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작>은 북파 스파이 ‘흑금성’의 실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이 영화가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흥행이 될 만한 드라마틱한 재미를 지녀서일까? 물론 관객의 취향과 주관에 따르겠지만, 영화적 완성도 면에서 볼 때 아쉬운 점이 적잖다.
일단 기존 스파이 영화처럼, 액션이 가미된 오락성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럼 리얼리티는 어떨까? 북한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들의 시각은 어떨까? 북한을 탈출해 언론인으로 활동 중인 주성하 기자는 11일 SNS에 <공작>에 대한 영화 감상평을 올렸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북한 주제의 영화를 보다 오랜만에 깜빡깜빡 잤다”며 “옆좌석에서 코 곤다고 툭툭 치지 않았으면 다 보지 못했을 듯 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흑금성을 모티브로 했다는데, 북한에서 만드는 영화는 시나리오 작가가 연출가보다 먼저 이름이 뜬다”며 “그런데 한국은 감독만 뜨고 시나리오 작가 이름 찾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누가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작가는 (시나리오) 실력 쌓을 시간에 운동권 투쟁에 빠져 있었을 것 같은 느낌”이라며 “메시지는 이념 과다에 적폐 청산 구호 열 번도 외치고 싶은데, 내공은 꽝인데다 ‘공작’의 ‘공’자도 모르는 느낌”이라고 혹평을 가했다.
특히 “호연지기 몇 번 반복하는데, 참 구태의연하고 평범한 국민이 갖는 북한 이미지에서 못 빠져나오고 있다”며 “내가 오랜 경험상 말하면, 정보세계에 들어가면 우리가 북한보다 훨씬 경직돼 있다”고 전체적 분위기에 대한 문제점을 단적으로 지적했다.
또 “이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긴다면, 나는 깊은 회의에 빠질 것 같다”며 “우리 관객의 수준이 1990년대에 머물러 있다는 반증일 거니까”라고 꼬집었다.
그리고는 “왜 <쉬리(1999)>를 넘는 영화가 20년째 안 나오는 걸까”라고 한숨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