배될 땅만 생각했다. ‘고생은 땅으로 보상한다’라는 국가의 약속을 믿고 청춘을 바쳤다.

하지만 황무지가 옥토로 바뀌자 국가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바꾼다. 이들에게 던진 한 마디는 “‘서산개척지’는 국가 소유다”라는 기막힌 통보뿐이었다. 박정희 정권의 ‘대국민 사기극’은 이렇게 완성되었던 것이다.

영화는 또 당시 간척사업에 미국 ‘공법 PL-480’에 따라 1조6천억원(현 시세)의 원조금을 미국 정부로터 받았으나, 서산개척단원들에게는 단 돈 1원의 인건비도 제공된 바가 없었다는 사실을 '프레이저 리포트'를 근거로 폭로한다. 추정컨대, 원조금은 중간에서 횡령했거나 또는 박정희 정권의 통치자금으로 흡수, 전용됐을 가능성이 크다.  해외 원조금 집행에 대한 결정은 당시 김종필 중앙정보부장의 판단으로 실행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조훈 감독은 “그렇게 큰 돈이 모두 정치자금으로 다 쓰였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정치자금으로 전용되거나 중간에서 사적 횡령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현재 서산에 남은 생존 개척민들은 10여명에 불과하고, 대부분 일흔이 넘은 노인들이다. 이들은 “한은 묻었다. 그러나 박정희 각하의 죄는 묻겠다”며 소름 끼쳤던 과거의 악몽을 떠올렸다.

영화 <서산개척단>은 가슴을 후려치는 메시지 못잖게 스펙터클한 영상, 스토리텔링, OST 등 영화적 요소도 제대로 갖추고 있어 근래 보기 드문 완성도 높은 웰 메이드 다큐멘터리다.

12세 관람가로, 24일 개봉한다. 상영시간은 76분으로 짧지만 묵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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