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6월의 국립대전현충원을 걷다
[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6월의 국립대전현충원을 걷다
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의 ‘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79)
  •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 승인 2018.06.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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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보훈(報勳)’이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공훈에 보답하다’라고 나와 있다. 우리라는 공동체가 생활하고 있는 물리적, 정신적 영역을 지키는 일을 공훈이라고 한다면, 공훈을 위해 한 생을 던진 사람들이 바로 유공자이다. 그리고 그들의 정신을 기리는 일이 보훈이다.

이런 맥락을 따라가 보면 가장 큰 보훈은 역시 지금 우리가 영위하고 있는 삶의 터전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어 후손에게 전해주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현충일과 한국전쟁이 발발발한 6월 25일이 있는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이 하루가 다르게 요동치고 있는 2018년 5월의 끝자락에서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보는 일은 그래서 뜻 깊다.

국립대전현충원은 유성에서 공주를 향하는 현충원로 오른쪽의 너른 땅에 위치하고 있다. 북쪽으로 갑하산, 두리봉, 신성봉이 찬바람을 막고 있는 330만 제곱미터의 들에 10만 8000여 유공자들이 잠들어 있는 현충원은 이들을 국가원수, 사병, 경찰, 애국지사, 국가사회공헌자, 장군, 의사상자, 순직공무원 등으로 나누어 모시고 있다.

엄숙한 정적이 자리 잡고 있는 현충원의 들판은 6월을 준비하는 바쁜 손길과 막 끓어오르기 시작한 초록으로 활기를 띄고 있었다. 그 사이로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이 향하는 곳을 따라가 보았다. 바로 보훈둘레길이 시작되는 곳이었다. 보훈둘레길의 외형을 보면 국립대전현충원의 외곽을 따라 크게 도는 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2007년 조성하기 시작해 2017년, 총 길이 10.04㎞로 완성된 보훈둘레길은 현충원이 가지고 있는 자연환경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보훈이라는 정신적 의미를 새길 수 있는 뜻 깊은 길이다. 이런 의미에서 예비역 군인인 한 네티즌의 ‘감동의 참배 트레킹’이라는 말은 감동과 재미를 함께하고 있다.

길이 조성되자 수많은 사람들이 찾기 시작하며 대전의 걷고 싶은 길 12선에 꼽히기도 하였다. 한해 대략 300만 명이 국립대전현충원을 찾고 있는데 이중 200만 명의 참배객과 더불어 보훈둘레길을 찾는 사람들이 100만 명에 이르고 있다.

보훈둘레길을 찾는 사람들도 다양하다. 인근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물론, 대전의 시민들이 휴식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전국의 산악회에서 찾아오는 3시간 정도로 여유 있게 걷는 트레킹 코스로도 인기가 많다.

인기에는 이유가 있다. 먼저 단순한 걷기 코스가 아니라 모든 길 위에서 나라와 자신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환경을 가지고 있다. 무지개빛으로 나뉜 7개의 길 중, 제일 먼저 완만한 산길로 이루어진 빨강길에 들어서면 구절초 등, 꽃들의 군락과 함께 호국철도를 만난다. 모든 길은 오른쪽에 묘역을 끼고 있다. 기하학적으로 열을 맞춘 묘비들이 한없이 가벼워지는 감정을 붙든다.

두 번째 주황길은 아담한 연못과 징검다리, 대나무 숲길로 이어지다 국가원수묘역을 지난다. 삼림욕, 암반수와 함께 치유를 느낄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세 번째 만나는 노랑길은 한 바퀴 도는 원형 길로 연못 충혼지에서 목이 긴 새를 만나고 과수원을 지난다. 네 번째 초록길은 계곡을 지나는 숲길로 배롱나무와 대나무가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느낄 수 있다. 파랑길은 자연산책로이면서 현충원의 전체 모습과 갑하산의 얼굴을 살필 수 있다. 쪽빛길에서는 전망대와 벚꽃 장관을 만나고 마지막으로 보라길은 계절에 따라 억새와 단풍을 즐기면서 다시 정문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보훈둘레길을 다 돌았으면 현충원의 진정한 의미를 만나야 한다. 홍살문을 지나 웅장한 호국분수탑을 바라보면서 현충문 앞에 이를 것이다. 그리고 현충탑 앞에서 서서 한번 깊게 고개를 숙여야 한다. 나라에 몸과 마음을 바친 이들을 생각하는 일은 다시 우리의 미래를 고민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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