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기자의 눈] 오월이 전해준 선물
    [시민기자의 눈] 오월이 전해준 선물
    • 이희내
    • 승인 2018.05.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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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내 방송작가, 대전대학교 외래교수

    [굿모닝충청 이희내 방송작가, 대전대학교 외래교수]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 매년 만나지만 늘 새로움으로 가득한  계절, 봄.

    1989년 봄에 나는 ‘해마다 봄이 되면’의  시의 한 구절처럼  ‘봄처럼 새로운’ 여고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다.

    이 곳에 처음 도착했을 때, 나는 당시 워너비 사랑을 받았던 만화영화 캔디의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가톨릭 수녀들이 운영하는 '포니의 집'이라는 고아원에서 자란 주근깨 투성이의 캔디, 세상에 외톨이가 된 캔디에게 항상 희망과 용기를 주었던 수녀님들을 보며, 논산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대전으로 유학을 온 나에게 수녀 선생님들은 캔디의 조력자였던 그들처럼, 내게도 역시 희망과 용기를 주는 존재들로 느껴졌다.

    무감독고사를 통해 정직과 신념의 정도를 걷게 되었고, 경쟁적인 구도 속 공부와 순위 다툼보다, 남을 위한 배려와 사랑을 먼저 가르쳤던 나의 모교.

    그래서 지금의 내가 존재하는 지도 모르겠다. 진정성이 내 삶의 모토로 성장하게 된 것도 다 우리 학교의 교육 덕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몇 년 전, 학교에서 초청 강의를 제안 받은 적이 있다. 고 3때 담임선생님이기도 하셨고, 당시 전교생들에게 일명 공포의 저승사자(?)라 불리셨던 조효기 선생님께서 후배의 방송학과 진학 상담을 하다 추천을 해주신 것이었다.

    어린 시절 청사진을 담은, 마음의 고향이었던 학교의 부름이었기에,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당도한 교정엔 푸른 하늘 사이로  하얗게 숨을 고른 목련과 초록빛 잔디 운동장이 날 반겨주었다.

    호수를 지구 위로 옮겨다 놓은 듯한 하늘. 얼굴을 스치는 부드러운 봄바람의 손길. 푸릇함이 무르익는 잔디 내음, 그리고 아이들의 꿈과 희망, 그리고 사랑이 꽃피는 교화 목련 나무들. 그 곳에 내일의 희망을 색칠하던 든든한 후배들이 있었다.

    방송작가가 꿈이라며 강의를 듣던 한 후배는,  어느 날 대학 강단에 선 나에게 인사를 해왔다.

    “예전 학교에서 선생님의 강의를 들었던 적이 있는 데, 너무 뵙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대학교 강의신청을 하다가 명단에 계셔서 신청을 해봤더니, 진짜 선배님이시네요.”

    흔히 여고시절을 ‘학창시절의 꽃’이라고 부른다. 그만큼의 감성과 영혼이 자유로운 시기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터질듯한 열정을 가슴에 담고  내일을 꿈꾸고 준비하는 건 여고생만의 특권이니까 말이다.

    총각선생님의 말 한마디에 가슴이  

    살얼음판 걷듯 떨리고                                       

    낙엽 굴러다니는 것만 봐도 자지러지게 웃으며

    만화책 속 여주인공이 모두 나로 대입되었던 추억의 그 시절.

    올바르게 자라도록 나의 가치관, 인생관을  인도해 주신 고마운 선생님들.

    기쁜 일, 슬픈 일 함께 나누고 이야기 하며 든든한 내 울타리, 버팀목이 되었던 성모의 친구들과 선후배님들.

    여고시절을 알차게 영글게 해준 동반자였던 그들과 함께 한 귀중한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이 사회에서 당당히 한몫을 해 내고 있는 것이리라.

    매스컴을 통해 자주 접하는 ‘교권의 추락’, 스승의 날 카네이션 선물 하나 받는 것도, 김영란법 위반이라는 세상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

    하지만 학교는 또 하나의 사회이기도 하지만 학생들에겐 가족들이 함께 사는 집이기도 하다. 나의 엉뚱함을 창조성으로 칭찬해 주시고, 힘든 일은 보다듬어 주며, 말도 안 되는 논리를 끝까지 들어주시고, 어드바이스를 해주셨던 선생님들이 계셨기에, 지금 사회를 올곧게 바꾸는 데 앞장서는 많은 선후배들이 있는 지도 모른다. 빵을 통해 삶의 가치를 창조하는 성심당의 김미진 대표나 환경운동가로서 대전의 허파 갑천과 충청의 젖줄 금강을 살리고 있는 최수경씨 역시 세상의 진정한 가치를 창출해내는 멋진 나의 선배들이며, 사회의 빛과 소금같은 존재로 함께 하고 있다.

    나는 수묵화의 묵향이 느껴나는 듯한 수필인, 피천득의 인연을 참 좋아한다. 너무나 사랑했기에 잊을 수 없었던 여인 아사코.

    세 번째는 아니 만났으면 좋았을 아사코에 대한 안타깝지만 아름다웠던 사랑의 표현들... 그래서 인지 ‘인연’이란 단어는 나에게 있어선 ‘사랑’보다 조금 더 특별하다.

    추억의 한 페이지를 곱게 수놓으며, 내 인생의 또 다른  동반자가 되어준 성모여고와 선생님들 그리고 친구들과의 인연은 영원히 사랑할 내 기억속의 아사코이며, 봄이 전해준 가장 소중한 선물이 아닐까 싶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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