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주(住)생활’, "자연과 과학을 담았다"
우리나라의 ‘주(住)생활’, "자연과 과학을 담았다"
학생기자단과 함께 하는 교실 속 NIE, ‘역사 진로직업 체험’ - 건축가
  • 권성하 기자
  • 승인 2018.06.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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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집은 선사시대 신석기와 청동기를 대표하는 주거형태다.

[굿모닝충청 권성하 기자] 집은 인간의 건축물 가운데 가장 최소단위다. 잠을 자고, 비나 눈을 피하고, 들짐승으로부터 가족을 지키는 울타리이기 때문이다.

선사시대 구석기 때의 집은 원초적이고, 자연적인 형태다. 동굴이나 풀, 나무를 이용한 막집이 대표적이다. 자연에서 얻어지는 것을 그대로 활용했기 때문에 편리성과는 동떨어진 형태다.
온전한 집의 형태는 신석기에 와서야 나타난다. 바로 ‘움집’이다. 농경생활은 유목민의 삶을 땅에 정착하게 했고, 비, 바람, 눈을 피하고 사나운 짐승으로부터 안전을 지키는 집의 원형이 갖춰지게 된다.

막집과 움집은 뭐가 다를까? 막집은 집 안의 땅바닥이 평평하고, 이동 생활에 쉽게 만들어졌다. 반면 움집은 원형이나 사각형으로 땅을 파고 주변에 기둥을 세우고 풀이나 나뭇가지, 갈대 등으로 엮은 지붕을 덮었다. 난방이나 취사를 위한 화덕이 중앙에 설치되다 보니 환기와 조명을 고려해 이중 지붕의 형태를 띠기도 한다. 신석기 후기에는 화덕이 가장자리로 옮겨지며 반지하에서 지상가옥에 가까운 형태로 진화했다.

충남 논산의 명재 윤증선생 고택의 대청마루. 대청마루는 여름을 대표하는 한옥의 구조다.(사진출처=한국학중앙연구원)
온돌은 세계가 인정한 한국인의 독창적이고 경제적인 난방 시스템이다.

청동기시대에도 움집이 있었는데 강가 대신 야산이나 구릉에 집을 짓고 규모가 더 커진 직사각형 형태의 집이 나타난다.

우리 역사 속에서 대표적인 신석기 움집 유적은 황해도 봉산군 지탑리(3기 발굴), 평안북도 궁산리(5기), 서울 암사동(7기)가 발굴됐다.

서울 암사동 유적지는 1925년 한강에 홍수가 났을 때 발견됐으며 약 6000년 전의 집터와 토기, 도끼, 신석기류 등의 유물이 쏟아져 나온 신석기 최대 유적지다. 빗살무늬토기가 출토된 곳으로도 유명하며 1979년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됐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집의 형태는 ‘초가집’과 ‘기와집’이다. 초가집은 신석기시대부터 비롯됐다. 나무를 이용해 기둥을 세우고, 돌과 황토를 섞어 벽을 만든 뒤 볏짚으로 지붕을 얹은 형태이다. 농경사회에서 짚은 가을이면 해마다 얻을 수 있는 재료다. 서민 누구나 추수를 끝내면 구할 수 있는 재료여서 오랫동안 한국의 주거 형태의 한 축을 유지했다.

한옥은 지붕의 재료에 따라 기와집, 너와집, 샛집, 굴피집 등으로 불린다.(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기와집은 흙을 구워 만든 기와를 이용해 만든 집이다. 문헌상에는 중국 주나라 때 처음 나타난다. 무거운 기와지붕을 지탱하기 위해 기둥 나무도 굵고 튼튼한 값비싼 소나무가 이용됐다. 받침돌과 주춧돌 위에 기둥을 세워 기와를 얹은 기와집은 내구력이 뛰어나 보통 200년 이상 보존돼 문화유산으로 기록될 정도다.

초가와 기와집은 공통점이 있다. 자연친화적이라는 점이다. 자연에서 얻은 짚과 흙, 나무, 돌 등은 활용이 끝난 뒤에도 자연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우리의 한옥이 기후 조건에 적응하면서 발전했다는 것이다.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하고, 여름은 무덥고, 겨울은 매우 추운 대륙성기후다. 계절마다 바람의 방향이 달라지고, 장마와 태풍이 여름에 집중돼 있다. 우리의 초가와 기와집을 유심히 보면 주춧돌이나 집의 크기보다 지붕이 크다. 여름철 집중호우에 대비한 조상들의 지혜가 엿보인다.

덥고 추운 기후에 맞춤형으로 발전한 한옥의 특징은 ‘대청마루’에서도 찾을 수 있다. 대청마루는 ‘큰 마루’라는 뜻으로 우리나라의 고유한 건축구조다. 바닥이 트여 있어서 바람이 드나들어 시원함을 유지하도록 만들어졌다. 보통 한옥 중앙에 대청마루가 있고, 양쪽으로 방이 배치돼 마루가 우물 ‘정(井)자’ 모양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청마루 바닥 뿐만 아니라 건축의 뒷문을 들어 올릴 수 있게 판문을 달아 여름에는 앞뒤에서 맞바람이 들도록 했다. 여름에 가장 시원한 대청마루는 오늘날 거실의 기능을 톡톡히 담당했다.

