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의 세상읽기] ‘미씽: 사라진 지방’
[김선미의 세상읽기] ‘미씽: 사라진 지방’
  • 김선미 언론인
  • 승인 2018.05.30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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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언론인

[굿모닝충청 김선미 언론인] 영화 속 사라진 ‘여자’처럼 ‘지방’이 사라진 지방선거

“천사 같던 그녀의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거짓보다 더 무서운 진실
그녀를 찾아야만 한다”

배우 엄지원, 공효진의 클로즈업된 얼굴이 포스터를 양분하며 뭔가 모를 섬뜩하고 서늘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

지난해 영화 관람객수가 2억2000만 명에 육박해 역대 최다를 기록하고 일 년에 천만 명 관람 영화가 두 편씩이나 탄생하는 한국 영화에서도 드물게 여성감독, 여성배우들이 투톱으로 나서 영화를 이끈 영화이다.

메가톤급 이슈 속 정책 공약 검증 실종, 유권자 무관심

6·1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뜬금없이 개봉한지 2년이 넘은 이 영화가 떠올랐다. <미씽: 사라진 여자>에서 ‘여자’ 대신 ‘지방선거’를 넣어 <미씽: 사라진 지방선거>로 패러디해 보자.

이번 6·13 지방선거의 현주소를 이보다 더 잘 드러낼 수 없을 만큼 절묘하다. 앞으로 4년 동안 지역을 위해 일할 광역지자체 시장, 도지사, 교육감, 기초자치단체의 시장 군수, 구청장, 광역의원 기초의원을 뽑는 지방선거가 영화 제목처럼 사라졌다.

선거일까지 불과 2주일도 남지 않았고 여야가 중앙선거대책위원회로 체제를 전환하면서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했음에도 지방선거 분위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남북정상 회담으로 시작된 ‘메가톤급’ 외교·안보 이슈가 거대한 쓰나미처럼 지방선거 이슈 자체를 집어삼키면서 후보들만 바쁠 뿐 유권자들은 냉랭함을 넘어 무관심이다.

지방선거 국면에서도 지역정치가 주인공 되지 못하는 현실

평소 지방자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이들조차 심지어 지방선거에 가장 관심이 모아지는 광역단체장 주요 정당, 교육감 후보로 누가 등판했는지도 모른다. 기초단체장, 의원 후보는 말 할 것도 없다. 당연히 지역 이슈도 사라졌다. 지역의 발전과 미래를 결정할 정책·공약의 쟁점, 검증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책 검증 자리는 네거티브가 차지하고 있다.

후보자 자질과 능력, 공약과 정책 검증의 플랫홈이 되어야 할 지역의 언론 보도 역시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기는 역부족이다. 우선 양적인 면에서도 열악하기 그지없다.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이 5월8일에서~11일까지 4일 동안 대전지역신문의 지방선거 보도를 모니터링한 결과, 하루 평균 1건 정도만 1면에 배치하고 1면 나머지 부분은 중앙정치 관련 내용으로 채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선거 국면에서도 지역정치가 주인공이 되지 못한 것이다.

지역언론도 지역 이슈 홀대 1면도 상당부분 중앙정치 중심

보고서는 대전의 현안 과제인 월평공원 민간특례사업, 유성 복합터미널 사업 등 지역의 주요 쟁점 현안과 관련 한 정책 검증이 필요함에도 각 정당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비교·검증하는 보도는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밝혔다. 지방선거의 정책 의제가 실종된 것이다.

선거일이 임박하면 상황이 나아질 수 있겠지만 그간의 언론 보도를 보건데 정책 검증 보다는 후보나 정당의 이벤트, 네거티브를 경마식으로 보도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영화를 뜬금없이 떠올린 것은 비단 제목 때문만은 아니다.

영화는 한국사회에서 여성이 처한 열악하고 차별적인 현실을 유괴라는 영화적 장치에 모성애를 키워드로 담아내고 있다. 이혼 후 육아와 생계를 혼자 책임져야 하는 워킹맘, 매매혼으로 삶이 망가진 이주여성, 여성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폭력과 차별, 편견, 고통, 아픔 등등 여성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한국사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차별에 시달리는 여성의 삶, 홀대받는 지방의 처지 닮아

영화 제목에서 ‘여자’를 ‘지방선거’ 대신 ‘지방’으로 바꾸면 지방이 처한 현실을 이보다 더 잘 보여줄 수가 없다. 사라진 것은 지방선거만이 아니다. 말로는 지방분권, 지방균형발전을 강조하지만 여전히 모든 것을 소위 말하는 중앙이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중앙정치에 휘둘리며 ‘지방’이 실종되고 있는 것이다.

중앙 중심의 한국사회에서 홀대 받는 ‘지방’의 처지와 영화 속 차별과 홀대에 시달리는 여성의 삶은 닮아 있다. ‘여성’이 들어가는 자리에 ‘지방’을 넣어도 무방할 정도다. 그만큼 지방이 처한 상황이 열악하다는 얘기다.

지방선거는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진다. 2002년에는 48·9%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지난해의 56·8%는 1995년 1회 지방선거 투표율 68·4%에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었다. 사전 투표제와 ‘세월호 참사’라는 대형 이슈가 투표율을 높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역의 공기를 바꾸는 ‘내 한 표의 힘’ 과소평가 말아야

남북 정상회담 북미회담이라는 초대형 이슈가 지방선거 투표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단할 수 없으나 지방선거는 중앙정치가 아니다. 중앙정치에 매몰될수록 ‘지방’은 실종되기 마련이다. 내가 외면한 낮은 투표율은 민심과 동떨어진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나의 한 표가 현재 내가 발 딛고 숨 쉬고 있는 우리지역의 공기를 바꾼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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