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의 눈] 꽃은 심는 것보다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
[시민기자의 눈] 꽃은 심는 것보다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
  • 손석현 충청남도자원봉사센터 행정지원팀장
  • 승인 2018.06.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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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현 충청남도자원봉사센터 행정지원팀장

[굿모닝충청 손석현 충청남도자원봉사센터 행정지원팀장] 지난 주말에는 시골에서 포도농사를 지으시는 부모님의 일손을 거들기 위해 고향을 찾았다. 노지 포도와 다르게 비닐하우스(시설)안의 포도는 일찍이 따뜻한 기운을 받으며 자라서인지 제법 씨알이 굵었다. 몇몇 송이에서 보라색을 띄는 걸 보니 6월 말쯤이면 새콤달콤한 포도를 맛볼 수 있을 거 같다. 수확을 앞둔 포도농장에서 내가 한 일은 끝도 모르고 쭉쭉 뻗어나가는 나무 가지 끝을 잘라주는 일이었다. 일명 포도나무 순지르기 작업. 초목의 곁순을 잘라내는 작업을 흔히 순지르기라고 한다. 그러니까 포도나무의 원가지와 잎 사이에 나오는 가지 및 끝순을 잘라내는 일이다. 이렇게 곁가지를 자르고 원가지 끝순을 자르는 이유는 영양분을 포도 열매에 더 가도록하기 위함이다.

좋은 과실을 얻기 위한 일이라지만 여간 고된 일이 아니다. 오전 내내 머리와 두 손 높이 쳐들고 일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몇 시간째 벌을 서고 있는 형국이다. 평소 잘 쓰지 않던 근육을 쓰다 보니 팔과 어깨, 목 어느 곳 하나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노년에 할 일 없으면 시골에서 농사나 짓지”라는 말은 결코 함부로 해서는 안 될 말이다. 오후에는 자리를 옮겨 마당 앞에 자리한 소나무 가지치기 작업에 나섰다. 제 멋대로 자란 불필요한 곁가지를 잘라내고 가지 하나하나 모양 잡아주니 제법 소나무다운 기품을 자랑한다. 잘라낸 가지 옆으로 새로운 순과 잎이 돋아나면 더욱 풍성한 소나무의 자태를 볼 수 있으리라. 

흔히들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 한다. 독자 여러분은 지난 6.13 지방선거를 통해 지역에 어떤 민주주의 꽃을 심었는지 사뭇 궁금하다. 앞선 포도나무와 소나무의 관리에서처럼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좋은 꽃을 골라 심은 것 못지않게 앞으로의 4년을 어떻게 보살피고 가꾸어 나갈 것이냐가 매우 중요하다. 그저 꽃을 심어 놓고 물주기나 영양분(퇴비) 주기에 소홀하면 금세 시들어 버리거나 말라비틀어지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가 심은 꽃이 아니라고 나몰라라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앞으로 4년, 우리는 각자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된 지역 일꾼들이 선거과정에서 약속한 다양한 정책과 공약들이 어떻게 이행되고 있는지 끊임없이 살펴보고 관심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각자는 지방자치의 주인이라는 시민적 권리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시민의 역량이 성숙해야 지방자치의 제도와 수준도 함께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주민들이 다양한 직접 참여 제도를 통해 정책결정이나 집행 과정에 참여하고 영향력을 행사하여 건강한 지방자치의 발전을 견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방자치법에서 보장된 주민조례제정 및 개폐청구, 주민감사청구, 주민소송, 주민소환, 주민투표 등이 그것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민참여예산제를 도입하여 예산편성의 과정에 지역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외에도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참여를 통해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참여하거나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것, 환경단체, 소비자 단체, 인권단체, 자선단체 등 다양한 섹터의 시민단체나 봉사 단체에 회원으로 참여하는 것, 스포츠나 댄스 등 비슷한 취미를 가진 이들의 결사체인 각종 모임 활동에 참여해 보는 것, 미술이나 음악 등 자신이 가진 특정 재능을 이용하여 타인에게 교육하고 전수하는 활동 등이 그것이다.

작은 생명의 꽃 하나를 가꾸는 일에도 수많은 정성이 필요하다. 하물며 우리의 삶의 질을 결정하고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와 민주주의를 가꾸는데 쉬운 일이 없다. 그럼에도 우리가 함께 가꾼 그 꽃이 하루가 다르게 자라 훗날 아름다운 향기를 곳곳에 흩날렸으면 좋겠다. 반대로 정성 다하여 가꾼 꽃이 제멋대로 자라면 4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꺾어 버리거나 뽑아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6.13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지역일꾼들은 기억하길 바란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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