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해열제는 ‘39도’ 넘으면 먹이세요
소아 해열제는 ‘39도’ 넘으면 먹이세요
열(熱)
  • 송관욱
  • 승인 2012.07.10 1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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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관욱 원장
젊은 엄마가 채 돌이 안 된 아기를 안고 진료실을 찾았다. 아기가 이틀 전부터 밤이면 코가 막혀 보채고 내원 당일에는 열도 있다고 했다. 가정용 고막체온계로 38도씨 가량 열이 났으며, 기침이나 설사 등 다른 증상은 없었다고 했다.

진찰 결과 합병증이 의심되는 별다른 소견은 보이지 않았기에 상기도감염증에 준하여 대증요법과 주의사항을 알려드리고 약을 처방해드렸다.

다음날 아침 아기와 엄마가 다시 진료실을 찾았다. 아기가 간밤에도 코가 막혀 칭얼대고 열도 계속 있었는데, 해열제를 때맞춰 먹여서 체온이 38도씨를 넘지는 않았다고 했다.
아이를 키워본 부모라면 누구나 한밤중에 별다른 이유도 없이 보채고 열이 나는 아이를 지켜보며 애태우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발열은 소아환자들이 병원을 찾게 되는 가장 흔한 이유 중 하나이다.

단순하게 감기와 같은 일과성 질환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나 중이염과 같은 합병증이 동반되었을 수도 있고, 드물게는 폐렴이나 뇌막염 같은 중증 질환으로 진행되었을 수도 있다. 원인을 알 수 없으니 부모로서 조바심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열(熱)이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정상체온의 범위를 벗어나 체온이 올랐을 때 열이 난다고 한다. 정상체온이란 섭씨를 기준으로, 성인에서는 겨드랑이에서 재었을 때 평균 36.7도씨에서 위아래로 대략 0.8도까지의 오차범위를 말한다.

그러나 항문이나 구강에서 측정한 심부체온은 이보다 0.5도 가량 높으며 (편리함으로 인하여 널리 보급된 고막체온계는 심부체온에 근접하나, 중이에 염증 또는 외이도에 귀지가 있거나 측정방법이 잘못된 경우 측정오차가 커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영유아의 경우 성인에 비해 다시 0.5도 가량 높다. 하루 중에는 새벽 4시경 가장 낮아지고 오후 늦게 높아지며, 식사나 운동을 하고난 후 오르고, 계절에 따라서도 0.5도 가량 차이를 보인다.

의학적으로는 38.3도씨 이상 열이 오를 때 의미 있는 열이라고 정의하지만, 이 또한 상황에 따라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열(熱)은 왜 나는 것일까? 내 몸 안에 침입한 바이러스나 세균이 나에게 열 공격을 가하는 것일까?

그러나 열은 병원균이 나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질병을 퇴치하려고 만들어내는 것이다. 따라서 만성질환이나 항암치료 등으로 면역력이 억제되어 있는 환자는 열성질환에 걸려도 열이 잘 오르지 않으며, 감기와 같은 경증 질환이 지속되어 폐렴 등의 합병증으로 진행될 위험도 상대적으로 높다.

반면 건강한 영유아는 전신면역기능이 성숙하지 않은 탓에 감기만 걸려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편도선이나 임파선 등의 국소면역기관이 부어오르고 고열이 발생한다. 42도씨 이상의 고열은 뇌손상을 초래할 수 있으며, 체온이 44도씨를 넘어서면 사망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감기에 의한 열이 분명하다 하더라도 고열이 나는 것을 그대로 방치해 두어서도 안 된다.

한밤중에 아이가 열이 난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 38.3도씨 이상 열이 오른다면 먼저 미지근한 물수건으로 닦아주는 것이 좋으며, 그래도 점차 열이 올라 39도씨 이상 상승한다면 해열제를 복용시키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때 해열제를 사용하는 목표는 체온을 1도 가량 낮춰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체온을 더 낮게 끌어내린다 해도 발열의 원인이 사라지지 않은 상태라면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다시 열이 오르게 되며,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보면 밤새 열이 오르내리며 오한과 발한을 반복하게 되어 탈진에 이를 수도 있다.

아기엄마는 다소 편해진 얼굴로 진료실을 나섰다. 아기는 며칠 내로 건강해지겠지만, 커가면서 때로는 감기에 걸릴 수도 혹은 다른 질환을 앓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엄마의 애정 어린 관심과 자라나는 자신의 체력을 바탕으로 거뜬히 이겨내고 늠름하게 성장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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