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상섭의 그림읽기] 큰 대(大)자로 누운 사내, ‘안빈’의 철학
    [변상섭의 그림읽기] 큰 대(大)자로 누운 사내, ‘안빈’의 철학
    • 변상섭 충남문화재단 문예진흥부장
    • 승인 2018.07.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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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욱진 作 ‘모기장’ 나무판에 유채, 21.6x27.5cm, 1956

    장욱진 作  ‘모기장’

    변상섭 충남문화재단 문예진흥부장 직무대리

    [굿모닝충청 변상섭 충남문화재단 문예진흥부장] 그림은 일이고, 술은 휴식이다. 생활은 늘 그림과 술을 오가는 방식이다. 자주 지나칠 정도로 술을 탐했다. 하지만 명정(酩酊)과 그림(일) 사이의 균형은 기가 막힐 정도로 철저했다. 여러 날을 술로 보내다 캔버스 앞에 앉으면 곡기마저 끊은 채 작업에 몰입하는 식이다. 화가 장욱진(1917-1990)의 얘기다.

    화단의 대표 술꾼이었던 화가는 생전에 ‘산다는 것은 몸을 소모하는 것’이라고 했다. 평생을 몸과 마음을 다 써버릴 작정으로 치열하게 살았다. 그림을 그리든 술을 마시든 말이다. 

    ‘모기장(1956)’은 그런 화가의 철학이 녹아 있는 작품 중 하나다. 한 남자가 방 안에 모기장을 치고 팬티만 걸친 채 큰 대(大) 자로 누웠다.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베개하고 누우니 대장부 살림 이만하면 어떠랴 하는 식으로 호기를 부리는 모양새다. 그림 속 남자는 화가 자신일게다.

    여름날 술과 일, 또는 더위에 지쳤는지 모기장 아래 편안한 모습이다. 화가는 이런 방법으로 자신의 작품 속에 알 듯 말 듯한 자화상을 여럿 남겼다. ‘보리밭(1951)’과 ‘양옥(1951)’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상향을 꿈꾸는 화가의 유유자적하는 삶을 넌지시 내세우고 있음이다.

    초가집 방바닥은 황토다. 어슴푸레한 밤하늘의 반달이 서정을 불러일으킨다. 방 안에는 나무 등잔과 물그릇, 요강이 전부다. 숙취에 갈증을 느낄 때 냉수 한 그릇, 소변을 볼 요강 외에 더 무엇이 필요한가. 평소 ‘심플’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화가의 성품에 딱 어울리는 방의 모습이다.

    화가는 손베개를 하고 눈을 빤히 뜨고 있다. 허공을 보는지 달을 바라보는지 조금은 고민스런 표정이다. 작품 구상, 가족 생각에 잠 못 이루는 밤인 모양이다. 내남 없이 고단한 시절인데도 곤궁한 티는 보이지 않는다. 화가의 생이 그랬듯이 삶을 초월한 도인의 이미지가 엿보인다. 대청에 모기장 치고 누워본 사람만이 그 상쾌한 기분의 깊이를 아는 법이다.

    캠핑이 유행인 요즘 화가처럼 번잡한 곳을 피해 모기장의 호젓함을 느껴보는 피서법은 어떨까. 화가는 충남 연기군 동면(현 세종시) 출신이다. 세종시가 화가의 생가를 복원하고 기념관을 건립한다고 하니 여간 반길 일이 아니다. 화가는 가고 없지만 화가의 예술혼을 느끼고 더불어 세종시 문화 관광상품으로서도 손색이 없도록 제대로 추진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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