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충청권이 낳은 ‘정치거목’ 김종필 전 국무총리(JP) 별세에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3일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인 박범계 의원은 고인에게 가시 돋친 질문을 던져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박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JP와 직접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며 “노무현 대통령 당시 청남대에서 노 대통령께 특유의 걸걸한 목소리로 건의를 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대체로 ‘영욕의 정치인’, ‘명암이 교차한 정치인’, ‘영원한 2인자’로 평가되는 고인께 한 번 여쭤보고 싶은 말이 있었다”며 “‘왜 ‘충청도 핫바지’ 말씀을 했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는 “충청인의 캐릭터를 규정할 때, JP의 정치 역정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친 게 사실”이라며 “총리님께서는 그 핫바지 대접을 받는 것과, 스스로 언제나 2인자 처신을 하신 게 관계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느냐”고 물었다.
요컨대, 고인의 ‘핫바지’ 발언과 2인자적 처세 사이에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전제하면서, 그로 인해 JP와 마찬가지로 충청인들 역시 그런 부정적 이미지와 선입견에서 자유롭지 못한 굴레를 쓰고 있다는 듯 JP를 원망하는 뉘앙스로 읽힌다.
하지만 박 의원의 이런 인식은 ‘핫바지 발언’에 대해 오해가 깔려 있는 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 정확한 팩트는 1995년 김영삼 대통령의 측근들(YS계)이 JP의 퇴진압박을 하던 당시 김윤환 정무장관이 출입기자들과 간담회에서 꺼낸 발언이 ‘와전’된 것이 발단이 됐다.
‘핫바지론’을 맨 처음 꺼낸 이는 김 전 장관이고, 이로 인해 충청지역 정가가 발끈하면서 이후 지방선거에서 이슈화 됐으며, 자민련을 창당한 JP가 직후 열린 지방선거때 비로소 '핫바지' 발언을 하게 된 것이다. JP가 먼저 만들어 자가발전시킨 것은 결코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이에 다선의 현역 중진의원은 “대통령은 남북통일을 외치고 이번 지방선거를 이념과 지역구도 타파의 완결판이라고 말하는 시점에, 집권당 핵심을 자처하는 정치인이 지극히 편협되고 좁쌀 같은 무관용의 시각으로 고인의 어록을 폄훼하고 있는데 오만방자하다”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그러나 이날 페이스북 마지막 행과 이후 대변인 논평에서는 "삼가 총리님의 영전에 머리 숙여 조의를 표합니다"라는 애도를 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