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스님의 ‘산방원려(山房源慮)’] 숨쉬는데도 돈이 드는 세상
[탄탄스님의 ‘산방원려(山房源慮)’] 숨쉬는데도 돈이 드는 세상
  • 탄탄(呑呑) 스님
  • 승인 2018.06.24 16: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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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呑呑) 스님 대한불교조계종 여진선원 주지 동국대 출강

초등학교 시절이니 훌쩍 사십여년 전 이야기 이다. 어느 수업시간에 땅을 파면 기름이 나온다는 중동에서는 물을 사서 먹어야한다는 교사의 말에 반의 아이들 모두가 믿기지 않아 하며 까르르 웃었던 꿈같은 옛일이 있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자원 빈국의 나라 대한 민국에 살면서 펑펑 기름을 물처럼 쓴다는 산유국 이야기는 교사의 다소 과장 된 표현 이었지만,물은 사먹어야 한다는 말이 어린 마음에 얼마나 충격적 이었는지 세월이 흘러도 잊혀 지지 않는다.
그 만큼 지난시절에는 맑은 물이 넘쳐 산천이 오염 되지 않았던 청정 무공해 였다.

그러 하기에 현대의 한국인에게는 아직도 물은 공짜라는 인식이 남아있다. 식당에서는 으례 자리에 앉자마자 물컵과 물부터 주는 게 당연하다. 만약에 식당에서 물값을 받겠다고 하면? 영업을 포기한 걸로 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사실 물에도 질이 있는 것이다. 좀 더 맑고 깨끗한 물을 마시는 데 우리는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 휘발유 1리터에 평균 가격 1550원, 생수 0.5 리터에 8백 원. 이미 기름보다 물이 비싼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엊그제 물 맛 좋은 500밀리리터 에비앙 물을 휴게소 에서 한 병에 1,500원에 사서 마셨다.

유럽의 빙하를 녹여 ‘핑크빛’ 물통에 담은 어떤 생수는 한 병에 휘발유 2리터 값도 넘는다.

물론 그 핑크빛 생수통 자체가 과시효과, 즉 베블런 효과를 내는 것처럼 인식되기도 하지만 어찌 되었건 이제는 사람들이 맑은 물에 돈을 내는 건 당연한 일이 되었다. 그만큼 맑은 물의 희소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물처럼 공기도 당연히 공짜라고 여겼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진 세상이다. 숨 좀 제대로 쉬려면 만만치 않은 댓가를 충분히 치러야 한다.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덮는 게 일상이 된 요즘에 마스크는 필수품이 되었다. 특히 65살 이상의 노인들과 어린이들에게 미세먼지는 치명적일 수 있으며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 65살 이상 남성의 3분의 1이 만성기관지 질환을 앓고 있다는 통계가 있을 만큼 노인들은 미세먼지에 취약한 상황이다. 더구나 어린아이들은 성인에 비하여 호흡기가 약할 수밖에 없으니 마스크 착용이 필수적 이다. 물론 성인들도 마스크 없이 외출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얼마나 입자가 더 작은 미세먼지까지 걸러낼 수 있느냐에 따라 KF80에서 KF94까지 번호가 정해진 보건용 마스크가 유통되고 있다. 개당 가격은 2천 5백원 안팎이며 4인 가족 기준으로 계산하면 만원 가량에 구매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마스크가 사실상 ‘일회용’이라는 것이다. 세탁을 하면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기능이 없어지기 때문에 재사용할 수 없고, 하루 8시간 이상 착용했다면 역시 기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재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매일 한 사람에 2천 5백 원꼴의 돈이 들어가는 것이다. 유럽 빙하를 녹인 ‘핑크빛’ 물통의 생수를 제외 하고 성인 한 명이 하루 2리터의 물을 마실 경우 이 만큼의 생수를 사려면 2400원이 필요하다. 결국 제대로 숨 쉬는 비용이 이미 하루 종일 생수를 사서 마시는 비용과 맞먹는다는 것이다.

산중에서 살아야 할 팔자가 도심 속 종교시설에서 살면서 탁한 세속의 공기를 나날이 흡입 하면서 건강 염려증이 걸릴 지경이고,이런 환경과 상황을 경제적 논리로 계산 해 본다면 또는 현실적으로 생계와 연결 하여 소 시민들의 입장에서 고려 해보면 굉장히 당황스러울 뿐이다.

경제학의 원론적 측면에서,경제학의 출발점은 자원의 희소성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설명한다. 그 희소성에 정도에 따라서 가격이 정해진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돈 주고 사야 하는 물건과 세상에 널리고 널려서 공짜로 쓸 수 있는 물건 또는 서비스를 나누어서 한 이야기 이다. 이 중에서 세상에 널리고 널린, 공짜의 대표 상품이 바로 ‘공기’였다. “우리가 공기는 돈 주고 사지 않았는데, 이런 걸 ‘자유재’라고 한다.” 그렇다면 자유재, 즉, 공짜의 대표 상품으로 어떤 걸 예로 들어야 할지 자못 궁금해 진다.

이제 정부도 더 이상 숨 쉬는 게 공짜가 아니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보건용 마스크 판매량은 2010년에 비해 지난해 60배가 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2010년 5억 7천 만 원어치 팔리는데 불과했던 보건용 마스크가 2017년에는 무려 337억 원어치가 팔린 것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일상적으로 사용했다는 뜻이며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고통을 받는 건 역시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일 것이다. 공과금 내는 것도 빠듯한 상황에서 숨 쉬는 데도 돈이 들어가다 보니 생활이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차라리 마스크 살 돈 아끼고 미세먼지 좀 마시겠다는 사람들까지 늘고 있다. 이제는 숨 쉬는 데도 빈부격차가 생기는 상황이 되고 있는 것이다. 

숨 쉬는데도 돈이 드는 세상 갈 수록 살아간다는 일 이 녹녹치 않은 현실이다.

대량 생산, 환경파괴, 더 이상 진행 되다가는 인간에게는 숨을 쉴 수 없는 지구가 될 것이 자명해진다.

좀 더 빠르게 좀 더 편하게 살려는 인간의 헛된 욕심이 초래한 지구의 위기와 자본의 굴레를 극복하는 길은,소비가 미덕인 자본주의의 ‘체질개선’ 일 뿐이다.

더 아끼고 줄이는 것이 환경오염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일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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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미소 2018-06-28 08:46:59
공감합니다.
우리사회가 수입이 증가되었다고 하지만 부과적으로 치뤼야하는 삶의 비용이 너무 높아져 실질 소득증대로 풍요로운 삶을 사는지는 의문이 듭니다.
환경보호가 또다른 생산이요 복지의 일환이라는 인식을 해야할것 같습니다.
산사의 맑고 청랑한 기운을 우리사회에 가득 불어넣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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