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규의 자전거 역사문화기행-느림의 미학 청산도 라이딩 ②] 나무늘보에게서 배우는 삶의 교훈
[김형규의 자전거 역사문화기행-느림의 미학 청산도 라이딩 ②] 나무늘보에게서 배우는 삶의 교훈
  • 김형규
  • 승인 2018.06.0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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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 관광•슬로길 코스도.
첫날 자전거로 26.8㎞를 달린 궤적.

[굿모닝충청 김형규 자전거여행가] 청산도를 둘러보는 순서는 일정과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행자에게는 시계반대방향으로 돌 것을 제안한다. 전체 슬로길은 11개코스에 총길이가 42㎞쯤 된다. 거리를 감안하면 걷기 탐방은 적어도 3일은 걸린다. 청산도항에서 시계반대방향으로 1번부터 시작되는 슬로길은 서편제 영화촬영지, 봄의왈츠 세트장과 절경이 빼어난 범바위전망대 등 슬로길의 원투펀치를 전진배치했다. 11개 슬로길 코스와 별도로 대선산, 대성산, 대봉산, 오산, 보적산, 매봉산까지 등산하려면 더 많은 시간을 청산도에 붙들어매야 한다. 

자전거 라이딩은 어느 방향으로든 무방하지만 당일치기로는 역부족이다. 1박2일 일정으로 오더라도 청산도 도착 시점이 빨라야 첫날 일정을 충실하게 소화하고 다음날 돌아가는데 무리가 없다.

우리는 청산도항에서 청산중학교를 지나 지리해수욕장 방면으로 시계방향을 따라 11코스 ‘미로길’부터 역주행 했다. 마을이나 주요 뷰포인트가 나타날 때마다 안내판이 탐방객의 길찾기를 도왔다. 서쪽 해안길인 10코스 ‘노을길’은 낙조를 감상하기에 최적화돼 있다. 지리해수욕장을 지나 9코스 ‘단풍길’은 이름 그대로 단풍나무 가로수길이다. 청산도는 슬로축제기간과 가을 단풍철에 방문객이 집중된다고 한다.

시계방향으로 지리청송해변을 지나면 섬의 서쪽 노을길이 나타난다.
청산도 슬로길에는 곳곳에 인증스탬프를 찍는 무인부스가 있다.

8번코스 ‘해맞이길’은 국화리-진산리 구간이다. 북동쪽 해변을 라이딩하다보면 진산리 해뜨는 마을과 노적도 일출전망대 등 해오름 포인트가 보인다.

슬로길에 걸맞는 여행을 하기 위해선 목적지와 시간을 한정해놓고 길을 나서는 건 격에 맞지 않는다. 섬에서는 지도 한 장 들고 마음 내키는대로 발길 닿는대로 거닐거나 페달링을 하다가 되돌아오면 된다. 원하는 코스를 모두 답사하지 못했다면 쿨하게 다음을 기약하자. 길이 어두워지면 도로를 지나가는 아무 차량이나 붙들고 부탁하면 자리 한두개쯤 흔쾌히 내어줄 것이다.

청산도 해변도로 가로수는 단풍나무가 주를 이룬다.
노을길을 지나치니 북동쪽 해뜨는 마을이 탐방객을 기다린다.
청산도 주변 바다는 전복양식장이 너무 많아 아쉽다.

오전에 완도여객선터미널에서 청산도행 배에 오르기 전 터미널에 몰린 많은 인파를 보고 뜨끔했다. 낮 시간대에 청산도행 배를 타는 탐방객이라면 하루 이상 묵을 사람들로 보였다. 숙소를 예약하지 않은 우리는 곧바로 터미널 관광안내센터로 가 숙박예약 도움을 청했으나 직원은 “걱정할 필요 없다”며 웃었다. 청산도항에 내려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자전거라이딩이나 도보 탐방이 낯선 모양이다. 대다수 관광객은 버스를 타고 빠르게 섬을 한바퀴 돌거나 청산도 항구에서 멀지 않은 영화ㆍ드라마 촬영지와 범바위 전망대 등 명소 한두 곳만을 엄선해 사진 몇장 찍고 저녁배를 타고 돌아간다.

노적도 일출전망대. 날씨가 좋은 날에는 멀리 거문도까지 보인다고 한다.
청산도 이미지와 어울리는 거리이정표가 친절하게 세워져 있다.
돌담과 꽃이 어우러져 청산도만의 개성을 살린 미용실 풍경.
청산도 곳곳을 노란색으로 물들이는 유채꽃단지.
폐교를 활용한 슬로푸드체험관과 펜션.

해안도서를 여행한다는 건 일상속에서 실타래처럼 얽힌 머리와 마음을 시원하고 푸르른 바다풍경으로 갈아끼우겠다는 의지다. 청산도를 비롯한 완도 일대 바다에는 전복양식장이 너무 많다. 섬에서 내려다 보이는 바다에는 어김없이 양식장이 눈에 걸린다. 최근 전복 가격이 폭락해 감자 한 알 가격만 못하다는 뉴스를 접했다. 과잉 생산이 주요 요인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전복양식산업으로 인한 지역 경제활성화도 중요하지만 섬 주위를 온통 양식장으로 에워싸는 건 생각해볼 일이다.

일본의 문화인류학자이자 재일교포인 쓰지 신이치(한국명 이규)의 저서 ‘슬로라이프’를 보면 ‘나무늘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쓰지 신이치는 느림보 나무늘보에게서 배울 교훈 몇가지를 제시했다. 하루종일 나무에 달라붙은 채 움직이지 않는 굼뜬 나무늘보에게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계속>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김형규 
자전거여행가이다. 지난해 아들과 스페인 산티아고 자전거 순례를 다녀왔다. 이전에는 일본 후쿠오카-기타큐슈를 자전거로 왕복했다. 대전에서 땅끝마을까지 1박2일 라이딩을 하는 등 국내 여러 지역을 자전거로 투어하면서 역사문화여행기를 쓰고 있다.
▲280랠리 완주(2009년) ▲메리다컵 MTB마라톤 완주(2009, 2011, 2012년) ▲영남알프스랠리 완주(2010년) ▲박달재랠리 완주(2011년) ▲300랠리 완주(2012년) ▲백두대간 그란폰도 완주(2013년) ▲전 대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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