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숨] 아픈 기록을 지우지 마세요. 기억의 출발이니까요
[세상의 숨] 아픈 기록을 지우지 마세요. 기억의 출발이니까요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 기획 - 세상의 숨 ⑧ 2018.8 기록으로 기억하는 사회적 참사
  •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 승인 2018.08.17 11: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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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젊은 남녀 커플이 100일 동안 만난 기념으로 작은 이벤트를 한다. 예쁜 카페에서 케익을 커플링을 나누며 사랑이 깊어가는 미래를 약속한다. 삼 십년 된 결혼을 기념해 해외여행을 가는 부부가 있다. 오랜 세월동안 아이들을 키우며 고생했다며 남편은 감사의 징표로 금반지를 건넨다.

직원 서너 명과 함께 어렵게 공장을 꾸려가는 김 모 사장은 창사기념일만 되면 직원들에게 봉투를 건네준다. 액수는 크지 않지만 어려움을 같이 견뎌낸 직원들에게 전하는 감사의 표시다.

탄생, 창립, 개업, 결혼, 도약 그리고 죽음. 우리는 인생의 획은 긋는 중요한 일들을 기억하고 기념한다. 어떤 일은 평생 가슴에 남아있고, 어떤 일은 며칠 간의 설렘으로 남기도 한다.  어떤 경우엔 오랜만에 동창회에서 만난 친구들과 그 옛날의 교실풍경을 얘기하다가, 운동을 좋아했던 친구가 비명횡사했다는 소식을 들으며 잠시 침묵이 흐르기도 한다. 그러면서 죽은 자를 위해 술잔을 따르기도 한다. 우리는 죽음 앞에서 숙연하다. 죽음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다양한 방식에 따라 숙연함은 새로운 실천과 다짐으로 이어진다. 살아있음에 대한 기록은 아름다움으로 남지만 죽은 이에 대한 기록은 기억의 퇴색을 막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기억의 방식을 생각하며

1970년 12월, 폴란드 바르샤바에 세워진 유대인 희생자 위령탑 앞에서 무릎을 꿇은 이가 있었다. 독일 총리 빌리 브란트였다. 독일이 폴란드에서 저지른 유대인 학살을 사죄하는 시간이었다.

당시 브란트는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지만 세계의 언론들은 ‘무릎 꿇은 것은 한 사람, 일어선 것은 독일 전체’라며 반성의 의미를 되새겼다. 그 후 폴란드 정부는 바르샤바에 브란트 광장을 조성하고 무릎 꿇은 그의 모습을 새긴 기념비를 세웠다. 폴란드의 광장 조성은 독일의 참회에 대한 일종의 화답이었다.

이후 독일의 메르켈 총리도 유대인 1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아우슈비츠 만행을 거론하면서 머리를 숙인 적이 있다. 총리는 ‘나치 만행을 기억하는 것은 독일 사람들의 영원한 책임이다’라는 말을 했다.

기억을 해야 달라질 수 있다. 기억을 해야 역사의 반복을 되풀이 하지 않는다. 기억을 해야 새롭게 거듭나는 자성의 실천을 할 수 있다.

기억은 단순한 memory가 아닌 remember이다. remember는 ‘잊지 않음. 절대로 잊지 않기 위해 기억한다’는 강렬한 의지를 담고 있다.

인류역사에서 최악의 산업재해로 꼽히는 인도 보팔 가스 사고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크다. 1984년 12월2일, 인도 중부지역 보팔에 있는 다국적 화학기업 공장에서 맹독가스가 누출됐다. 이 가스는 잠시만 사람에게 노출돼도 중상을 입는다고 한다. 사고가 한밤중에 일어나 대책없이 목숨을 잃은 주민들이 많았다. 생존자 단체 모임 ‘보팔의 정의를 위한 국제운동’은 참사 당시에만 3700여명이 사망했고 이후 후유증으로 숨진 이들까지 더하면 1만 6천여명이 세상을 등졌다고 전했다. 이 사고 피해자는 최소 5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한다.

