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물가로 데려가라
아이들을 물가로 데려가라
  • 한남희 기자
  • 승인 2013.08.04 18: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한남희 굿모닝충청 사회팀장

공주사대부고 학생 5명이 지난달 24일 유족들의 바람대로 한 날 한시, 하나의 작은 무덤에 함께 묻혔다. 자식을 잃은 부모와 형을 잃은 동생, 친구를 잃은 학생들, 선배를 잃은 아우들, 그리고 자식 같은 제자를 잃은 선생님들. 모두 사랑하는 이들이 떠났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힘들어 할 시기다. 남은 평생 아들을 가슴에 묻고 살아야 할 부모들의 마음은 가늠이 힘들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만든 욕심의 틀 속에서 맘껏 뛰놀지도 못하고 고생만하다 생을 마감했다. 사고는 학교 측이 여성가족부 인가도 나지 않는 사설해병대캠프에 아이들을 보낸 것을 시작으로 현장에서의 교관의 미숙한 운영과 인솔교사의 현장 이탈 등이 더해 일어난 전형적인 인재다.

영결식 날 사망한 학생 중 한명이 공부하던 교실을 찾아가봤다. 친구와 후배들은 떠난 그의 책상에 “하늘에서는 공부 걱정하지 말고 맘껏 뛰어놀아”라는 편지글을 남겨 영혼을 달랬다. 편지 옆에는 친구가 생전에 그렇게도 좋아했던 축구화와 농구공도 함께 선물로 놓여 있었다. 

교실 뒷문으로 나가려는 순간 ‘지금 꼭나가야만 하나요?’라는 문구가 눈에 큼지막하게 들어왔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교실 뒷문에 붙여 놓은 이 글은 ‘쉴 시간이 어디 있니. 다시 자리로 돌아가 공부해!’라는 어른들의 비정한 닦달로 들렸다.

아이들은 기숙사와 교실을 쳇 바퀴처럼 돌며 방학도 없이 책만 봐야 했고 어른들의 닦달에도 별 불평 없이 미래를 위해 참고 다시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순간 엉뚱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사고 현장에 있던 아이들에게 바다를 역영하는 화려한 기술은 아니더라고 최소한 물에 뜨는 방법만이라도 가르쳐 줬다면 어땠을까? 그랬더라면 최소한 살기위해 친구들의 머리와 어깨를 누르는 아비규환의 상황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원초적인 고민이다.

장례위원장인 서만철 공주대 총장은 영결식 당일 조사(弔詞)에서 “안전 불감증과 무책임, 자기 잇속 챙기기에 찌든 우리 사회를 맑고 순수한 그대들의 영혼으로 깨끗이 씻어내는 데 혼신의 힘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당국과 일선 학교, 지자체는 참사 이후 사고재발을 막기 위해 학생수련시설 점검에 나섰다. 수사기관은 사고책임자에 대한 사법처리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런 대책은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사고는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모른다. 학생들이 물속에 들어갈 수 없도록 하는 게 아니라 물 에 빠졌을 때 헤쳐나올 수 있는 지혜와 힘을 길러주는 것이 먼저다. 교실에서는 안 된다. 국어와 영어, 수학에서 한 시간씩만 양보하고 빼앗아라. 이렇게 해서 일주일에 한두 번만이라도 아이들을 기숙사와 교실에서 해방시켜 물가로 데려가야 한다.

죄를 지은 어른들이 아이들을 다시 살릴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의 친구와 동생들은 그들처럼 허망하게 떠나보내선 안 된다. 그것이 바로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은 어른들이 조금이나마 죄를 사하는 유일한 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