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서상윤 Talk~톡 스피치 대표] 놀다! 하면 무슨 생각이 드시나요? 아마 긍정적인 생각보다는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떠오를 겁니다. 어린이들이 놀고 있으면 그 천진함이 칭송되지만 어른들이 놀고 있으면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는 아직도 우리 사회가 놀이문화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놀이는 아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성인들도 놀 줄 알아야 하고 놀이공간도 필요합니다. 경기도 안 좋고 살기도 힘 든데 무슨 노는 이야기냐? 하겠지만 60평생을 살아오면서 ‘경기가 좋으니 놀자’라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놀지 못하는 것을 외부의 환경으로만 돌리기에는 무언가 석연찮고 우리 인생도 너무 초라하게 느껴집니다.
네덜란드의 사회학자 하우징아는 인간을 ‘호모루덴스’ 즉 ‘놀이하는 인간‘으로 규정하면서 모든 문화현상의 기원을 ‘놀이’에 두었습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노는 인간이었음을 밝히고 놀이는 게으른 베짱이가 아니라 문명을 낳는 동력임을 강조했습니다. 즉 개인의 삶에서 놀이가 일상이 되는 세상을 상상하면서 인류의 역사를 새롭게 해석하고 재구성하였습니다.
우화 중에 개미와 베짱이가 있습니다. 우화속의 개미는 부지런하고 열심히 일하는 존재입니다. 그러나 베짱이는 항상 놀고먹는 게으른 존재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잘 살려면 놀지 말고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18~19세기 목구멍이 포도청이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는 인공지능으로 자동화와 연결성이 극대화되는 산업 환경입니다. 사람이 직접 해야 할 일을 인공지능기기가 대체함으로써 여가활용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증대되고 노동과 놀이가 상호 공존하는 균형 감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즉 베짱이는 원래 나쁜 존재가 아니라 개미가 열심히 일을 할 수 있도록 촉매제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성인을 비하하는 말 중에 “놀고 있네” “에이 잘 먹고 잘 살아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젠 이런 말이 비하의 말이 아니라 실천해야 하는 교시가 되었습니다.
놀이가 성인들이 멀리해야 하는 금기의 영역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작금의 시대는 놀이 중심의 콘텐츠문화산업이 대세입니다. 노동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놀이문화입니다. 베짱이의 시대가 도래 한 거죠. 노동은 그의 대가로 경제적 보상을 주지만 놀이는 그 대가로 즐거움과 행복을 줍니다. 따라서 노동과 놀이가 상호 공존해야 국가 경쟁력도 좋아지고 우리 인생도 풍요로워집니다.
요즘 한류문화가 뜨고 있습니다. 연간 9조원의 수익을 창출한다고 합니다. 현대자동차가 1년간 벌어들인 순이익이 5조원 대라고 볼 때 한류문화가 국가 경쟁력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기업에서도 생산성을 높이려면 직원들에게 일만 시켜서는 안 됩니다. 놀이공간을 만들어 주어야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이제 놀이터는 어린이들의 전유물이 아닌 성인들에게도 필요한 공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몰입체감의 법칙이 있습니다. 몰입을 하려면 그것이 즐겁거나 가치가 있거나 절체절명의 순간일 때 가능합니다. 그런데 사람은 성장하면서 점차적으로 몰입이 체감하는 과정을 겪게 됩니다. 어렸을 때 놀던 시절이 기억납니다.
날씨가 무척 추워서 어른들은 움츠리고 다니는데 우리들은 장갑과 양말도 신지 않은 채 그 놀이에 몰입되어 땀을 흘리며 뛰어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아이 때는 생각이 단순하기 때문에 집중하게 되면 쉽게 몰입이 됩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놀이터를 벗어난 순간 즉 학교, 직장, 결혼 과정을 거치면서 점차 몰입하는 것이 힘들어지기 시작합니다. 왜냐하면 멀티테스킹(multi-tasking)을 해야 하는 상황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여기저기 신경 쓰이는 것이 많고 주의가 사방으로 분산되니까 그렇습니다. 가능하면 멀티테스킹을 줄이고 주변의 방해를 받지 않고 한 번에 한가지 씩 현재에 집중해야 합니다.
톨스토이 격언 중에 세 가지 질문이 생각납니다. 당신이 가장 중요한 시간은 언제입니까? 당신이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당신이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입니까? 입니다. 여기에 대답은 바로 ‘현재’이며 ‘현재 옆에 있는 사람’이며 ‘현재 하고 있는 일’입니다.
그래서 present(현재)를 신이 내려 준 present(선물)이라고 했는지도 모릅니다. 혜민 스님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행복은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여 인생의 끝자락에 누려야 하는 노력의 대가나“나중에 받는 보너스”가 아닙니다. 오히려 행복감을 “지금 누리고 경험”하는 것이 내 삶을 크고 풍요롭게 만듭니다.“(중략) 현재에 집중해야 그것이 누적되어 평생을 풍요롭게 살 수 있다는 말입니다.
논어의 옹야 편에 “知之者(지지자) 不如(불여) 好之者(호지자), 好之者(호지자) 不如(불여) 樂之者(낙지자),”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보다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보다 못하다”는 말입니다. 또한 우리 속담에는 기는 놈 위에 뛰는 놈,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나는 놈 위에 노는 놈“ 즉 樂之者(낙지자)가 제일이라는 것입니다.
이젠 개인의 삶에서 노동과 놀이가 상호 공존하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