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캐나다로부터 배워야 할 미디어 교육시스템
[칼럼] 캐나다로부터 배워야 할 미디어 교육시스템
  • 우희창 지역신문발전위원회 부위원장
  • 승인 2018.08.1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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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희창 지역신문발전위원회 부위원장

[굿모닝충청 우희창 지역신문발전위원회 부위원장] 조지 오웰이 쓴 소설 <동물농장>(1945)은 스탈린 체제하의 소련 신화와 전체주의를 신랄하게 풍자하고 독재 권력을 날카롭게 비판한 우화 소설이다. 전체주의 국가의 가장 큰 문제는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위협이고 자유롭지 못한 언론활동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궁극적으로 <동물농장>에서는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보다 많은 정보를 제공해야 할 자유로운 언론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역설했다.

반면 올더스 헉슬리는 우리 사회가 너무 많은 정보를 제공해서 문제라고 한다. 기술발달과 과학의 지나친 남용, 팽창주의적 세력에 의한 오만과 압력으로 오늘날 서구 문명이 위기라고 한다. 그는 오히려 정보의 과잉이 문제이며 정보 자체가 마약이라고 지적한다.

조지 오웰은 정보를 자유롭게 유통해야 한다는 데에 관심을 가진 반면 헉슬리는 과잉된 정보를 어떻게 통제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한다.

이 두 지점의 사이에서 미디어 교육에 대한 여러 사례들을 보기 위해 지난 5월 열흘 일정으로 캐나다 밴쿠버를 방문했다. 이 방문에서 미디어 교육에 대해 가장 명쾌하게 설명한 이는 사이먼프레저(Simon Fraser)대학 커뮤니케이션학부 마틴 라버(Martin Laba) 교수이다. 그는 미디어가 주는 정보의 양과 관계없이 미디어를 얼마나 현실에서 이용하고 있는지, 또 미디어가 주는 정보가 얼마나 정확한지에 대해 주목했다. 미디어가 제시하는 정보와 그 정보에 숨겨진 의도를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미디어를 이해하고 이용하며 이를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미디어 교육은 필수적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실제 캐나다는 국가적으로 미디어 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는 나라다. 12개 주정부가 독자적인 교육체계를 갖고 있어 약간씩 다르긴 하지만 초·중·고교에서 미디어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한다. 애초 미국 미디어의 영향으로 대중문화가 무분별하게 유입되면서 비판적 사고가 필요한데 따른 조치였지만 결론적으로는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함양토록 하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 교육의 주요 내용은 미디어의 현실 재현성과 영향력을 중시해 선정성, 폭력성을 경계하고 캐나다 고유의 다문화 사회를 이해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또 변화된 가족관계에 대한 토론과 분석, 미디어에 묘사된 국가 및 세계문제에 대한 비교 토론 등을 실시한다.

캐나다는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다양성에 대한 존중은 매우 각별하다. 인종차별이라는 일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우며 만약 그러한 일이 발생하면 중대한 범죄로 취급한다. 특히 전체 인구의 3.3%에 달하는 원주민은 ‘퍼스트 네이션’(first nation)이라고 부를 만큼 특별한 존재다. 국토의 원 주인이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밴쿠버 박물관에는 원주민의 역사를 정리한 섹터가 따로 있고 유물 40만점을 보관, 전시하고 있으며 원주민과의 유대, 융합, 조화를 위해 밴쿠버 시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밴쿠버 시내 초등학교에서는 6주간 미디어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곳을 찾는 초등학생들에게는 다민족 사회에 필요한 민주시민 의식을 심어준다.

미디어 교육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미디어를 제작하고 활용하는 것이다. 대학의 커뮤니케이션 교육에서부터 언론인 양성 과정에 이르기까지 이론과 실습이 적절하게 조화되어 민주주의 발전과 학생들의 창의적 비판적 사고 함양 뿐 아니라 미디어를 활용하도록 도와준다.

전문대학이라 할 수 있는 BCIT(British Columbia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제작하는 이볼루션(Evolution) 라디오 방송이 있다. 캐나다 방송위원회의 규제를 받고 있는 공중파 방송을 직접 제작한다. 가청지역이 밴쿠버 시내 일원이며 학생들은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 방송하며 저널리스트로서의 역량과 자질, 창의성을 터득한다. 2년 과정으로 1학년 때에는 전문가 강의를 듣고 2학년 때 직접 프로그램을 제작하는데, 팀별로 역할을 나누어 실습한다. 지역대학이 지역 공동체 발전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졸업생들은 공영방송 CBC(Canadian Broadcasting Corporation)를 비롯한 각 방송국에 취업해 저널리스트로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한다.

CBC 역시 공영방송으로서 미디어 저널리즘 스쿨을 운영하며 미디어 교육을 돕고 있다. SFU(Simon Fraser University), UBC(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등 4개 대학교를 대상으로 인턴교육을 실시하며 다민족 사회의 이해와 미디어 읽기능력 배양, 저널리즘 프로그램 체험 등 언론인 교육을 담당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수년째 미디어 교육 관련 법안이 발의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제정되지 못하고 있다. 설령 미디어 교육이 의무화 된다 하더라도 현재 상황으로는 적절히 교육할 만한 인력도 부족하다. 지난 1960년대 후반부터 스크린 교육을 실시하기 시작해 2000년 이후 의무교육으로 전환한 캐나다의 미디어 교육 사례에서 배울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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