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 막히는 더위뿐이더라.
낯선 친구 만나면
우리들 문둥이 끼리 반갑다.
천안 삼거리를 지나도
쑤세미 같은 해는 서산에 남는데.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 막히는 더위 속으로 쩔름거리며
가는 길……
산을 벗으면
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다비를 벗으면
발가락이 또 한 개 없다
앞으로 남은 두 개의 발가락이 잘릴 때까지
가도 가도 천리, 먼 전라도길.
천형(天刑)이라고도 까지 불리던 문둥병 환자 시인이 소록도 병원을 찾아 따가운 남도(南道)길을 애처롭게 걸어가는 모습이 빛바랜 사진이 아니라 동영상으로 또렷하게 비쳐집니다. 무슨 잘못이 있었기에 신(神)은 시인에게 이런 가혹한 벌을 내렸을 까요?
절대로 전염되는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나환자를 꺼려합니다. 소록도 병원 정문의 비문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나병은 치료된다. “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일 년에 20∼30명 정도로 환자가 발생하고, 국민 200명 중에 1명이 발생 가능한 체질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곳곳에 100개 이상의 음성나환자 촌이 있습니다.
우리는 항상 ‘나는 예외다“라고 믿고 삽니다. 하지만 신(神)은 예고 없이 우리를 시험해 봅니다. 우리의 의지와는 전혀 관계없는 것들로 말입니다.
저작권자 © 굿모닝충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