사고를 수습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피해주민들의 공분은 커졌고, 정부는 불신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그 과정에서 생존자들은 피해자를 기억하기 시작했다

2014년 생존자 단체 모임은 참사 30주년을 맞아 보팔 추모박물관을 개관했다. 참사가 발생한 이후 생존자들은 희생자들의 소지품을 모아 참사를 기억했고, 급기야 민간차원에서 추모공간을 만든 것이다. 사고가 발생한 지 30년 세월이 훌쩍 넘었지만 여전히 당시 사고의 후유증은 계속되고 장애를 안고 태어나는 아이들이 있다.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전쟁을 기억하고 대규모 사회적 참사를 잊지 않으려 하고 있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참사의 특성에 맞는 공감대 형성으로, 그들은 죽음을 기억한다. 대한민국의 세월호는 우리 사회 대표적인 사회적 참사로 기록됐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남아있기에 기억하려는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참사는 과거의 역사지만 기억은 진행형인 셈이다.

기록물 폐기금지의 의미

최근 의미있는 보도가 있었다. 국가기록원이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4ㆍ16세월호 사건’ 진상 규명 지원을 위해 해당기관에 관련 기록물의 폐기를 금지했다. 이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4ㆍ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사회적참사 특조위)’의 요청에 의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해당 사건 관련 기록물을 보유하고 있는 정부ㆍ지방자치단체 등은 소장하고 있는 기록물과 현재까지 폐기한 기록물 목록을 국가기록원에 제출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 관련 대상기관은 국무조정실,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 등 25개 중앙과 지자체, 공공기관이다. 또한 가습기살균제 참사 관련 대상기관은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본부 등 21개 기관이다.

목록에 포함해야 할 대상은 참사와 관련해 해당 기관이 생산ㆍ접수한 일반문서, 시청각, 간행물, 영상자료 등 모든 기록물이다. 조사 대상 시기는 가습기 관련은 1990년부터 현재까지, 세월호 관련은 2014년 이후 현재까지다.

기록물 폐기 금치조치를 내린 이소연 국가기록원장은 “사회적 참사와 관련된 기록의 폐기 중지와 보유 기록물 조사를 통해 사건의 진실 규명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고, 사건의 재발 방지 등 교훈을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폐기 금지 기간은 사회적 참사 특조위 활동 종료 시까지로 정했다. 하지만 이런 기록물은 유족들의 뜻과 여론을 수렴해 영구보관 및 전시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죽음

죽음에 대한 기록과 기억을 취재하고 원고를 집필하는 동안, 소방관들의 안타까운 사고 소식이 들려왔다. 한강에서 구조 작업에 나섰던 소방대원 2명이 주검으로 발견됐다는 소식이다.

이들은 지난 12일 "민간보트가 신곡수중보에 걸려 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출동했다가 보트 전복사고로 실종됐다. 많은 이들이 생존소식을 기다렸지만 싸늘한 시신만 돌아왔다.

이 사고를 두고 재난전문가 김겸훈 박사는 두 소방관을 추모하면서 재난구조활동의 문제점을 함께 밝혔다. 김 박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 일부를 옮긴다.

“이런 참사들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원인은 화재신고 접수 후 현장 출동 시간을 가지고 소방관이나 소방관서의 역량을 평가하는 아주 잘못된 관행 때문이다. 그건 소방관 자신들의 안전 따위는 생각하지 말고 투혼만을 강요하는 우리 사회의 야만적 집단행동 탓이기도 하다.

어떤 소방관도 화재신고를 접하고 일부러 늦게 출동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소방관의 생명도 중요하고 무엇보다도 이차적인 피해로 인한 어떤 생명의 손실도 있어서는 안 되게 조치하고 행동하는 것이 우선이어야 한다.“

사회적 참사, 사고로 인한 죽음, 소외의 그늘에서 숨진 무명의 삶,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반복되는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기억하고 반성하면서 되돌아봐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 성숙한 사회 안전한 사회로 가는 길이 조금은 더 튼튼해 질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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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밍 2018-08-17 11:26:45
절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