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아베 일본 총리가 한반도 문제에서 일본이 배제되는 '재팬 패싱'의 저주를 씻어내기 위해 6일 미국을 방문한다.
6∙12일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에 전에 없이 유연성을 보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다시 ‘강성’으로 되돌려 놓으려는 노림수다.
하지만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은 "'최대한의 압박'이라는 표현은 더 이상 쓰고 싶지 않다"고 말해, 아베의 노림수가 통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극히 낮다.
최근 북한 비핵화 해법으로 ‘리비아식 모델’을 고집하던 볼튼 백악관 안보보좌관부터 당장 트럼프의 트위터에 바싹 긴장해야 하는 상황이 됐을 정도로, 트럼프의 생각을 바꾸기는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결론적으로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처럼, 일본은 진짜 ‘패싱’을 피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사실 ‘재팬 패싱’이라는 말은 지난 1998년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 방문 도중 일본을 건너뛰고 중국만 방문하고 돌아가자, 일본 언론들이 재팬 패싱(Japan Passing)’이라 부르면서 시작됐다. 일본을 방문하지 않고 그냥 지나쳐버렸다는 뜻으로, 일본식 엉터리 영어표현이다. 바로 잡으면 ‘스키핑 재팬(Skipping Japan)’이 맞다.
‘일본 따라 하기’에 아주 익숙한 우리나라 보수언론과 정치인들이 이를 놓치지 않고 만들어낸 신조어가 ‘코리아 패싱’이다. 국내에서만 쓰이는 엉터리 용어로, ‘국제적인 이슈를 다룰 때 한국이 소외 당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뜻으로 통용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을 국빈 방문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에 관한 질문에 “한국을 건너뛰는 일은 없을 것(There will be no skipping South Korea)"이라며, ‘코리아 패싱’이 아닌 ‘Skipping Korea(코리아 스키핑)'를 사용했다.
요컨대, 지나친 노파심과 우려에서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의미의 ‘패싱’이라는 엉터리 표현을 즐겨쓰는 이들에게는 결국 ‘패싱’을 자초할 수 있음을 국내외 정치인들이 특히 되새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