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②] 욕설·행패… “가장 힘든건 악성민원”
[커버스토리 ②] 욕설·행패… “가장 힘든건 악성민원”
사회복지직 공무원 격무-피해사례
  • 정종윤 기자
  • 승인 2018.07.13 0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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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휴식은 없다… 삶이 두렵다”

사회복지직렬 공무원들의 격무는 오늘 일만이 아니다.
지난 2013년 사회복지직렬 공무원의 잇단 죽음은 한국사회에 큰 화두를 던졌다.
그 해는 사회복지직렬 공무원의 가장 슬픈 한 해로 기억된다.
당시 1월부터 5월에 이르러 용인·울산·논산 등 전국에서 사회복지직렬 공무원 4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모두가 격무에 시달리며 자신의 복지는 돌보지 못했다.
극단적 선택을 한 사회복지직렬 공무원은 일기장에 “나에게 휴식은 없다. 사람 대하는 게 너무 힘들다. 일은 자꾸만 쌓여가고 삶이 두렵고 재미가 없다. 아침이 오는 게 두렵다”고 적어 주위를 슬프게 했다.
그로부터 5년이 흘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복지분야 정부지원이 대폭 강화되고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충남도를 복지수도로 만들겠다”며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구본영 천안시장은 ‘복지도시 조성’을 약속한 가운데 다시 한 번 사회복지직렬 공무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항상 사회복지직렬 공무원의 격무가 이슈로 떠오를 때마다 정부와 지자체는 한 목소리로 사회복지직렬 공무원 업무개선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현실은 수년 째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편집자 주]

 

[굿모닝충청 정종윤 기자] #. 기초생활수급자 중에는 노인이거나 몸이 아파 일을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젊고 건강한 사람도 많다. 그 중에는 알콜 중독자이거나 정신질환자도 있다. 술을 마시는 날이면 복지팀으로 전화를 하거나 찾아와 소란을 피우는 건 일상이다. 본인들이 원하는 걸 안해주면 불친절하고 고압적이라며 욕설과 함께 행패를 부리고 간다. 툭하면 감사실이나 윗선에 민원을 넣겠다는 갑질 벼슬 수급자도 상대한다. 일더미가 산더미처럼 불어난 것보다 이들과의 전쟁이 나를 더 힘들게 한다. 우리 복지는 누가 지켜주나.

#. 복지대상자들 일부에겐 ‘복지병’이 있음을 느꼈다. 후원으로 들어온 비정기적 지원 물품인 쌀과 라면 등에도 자신들의 것 마냥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한다. 술을 마시고 전화를 걸어와 일방적인 욕설을 퍼붓는 건 그들의 일상이다. 욕을 듣는 건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일상이 됐다. 행정기관에 찾아와 물품을 내놓지 않으면 집에 가지 않겠다며 협박 아닌 협박도 받아봤다. 복지는 한정적이다. 자신의 어려운 상황만 말하면서 일개 공무원이 제공할 수 없는 서비스를 부탁하는 경우, 더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 16년 동안 사회복지직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대학교에서 배운 사회복지의 이론과 실무에서 실질적으로 이뤄지는 일들에 대한 차이는 대학교서 경험한 일반 사회복지사와는 달랐다. 사회복지직 공무원은 어떤 개별 상황보다는 명확한 지침과 법령에 따라 공정하고 평등하게 지원해준다. 때로는 기준에 초과되는 경우 그동안 지원되어 왔던 각종 사회복지서비스 보장을 제외·중지함으로 인해 따라오는 악성 민원은 사회복지공무원 이기 전에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매우 당황스러웠다. 각종 위협을 느낄 때마다 따뜻한 사람에 대한 마음보다는 냉정한 기준의 잣대를 적용하는 것에 대한 괴리로 인해 번아웃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어 왔다.

천안시 사회복지직렬 공무원 A(31·여)씨는 연중 격무를 호소했다. 또 같은 직렬 공무원 B(26·여)씨도 마찬가지. 10여 년 넘도록 사회복지 부서에서 일한 공무원 C(45·여)씨도 계속해서 같은 날의 반복이다.

이들은 수시로 내려오는 각종 업무처리 지침에 눈코 뜰 새가 없다.

보건복지부(정부) 사업, 충남도 사업, 천안시 사업 등 각종 복지사업의 신청을 일선 행정복지센터(동사무소)에서 받으며 벌어지는 일들이다.

A씨는 “복지 중요성이 강조되며 정부·지자체에서 다양한 복지사업을 하는데 일은 모두 우리에게 할당된다”며 “책임감 없으면 버티기 어려운 곳”이라고 푸념했다.

B씨는 “행정직이나 다른 직렬에서 복지과나 팀에서 한번만 일 해보면 두 번 다시 오기 싫어한다”며 “기피 부서로 정평 나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 사회복지직렬 공무원들을 힘들게 하는 게 있었다.

이들은 하나 같이 가장 힘든 고충으로 ‘악성민원 수급자’를 꼽았다.

사회복지직렬 공무원들은 과중한 업무, 인사소외 등과 함께 악성민원인에 의한 폭언·협박에 항시 노출돼있다.

일반적인 민원업무를 보는 공무원도 마찬가지로 격무, 악성민원인에게 시달리겠지만 사회복지직렬 공무원의 사례에 견주어 볼 때 양반인 셈이다.

지난 2013년 대검찰청 형사부는 이런 현실이 해당 공무원은 물론 다수의 복지대상자에게까지 피해를 입힌다고 보고 복지서비스 전달체계 교란사범(악성민원)을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폭력 전력이 있거나 재차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경우, 흉기를 사용한 경우, 반복적인 업무방해 등 죄질이 불량한 경우 등은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삼았다.

보건복지부 통계를 살펴보면 폭행, 폭언, 자해, 성희롱, 신체위협, 오물투척, 감금, 갈취 등 피해사례는 다양했다.

그러나 사회복지직렬 공무원 대부분 현실에서 신고 자체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C씨는 “봉사와 헌신이라는 미명하에 희생과 감내만을 요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악성민원인이 전화상 폭언 뒤 사무실로 찾아 올 때면 긴장하면서 기다려야 한다. ‘불쌍하잖아’, ‘또 봐야하는데 한번만 참아줘’라는 주변의 인식과 말이 사회복지 공무원을 더 힘들게 한다”고 하소연했다.

원종남 충남사회복지행정연구회 회장은 “모든 수급자가 다 이런 것만은 아니지만 일선에 있는 사회복지 공무원은 다양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 따라서 70% 이상 여성조직들로 이루어져 있는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의 안전을 위한 대책이 시급하고, 특히 가정을 방문하는 현지출장 시 발생할 수 있는 불미스러운 상황에도 능동적인 대처가 필요한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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