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지난 지방선거에서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던 메가톤급 이슈는, 이재명 경기지사 당선자의 여배우 스캔들이었다.
그런데 치열한 진실 공방전으로 선거 막판까지 판세를 요동치게 했던 이슈 한 복판에는 시사인 주진우 기자가 생뚱맞게 자리했다.
바른미래당 김영환 후보의 '김부선-주진우 통화 녹취록' 폭로에 이어, 공지영 작가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의혹의 대상으로 급부상한 주 기자는, 스캔들의 진실을 말해주는 ‘스모킹 건’과 같은 취재 대상으로 변질되어버린 것이다.
한 순간에 본의 아니게 당사자가 돼버린 그는, 그러나 지금껏 일언반구조차 입 밖으로 말을 꺼내지 않은 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태다.
가까이서 이를 죽 지켜보던 동료 기자 김모씨가, 18일 참다 못해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이 알고 있는 바를 모두 털어놓았다. 전혀 뜻하지 않게 애매하고 곤궁한 처지에 빠져들었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에 만신창이가 된 주 기자를 대신해 오롯이 실상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시사인 편집국장을 지낸 그는 이날 “주 기자가 늘 정의롭고 신중한 판단을 하는 기자가 아닐지도 모른다”며 “이런 일에 끼어든 것 자체가 기자로서 적절한 행위였는지에 대한 논란도 있을 수 있다”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이어 “그렇지만 근성과 자긍심을 지키려 노력하며 살아온 한 기자의 명예가, 지난 2주간 헌신짝처럼 짓밟히는 것을 보며,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을 무릅쓰고, 내가 알게 된 팩트를 공유하고자 나선 것은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제 두 사람 주장의 진실을 가리는 일은 경찰로 넘어갔고, 선거 때까지는 유권자와 사건 관련자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해서, 선거 이후로는 경찰 조사가 시작된 상황이라 침묵해야 했다”며 “주 기자가 이 문제에 대해 쉽게 입을 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주 기자가 스캔들에 ‘연루’된 경위를 소상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먼저 “6.13 선거를 앞두고, 김부선-주진우 녹취록 공개로 난리가 난 직후, A선배로부터 카톡이 왔다. ‘내가 김부선을 상담해주라고 주진우에게 부탁했던 건데, 일이 이렇게 돼 버려 너무 속이 상하다’는 내용이었다”고 이야기를 풀었다.
“그렇잖아도 스캔들에 왜 주 기자가 끼어들었는지 혼란스럽던 참이었다. A선배에게 확인전화를 걸었고, 선배의 얘기를 듣고 나니 의문이 풀렸다. A선배가 김부선 씨에게 전화를 받은 것은 2년 전이었다고 한다. 당시 SNS 상에 이재명 시장에 대한 비난 글을 올렸다가 소송 위협을 당하게 된 김부선 씨가 동향 출신이자 전직 언론인인 A선배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이에 A선배가 “나는 소송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며 주 기자를 소개해 줬다는 것이다.” |
그는 “이 대목이 주 기자가 이재명-김부선 문제에 끼어든 경위”라고 설명했다.
이어 “A선배는 나를 비롯한 후배 기자들에게 존경과 신뢰를 받는 언론계 대선배로, 나라도 A선배 부탁이라면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게다가 주 기자는 소송에 대처하는 법에 대한 책(<사법활극>)을 펴낼 정도로, 명예훼손 소송에 관한 한 ‘준 전문가’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요컨대, 일부 의혹과는 달리 주 기자가 이 문제에 끼어든 것은 이 시장의 사주를 받아서가 아니라 오히려 김부선 씨와 그녀의 처지를 딱하게 여긴 A선배의 부탁을 받아서였다는 설명이다.
“소송 관련 도움을 요청할 당시 김부선 씨는 무척 겁에 질려 있었다고 한다….김부선 씨는 이미 구속 전력이 있었던 터라 가중처벌이 될 것을 두려워했다. 감옥에 가기 싫다며 펑펑 울었다. 딸도 있는 사람이 구속되는 것은 막아야 할 것 같았다고, A선배가 귀띔해줬다. 이에 주진우 기자에게 ‘김부선을 좀 도와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고, 김부선씨 또한 이런 과정을 알고 있었기에 소 취하 결정이 난 뒤 주 기자와 A선배에게 고맙다는 뜻을 전해왔다는 것이다.” |
그는 “이재명-김부선, 두 사람간 관계의 진실을 나는 모르며,. 내가 아는 바로는 A선배나 주진우 기자도 김부선 씨의 주장 외에 다른 사실관계를 알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그런 만큼 본인의 SNS 진술 번복 등으로 이미 상황이 꼬일 대로 꼬인 2016년 상황에서, 두 사람이 김부선 씨를 돕는 데는 한계가 있었을 거라는 게 내 나름의 추측”이라고 글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