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로연수가 사주팔자를 바꾸다
[기고] 공로연수가 사주팔자를 바꾸다
  • 박봉주 시인·가람문학회장
  • 승인 2018.07.26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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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주 시인·가람문학회장

[굿모닝충청 박봉주 시인·가람문학회장] 사람의 팔자는 사주팔자(四柱八字)인가, 웃음팔자(微笑八字)인가? 사주팔자는 오랫동안 인간의 운명론을 이야기 해왔다. 물론 사람들의 신념과 가치관에 따라 달리 해석되기도 하지만 ‘사주팔자는 잘 타고나야 한다.’ ‘사주팔자는 못 고친다.’는 등 사주팔자는 오랫동안 우리 민족의 길흉화복을 알아보는 운명으로 지배하였다. 우스갯소리로 숫자는 잡아당기거나 구부리거나 한 획만 그으면 다른 숫자로 변형이 가능한데, 팔자만은 못 고친다는 것이다. 팔(8)자는 세워 놓아도 팔자요, 눕혀 놓아도 팔자라고 했다. 그래서 필자가 팔자를 고쳐보았다.

첫째, 팔자는 눕혀 놓으면 무한대(∞)다. 무한대는 인간이 셀 수 없는 가장 큰 수이다. 여덟 번째에서 일약 숫자의 왕, 가장 큰 수로 운명이 바뀐 것이다. 둘째, 8자를 붙여놓으면 눈사람이 된다. 눈사람은 사람이 아닌 사람 모형을 공간에 입체화시켜 놓고 인격을 부여했다. 마치 인간을 신으로 승격하듯이 사물(눈)을 사람으로 엄청난 신분으로 상승시켰다. 한 마디로 팔자가 늘어졌다. 셋째, 8자를 위 아래로 누르면 ○자로 겹쳐진다. ○자는 시작의 기준점이 된다. 또 8번째에서 0번째로 가장 우선시 되는 0순위로 반전된다. 넷째, 8자를 아래로 누르면 ◎가 된다. ◎은 중요하다고 해서 동그라미를 두 번 친 것도 되고, 목표를 잃지 말라고 핵심을 안내하는 과녁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못 고친다는 팔자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인간의 운명관이 달라진다. 그래서 인생은 팩트(fact)가 아니라 해석이라고 한다.

프랑스의 소설가 생텍쥐페리는 공군조종사로 전투 중에 포로로 잡혀 죽음를 기다리던 중 담배를 피우기 위해 간수에게 불을 빌리는 순간 불빛 속에서 간수에게 웃음을 보냈더니 간수와 말문이 트였고, 급기야 감옥의 뒷문을 열어주어 극적으로 탈출할 수가 있었다. 그때의 체험을 바탕으로 쓴 단편소설이 <미소>이다. 생텍쥐페리는 사주팔자로 보면 다음 날 사형 당했어야 했다. 그러나 웃음팔자로 인생 반전을 가져왔고 살 수 있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노만 커슨스는 50세에 몸이 굳는 강직성척수염이라는 희귀병으로 죽어야 하는 사주팔자였지만, 웃음요법으로 의사도 포기했던 난치병을 치유하고 그 체험을 바탕으로 논문을 써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UCLA대학교의 의학부 교수가 되었다. 노만 카슨스의 생존율은 500분의 1이다. 즉 99.8%는 죽어야 하는 사주팔자로 태어났지만, 0.2%의 웃음팔자로 치유되었고 오늘날 ‘웃음학의 아버지’로 불리게 되었다.

2018년 6월 30일 나는 35년간 교육행정직으로 근무했던 공직생활을 퇴직했다. 많은 희비가 교차했지만,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은 마음의 발걸음이 자꾸 직장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매일 다녔던 직장 대신 집에 머물러 있어야 했고, 컴퓨터 앞에 앉아 뭔가를 하다가 산책이나 여행을 하려고 해보니 준비가 덜 된 채 떠나는 것 같아 허전함이 밀려왔다. 그런데 정년퇴직을 앞두고 6개월이라는 공로 연수기간이 있었다. 나 같은 사람을 위하여 사회적응을 하라는 국가적 배려였다.

이 기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 것인가? 우선 밀려오는 공허함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고민하던 차에 인생후반전을 건강하게, 즐겁게, 보람있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서 육체적으로 변신하고자 헬스장에 다녔다. 뛰고, 밀고, 끌어당기며 열심히 운동을 했다. 정신적으로 변환하고자 대전시민대학과 한밭대학교에서 실시하는 펀교육(유머코칭, 웃음치료, 웃음율동, 웃음스피치 등)을 집중적으로 강의를 듣고, 도서와 논문을 읽고, 공무원의 체질을 사회인의 체질로 바뀌도록 노력했다. 6개월이라는 시간 속에 자신의 변신을 위하여 노력한 결과 유머의 미학과 웃음의 효과성을 더 깊이 알게 되었다. 그 덕분에 우울한 무드가 웃음의 무드로 바뀌었다. 이런 좋은 연수 결과를 혼자서 즐기기에 아깝다는 생각이 들자 잘 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 그동안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책도 만들게 되었다. 공로연수로 바뀐 내 웃음팔자가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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