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의 눈] 평양냉면 단상
[시민기자의 눈] 평양냉면 단상
  • 홍경석
  • 승인 2018.06.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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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석 수필가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굿모닝충청 홍경석 수필가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결혼식을 올린 뒤 해외로의 신혼여행을 마친 아들과 며느리가 집에 왔다. 머나먼 모리셔스로 떠난 지 얼추 2주 만에 온 것이다. “외국이라서 김치찌개랑 된장찌개가 퍽이나 그리웠겠구나?”

끄덕이는 아들 내외와 아내와 장모님까지 모시고 돼지갈비를 잘 하는 식당으로 갔다. “우선 갈비부터 주세요.” 소주와 맥주까지 마시자니 배가 불렀지만 술을 못 하는 며느리와 장모님께선 별도의 음식을 드셔야 했다. 그건 바로 냉면!

당시 식당의 대형 TV에서는 마침맞게 남북정상회담과 연관된 뉴스가 방송되고 있었다. 더불어 정상회담의 만찬 메뉴로 상에 올랐다는 옥류관 평양냉면이 눈길을 끌었다. “어머니~ ‘물냉’ 드실래요, ‘비냉’ 시킬까요?” “난 물냉면.”

“새 아가, 너는?” “저는 비빔냉면 먹을게요.” 아들도 물냉면을 주문했다. 평양냉면은 메밀가루를 익반죽해 냉면틀에 눌러서 국수를 빼내어 삶아 먹는 면(麵)이다. 갈수록 더워지는 지금이 냉면으로선 더더욱 환영받는 음식이다.

대부분의 갈빗집에서는 냉면을 판다. 따라서 갈비를 먹은 뒤에 냉면을 먹지 않으면 ‘실정법 위반’이다. 십여 년 전 중국여행을 간 적이 있다. 모 문학공모전에서 수상자가 돼 공짜로 갔다. 항주와 소주, 상해와 북경을 거치는 여정(旅程)이었다.

한데 중국음식 특유의 느끼함 때문에 입에 맞는 게 거의 없었다. 그래서 애먼 컵라면(출국 시 가져간)과 팩소주를 밤에 호텔서 자기 전에 먹는 게 그나마 즐거움이었다. 중국에서의 마지막 날 저녁은 북한식당인 ‘해당화’에서 했다.

우리와 같은 한민족이라지만 왠지 그렇게 멀게만 느껴지는 북한여성들이 한복을 입고 우리를 맞았다. “음식은 뭘로 드시갔습네까?” 북한인 특유의 억양에 피식 웃음이 났다. 우린 상의 끝에 평양냉면과 비빔밥으로 통일했다.

식탁에는 들쭉술과 순대, 흰묵무침에 불고기와 버섯볶음, 나물무침과 무나물에 배추김치까지 올랐다. 그런데 역시나 평양냉면의 맛이 정말이지 기가 막혔다. 적당히 잘 익은 배추김치 역시 압권이었다.

해당화 식당의 종업원 북한 처자들은 ‘반갑습니다’와 ‘휘파람’, ‘아직은 말 못해’와 ‘울고 넘는 박달재’를 직접 연주까지 하면서 노래를 불렀다. 배우 뺨치는 미모와 뛰어난 연주 실력으로 보아 그들은 아마도 평양 출신의 선택된 재원(才媛)들로 보였다.

외국으로 허니문 출국을 하였던 아들 내외가 여행 내내 사무치게 먹고팠던 게 바로 배추김치와 냉면이었단다. 냉면은 더운 여름에 더 잘 끌리는 음식이다. 그러나 이열치열(以熱治熱), 아니 이냉치냉(以冷治冷)이랬다고 되레 추운 겨울에 먹어야 더 맛있다고 하는 이도 있다.

더운 방에서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냉면을 먹는 것이 더욱 진미라나 뭐라나. 남북정상회담이 잘 되길 바라는 건 남한 국민과 북한 인민들 모두의 갈망일 것이다. 해빙의 남북관계가 ‘종전선언’에 이어 남북화해 모드로의 완전한 치환이란 역사적 홍곡지지(鴻鵠之志)의 결실을 맺길, 더불어 이 봄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줄곧 이어지길 소망한다.

그래서 부산에서 출발한 열차가 평양에서 정차할 때 덩달아 평양냉면까지 맛본 뒤에 중국이든
러시아로의 여행까지 이뤄진다면 오죽이나 좋을까!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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