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씁쓸한 대전진협 의학계열 설명회
[노트북을 열며] 씁쓸한 대전진협 의학계열 설명회
  • 김훈탁 기자
  • 승인 2018.06.2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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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김훈탁 기자]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이 있다. 아무 관계 없이 한 일이 공교롭게도 때가 같아 어떤 관계가 있는 것처럼 의심을 받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최근 대전진학지도협의회가 주최한 ‘2019 대입 의학계열 설명회’는 뒷맛이 개운치 못한 행사였다.
대전지역 사립고등학교 교사들이 주축이 된 사적인 연구모임 성격의 대전진학지도협의회(이하 대전진협)는 대학 입학사정관을 초빙한 무료 연수 행사를 종종 갖는다. 이번에는 ‘6월 무료 연수’라는 이름으로 의대 설명회를 열었다.

저녁 7시부터 9시까지로 예정된 이 행사는 교사와 학부모, 학생 등 대입에 관심 있는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는 행사로 홍보했다. 충북대와 대전대, 건양대 입학사정관이 강연자로 초청돼 해당 대학의 의학 계열 입시 관련 설명과 정보를 제공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제자들을 위한 교사들의 열정과 지역사회를 위한 아름다운 재능기부고 동시에 대학 입시를 홍보하기 위해 늦은 저녁의 개인 시간까지 할애한 열정적인 입학사정관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대전진협 교사들의 헌신에도 불구하고 무료 연수를 바라보는 학부모와 교육계의 시선이 마냥 곱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학부모와 ‘일 대 일 개별 상담’이 가능한 구조라는 게 색안경의 이유다.

대전진협은 자체적으로 ‘대전진협밴드’라는 온라인커뮤니티를 통해 무료 연수를 공지하고, 학부모들을 모은다. 이 밴드는 현재 3300여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다.
곱지 않은 시선에는 학부모 대상 무료 연수가 밴드를 통해서만 알 수 있다는 점도 한 몫 한다. 지난 14일 열린 ‘의대 설명회’도 밴드를 통해 공지됐다.

이날 참가 대학들도 설명회에 대해 대학 자체적인 공지는 하지 않았다. 입학전형을 널리 알리는 것이 목적이라면 일선 고교나 언론 등을 통해서도 널리 알리고 홍보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은 것이다.

둘 중 하나다. 대학 입시가 ‘깜깜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홍보 의지의 부족이거나 아니면 입학사정관 개별 친분에 따른 행사 참석이다. 어느 쪽도 박수를 받기는 힘들어 보인다.

결론적으로 이날 행사는 모든 색안경에 개연성을 부여했다.
대전진협 교사들과 일부 입사관은 영상 PD를 대동하고 취재 중이던 기자에게 행사 중간 촬영 중단을 요구했다. 기자로선 취재를 거부당한 셈이다. 카메라 때문에 여러모로 불편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참석한 교사와 학부모들에게 어떻게든 ‘팁’을 주고 싶은데 기록으로 남는데 대한 부담 때문에 제대로 말하기가 어렵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례 등을 통해 입시관련 팁을 제공하는 것이 학부모를 모아두고 직접 이야기하는 것은 가능하고 그것을 촬영하는 것은 안된다는 논리는 도무지 납득이 어렵다. 대입에 관심 있지만 사정상 참석하지 못한 수많은 수험생과 학부모를 위해 취재를 하는 것이라는 항변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것이 과연 공정한가 라는 의구심마저 드는 대목이다.

한편 내용을 떠나 촬영 자체가 불쾌하다는 입장도 있었다. 강연자료로 활용된 개인정보 노출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이 또한 영상 편집을 통해 처리가 가능한 부분이기 때문에 중간에 취재를 중단할 명분은 부족해 보였다.
‘대입에 관심 있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행사’라던 타이틀이 무색한 상황이었다. 아무리 공공성으로 포장한다고 해도 이날 행사는 분명 공정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아 보인다.

대전진협이 세간의 색안경을 지우는 방법은 간단하다. 교사 연수라는 본연의 기능으로 돌아가면 된다. 쓸데없이 학생과 학부모들을 불러 모으고, 개별 컨설팅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이유가 없다. 그리고 진학지도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열정을 각자의 학교 제자들에게 쏟아부으면 된다.

저마다의 학교와 교실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의 존경을 받는 대전진학지도협의회의 초심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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