대청마루가 여름을 상징한다면 ‘온돌’은 겨울을 나게 하는 대표적인 구조물이다. 온돌은 아궁이에 불을 지펴서 구들장 돌판이 깔린 방을 따뜻하게 하는 장치다. 아궁이의 불에 가까운 곳이 아랫목, 먼 곳을 윗목이라고 한다.

온돌에는 수많은 과학 원리가 집약돼 있다. 일단 공기의 흐름을 이용한다. 뜨거운 공기는 위로, 차가운 공기는 아래로 내려가는 성질을 활용했다. 아랫목의 공기가 데워져 위로 올라가면 윗목의 차가운 공기가 아래로 내려와 바닥은 따뜻하고, 실내 공기는 적당하게 균형을 유지하는 형태다.

달궈진 돌이 천천히 식는 성질을 이용했다. 방 바닥을 만들 때 흙이 아닌 구들장을 깔아 뜨겁게 달궈지면 오랫동안 식지 않고 따뜻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매우 경제적이고, 독창적인 난방법이다.

싱크대와 보일러실을 합친 구조다. 온돌방은 흙으로 평평하게 부뚜막을 만들어 가마솥을 걸어두고, 음식을 조리하는 장소로 활용된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부뚜막까지 열이 전달돼 부엌에서 음식을 하면 자동으로 난방이 되는 구조다.

열 효율을 높이는 부넘기의 기능도 독특하다. 부넘기는 아궁이 안쪽의 고래와 연결되는 턱을 말한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불과 연기가 부넘기로 인해 위로 쳐들려져서 구들장에 가깝게 닿는다. 적은 양의 열로 구들장을 쉽게 달군다. 부넘기가 없다면 불과 연기는 고래를 그냥 통과해 방이 데워지지 않고 아까운 열량만 소비하게 된다.

굴뚝과 연기의 역할도 있다. 높은 굴뚝은 매운 연기를 잘 빠져나가게 하는 역할을 하고 빠져나온 연기는 집을 돌면서 세균을 없애는 역할을 했다.

온돌의 초기 형태는 고구려의 안악3호분 벽화 ‘부엌도’에서 살펴볼 수 있다. 벽화는 부엌 1채에 부뚜막이 있고, 굴뚝과 아궁이가 있다. ‘구당서’ 동이전에 따르면 “일반 평민 주택에서는 장갱을 만들어 난방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 장(長)은 ‘길다’라는 뜻이고, 갱(坑)은 ‘구덩이’를 뜻한다. 말 그대로 긴 구덩이라는 의미로 구들장은 없지만 온돌의 모습으로 짐작된다.

온돌이라는 용어는 조선 초기부터 사용됐다. 구들장이 있는 방 전체를 온돌방이라 불렀다. 오늘날에는 불을 지피는 온돌을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신 아파트 바닥 구조나 온수 매트 등이 온돌의 시스템을 차용한 것으로 이해하면 쉽다.

한옥의 지붕은 재료나 형태로 사는 이의 신분이 높고 낮음을 구별할 수 있다. 또 주변환경과 기후조건도 가늠할 수 있다. 한옥은 지붕에 따라 초가집과 기와집 외에도 너와집, 굴피집, 샛집 등이 있다.

너와집은 산간 마을의 집 형태다. 산에서 구하기 쉬운 나무판자를 쪼개서 차곡차곡 지붕에 깔고, 나무와 돌을 이용하여 지은 집이다. 맑은 날은 통풍이 잘 되고 비가 오면 습기를 빨아들여 지붕에서 물이 새지 않는다.

굴피집은 상수리나무 껍질로 지붕을 이어 만들었다. 여러겹의 굴피를 덮으면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추운 우리나라 기후에 맞는 산간 마을의 지붕이 된다. 하지만 굴피집은 다른 지붕들에 비해서 매우 초라하고, 누더기를 덮은 것처럼 지저분해 보인다.

제주도는 화산으로 만들어진 국내 최대의 섬이다. 섬 지역의 특성상 바람이 많이 불고, 돌담과 샛집이 발달했다. 샛집은 들이나 산에서 나는 갈대나 억새 등 야생풀을 지붕의 재료로 이용한 집이다.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는 울릉도는 우데기라는 독특한 집이 있다. 우데기는 집 바깥쪽에 처마 밑을 둘러싸는 나무기둥을 세워 나무판자나 볏집으로 둘러쌓은 형태의 외벽이다. 집을 짓고, 다시 한 번 외벽으로 둘러싼 집인 셈이다. 울릉도 우데기는 눈이 많이 오더라도 무너지지 않고, 내부가 복도식으로 돼 있어서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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