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의 세상읽기] 4100억 원짜리 야구장과 누더기 도로
[김선미의 세상읽기] 4100억 원짜리 야구장과 누더기 도로
  • 김선미 언론인
  • 승인 2018.08.08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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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김선미 언론인]

분출하는 다양한 욕구 한정된 자원, 정책 우선순위 기준은?
 

김선미 언론인

‘페이브먼트(pavement)’. 사전적으로는 인도, 보도의 뜻이 있으나 주로 먼지 날리고 털털 거리는 길과는 비교되는 아스팔트 등으로 ‘매끈하게’ 도포한 포장도로(鋪裝道路)라는 의미로 쓰인다.

근대문학작품에서는 구시대와는 다른 신문명을 상징하는 낭만적이거나 세련된 이미지로 종종 등장하곤 한다. 외래어와 화려한 비유로 이국적인 소재를 통해 식민지 치하 지식인의 창백한 고뇌를 그린 정지용의 시 <카페 프란스>에도 나오는 ‘페이브먼트’.

이제는 낭만적인 시어로나 남은 이 단어가 근래 들어 유난히 입가에 맴돈다. 페이브먼트 도로는 노면이 매끈해야 하는데 포장된 도로이면서도 ‘매끈함’과는 거리가 먼 울퉁불퉁, 덜컹덜컹, 패인 도로들 때문이다. 대전 시내를 운전하다보면 “이게 진정 페이브먼트 도로란 말인가?”하는 장탄식이 절로 나온다.

페이브먼트의 매끈함과는 거리가 먼 비포장 같은 포장도로

올 겨울 지나면서 도로 노면 상태에 신경이 곤두서는 일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운전 도중 갑자기 차가 덜컹거리며 운전대가 제멋대로 돌아가지를 않나, 균열된 도로를 지나다 핸들을 놓칠 뻔한 경우도 드물지 않다.

얼마 전에는 움푹 패인 포트홀을 피하려 급제동을 했다가 사고로 이어지는가 싶어 혼비백산하기도 했다.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도로의 상당부분이 변형되고 균열이 가거나 움푹 패인 포트홀이 지뢰처럼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노면 높이와 맞지 않는 중구난방의 맨홀뚜껑까지.

물론 동네의 작은 도로들이 파손 정도가 더 심하고 유지보수도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주요 간선도로라고 해서 특별히 나을 것도 없다. 내가 자주 다니는 도로 구간만 유난히 그런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운전한지 30년 가까이 되지만 대전 시내 노면상태가 이토록 불량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시민 일상 위협하는 지뢰밭 같은 도로, 유지보수는 지자체 몫

장마가 끝나고 재난적 폭염까지 겹치면서 대전시내 도로 상태는 더 불량해지고 있다. 포장을 새로 해 매끈한 구간도 일부 있으나 상당부분이 흥부네 누더기를 방불케 할 정도로 땜질 투성이다. 같은 도로로 주기적으로 다니다보면 그나마의 땜질도 제때, 제대로 안 된 채 수개월째 방치되고 있는 곳도 부지기수다.
 
말이 좋아 포장도로지 좀 과장하면 페이브먼트는커녕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다. 당연히 운전하는데 불안감과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포트홀이나 균열, 변형 등으로 인한 도로파손은 차량 훼손과 교통사고를 유발해 사망사고로 이어지기까지 한다.

도로의 유지보수는 도로 등급과 종류에 따라 관할 주체가 다르다. 고속도로와 국도의 경우 건설과 유지관리를 한국도로공사와 지방국토관리청 등이 위탁 관리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관리도로는 지방자치단체가 맡는다. 쉽게 말해 우리가 일상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대전시내 주요 간선도로와 이면도로, 생활도로들은 대전시와 각 구청이 보수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야구장도 좋지만 내 앞 쓰레기나 잘 치워줬으면 좋겠다”

사망사고까지 부를 수 있는 불량 도로들을 운전하며 다니면서 문득 정책의 우선순위, 행정의 우선순위를 생각하게 된다. 시민 개개인의 욕구가 각기 다르게 분출하는 인구 150만 명의 대전시는 행정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고 있는가?

허태정 신임시장은 정책의 우선순위를 어떤 원칙에 의해 어떤 순서로 정할 것인지? 행정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 하는 것은 향후 시정방향을 내다보게 하는 비전과 철학의 문제이기도 하다. 민선7기가 출범한지 두 달째다.

한밭종합운동장 이전 비용까지 합해 4천100억 원이나 드는 신축 야구장 건설을 야구팬들은 두 손들어 환영하겠지만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어느 분은 그럴 예산 있으면 우리 집 앞 쓰레기나 잘 치워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생색 안 나는 생활밀착형 정책도 대전시 행정의 우선순위에

이렇게 서로 다른 다양한 욕구와 필요들 사이에서 한정된 자원으로 우선순위를 가려 균형을 유지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시정, 말이 쉽지 그렇게 만만한 일은 아닐 것이다. 허 시장은 후보 시절 시정 운영 5대 전략 중 하나로 안전하고 편리한 도시를 공약에 포함했다.

대형 건설사업이나 대규모 개발도 때로는 필요하다. 그럼에도 표 안 나고 티 안 나는 그러나 시민들의 일상적 삶의 질 향상에 소리 없이 스며드는 ‘생색 안 나는’ 가치지향적인 생활밀착형 정책을 행정의 1순위로 주목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낙관론이 될까.

대형 시설물들이 휘황한 도시보다는 운전할 때 지뢰밭을 지나는 것 같은 위기감을 느끼지 않는, 일상적 삶이 쾌적하고 안전하고 편안한 그런 대전을 기대해 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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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현 2018-08-10 08:45:03
방향과 대안이 부족한 기사입니다~먼저 대안 기사를 부탁 드립니다
다른 광역시 야구장 비교 기사 부틱드려요 평생 야구장 한번 안가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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