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규의 자전거 역사문화기행-느림의 미학 청산도 라이딩 ⑤] “만병통치약이랑께~” 구수한 입담에 입맛이 절로~
[김형규의 자전거 역사문화기행-느림의 미학 청산도 라이딩 ⑤] “만병통치약이랑께~” 구수한 입담에 입맛이 절로~
‘군소’를 아시나요
  • 김형규
  • 승인 2018.07.21 13: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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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콤 쌉쌀한 군소 무침.
무와 양파를 넣어 시원달큰한 광어국.

[굿모닝충청 김형규 자전거여행가] 평범한 어촌밥상 같은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범상치 않다.

광주에서 청산도로 시집을 왔다는 주인아주머니가 찬 하나를 지목하며 예찬을 늘어놓았다. 내 귀엔 ‘군수?’, ‘군서?’로 들리는 생소한 이름인데 기억을 샅샅이 더듬어도 단서가 잡히지 않았다.

“이게 노벨상까지 받은 거지라. 만병통치약이랑께.”

아주머니가 지목한 해산물은 마치 표고버섯에 고춧가루를 넣어 볶은 듯 거무튀튀했다. 건해삼을 씹는 듯 쫀득했지만 특별히 미각을 자극하는 맛과는 거리가 멀었다.

청산도에서 처음 대면한 ‘군소’라는 해산물이었다. 이튿날 아침 갯벌에서 손으로 채취한 군소의 모습은 입과 주둥이를 분간할 수 없는 어른 주먹크기의 연체동물이었다. 점액질인지 표피가 잔뜩 물에 부풀어오른 흉측하고 거대한 달팽이 같았다. 군소라는 명칭은 몸체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군청색 색소를 뿜어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조개나 소라처럼 보호껍질은 없다. 각종 치료제로도 활용되고 파킨슨 정복을 위해 군소의 복잡다단한 신경계연구로 노벨상까지 이끌어낸 생명체다. 연구용에 그치지 않고 군소를 섭취하면 파킨슨병을 치료하고 치매를 예방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해삼오이초무침은 식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해삼의 쫀득함과 오이의 아삭함이 잘 어우러졌다. 눈길을 끈 것은 광어매운탕이 아닌 광어국이었다. 바다생선은 대게 매운탕으로 즐겨먹는데 아주머니는 광어에 고춧가루를 최소한으로 넣고 담백하게 생선뼈 국물을 우려냈다.

쫀득 아삭한 해삼오이초무침.
갯벌에서 채취한 군소.

해안도서로 여행을 가서 식당이 아닌 민박집에서 집밥이나 다름없는 저녁을 먹기는 처음이다.
다음날 아침 밥상은 기억에 오래 남을 별미였다. 서너명이 먹어도 될 푸짐한 전복죽과 전복구이까지 청산도의 맛과 향이 양은쟁반에 가득했다. 전복죽에 미역을 넣어 뭉근하게 끓인 깊은 맛이 위장에 편안하게 안착했다. 여러 음식에 곁들인 채소는 민박집 옆 텃밭에서 재배했다.

생활주변에서 구한 식재료를 가지고 최소한의 양념과 가공으로 먹거리를 해결한다는 건 신선하다는 증거다. 우리도 일본 영화 ‘리틀 포레스트’처럼 먹거리문화가 변모돼가고 있음이 감지된다. 사계절 똑같은 끼니가 아닌 계절에 따라, 취향에 따라 각기 다른 식단프로그램이 정착될 날이 머지않은 듯하다.    

아침을 먹고 떠날 준비를 하는 동안 아주머니가 늘어놓는 장황한 충청도 며느리 자랑과 은연중 뼈있는 뒷담화는 즐거운 소화제였다.

민박집에서 나와 송림이 울창한 지리청송해변을 지나 차량이 다니는 순환도로를 버리고 지초도가 보이는 섬의 서쪽 해안 콘크리트 임도로 거슬러 올라갔다. 도청리 청산항으로 통하는 슬로길이다. 청산도 서쪽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지만 이곳도 온통 전복양식장이 장악했다. 임도를 따라 고개를 하나 넘으면 마을이 나온다. 마을 밖 순환도로로 벗어나면 청산항이 눈에 들어온다. 청산항을 못본 척 오른쪽으로 흘려보내고 오르막 도로를 뻐근하게 올라가면 이 섬의 최고 핫플레이스인 영화‧드라마촬영지가 나타난다.

미역을 넣어 맛이 더욱 풍부한 전복죽.
싱싱한 전복구이.
양은쟁반에 담은 아침상.

여객선터미널과 가깝고 워낙 유명했던 촬영지라서 각종 편의시설이나 조경 등이 다른 곳에 비해 넉넉하다. 드라마세트장의 목가적 목조건물과 서편제에서 마을 안길을 돌며 소리를 했던 구불구불한 농촌풍경이 눈에 익었다.

촬영지 오른쪽으로 연결되는 급한 내리막 농로로 내려가면 당락리다. 당락리를 시계방향으로 돌아나가면 다시 청산항에 도달한다.

섬을 떠나기 전 이곳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여객터미널 주변 상권을 둘러보기로 했다. <계속>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도청항으로 이어지는 서쪽 슬로길.
도청항을 지나 촬영지로 향하는 오르막길.
영화 서편제 촬영지.

김형규

자전거여행가이다. 지난해 아들과 스페인 산티아고 자전거 순례를 다녀왔다. 이전에는 일본 후쿠오카-기타큐슈를 자전거로 왕복했다. 대전에서 땅끝마을까지 1박2일 라이딩을 하는 등 국내 여러 지역을 자전거로 투어하면서 역사문화여행기를 쓰고 있다.

▲280랠리 완주(2009년) ▲메리다컵 MTB마라톤 완주(2009, 2011, 2012년) ▲영남알프스랠리 완주(2010년) ▲박달재랠리 완주(2011년) ▲300랠리 완주(2012년) ▲백두대간 그란폰도 완주(2013년) ▲전 대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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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교영 2018-07-22 19:20:36
여행의 백미 하이라이트는 역시 음식이죠
여행지에서의 특이한음식이 맛까지 더해져서 입맛을돗구고 즐거움을 배가시키고 행복해지는~~
아 생각만해도 뇌기능이 풀로 활성화 되는듯 합니다
힘든여행일수록 소비되는 에너지를 음식이 그지방의 맛갈스런 토속음식이 에너지를 몇갑절 보충해주네요
이번회차도 재밌게 잘 일고 갑니다

kusenb 2018-07-23 11:09:23
이야... 사진 보면서 정말 감탄이 나오네요

JC 2018-07-24 09:04:57
아 드뎌. 먹거리 ! 광어국, 해삼무침. 평소 먹던 재료도 다른 요리로 먹는 즐거움이 참 부럽네요, 군소는 첨 보는데요 ~~. 역시 먹는건 국내 여행 맛집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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