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고민 Q&A] ‘늙어 가는 것’과 ‘아픈 것’
[어르신 고민 Q&A] ‘늙어 가는 것’과 ‘아픈 것’
  • 임춘식
  • 승인 2018.08.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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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前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노인의 전화 대표이사

[굿모닝충청 임춘식 前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노인의 전화 대표이사]

Q. 76세 여성입니다. 평생 미혼으로 살면서 40년 넘게 공직 생활을 했습니다. 퇴임 후 연금으로 그 나름대로 여유 있는 노후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뭐든 자신 있고, 독립적이었습니다. 일을 그만두고 몇 년간은 직장 생활로 맺어진 인맥도 있고, 이런저런 모임도 많아 바쁘게 살았습니다. 그러다 70대로 들어서면서 건강 문제가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쾌활, 낙천은 사라지고, 부정과 불안이 생활을 지배했습니다.

여기저기 증상이 생길 때마다 이 병원 저 병원 순례가 시작됐습니다. 특별한 이상은 없는데, 검사만 자꾸 늘어났습니다. 사소한 신체 문제도 죄다 질병으로 여기며 ‘의사 의존형’ 사람이 됐습니다. 평생 병원 신세 안 질 것 같던 씩씩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늙어 가는 것’과 ‘아픈 것’은 비슷해도 다른 거 아닌가요?

A. 나아가 들면 누구나 모든 증상을 치료 대상이라 생각하며 환자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초기 고령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우리 사회가 지금 그 시기에 와 있습니다. 이는 난생처음 늙어 보는 불안감에서 비롯됩니다. 신체 고령화를 모르기 때문이고, 노화와 질병을 배울 기회가 없었던 까닭도 있습니다.

상담 사례입니다. 한 친구가 있습니다. 그는 올해 77세로 노년기에 들어와 있습니다. 30수년 넘게 직장 생활을 했고 60세 은퇴 후 몇 년간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남아 있습니다. 건강에 여전히 자신 있어 했고, 어지간한 몸의 불편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동창뿐 아니라 직장생활 등으로 맺어진 인맥도 살아 있었고, 이런저런 모임도 심심찮게 있어서 나름대로 활기 있는 노후생활을 즐기는 편입니다. 그러다 70대로 들어서자 건강 문제가 조금씩 나타나면서 그의 생활도 달라졌습니다.

쾌활과 낙천은 슬금슬금 도망가고, 부정과 불안이 반쯤  망가진 팔랑개비처럼 마음속을 맴돌았습니다. 그래서 여기저기 증상이 생길 때마다 이 병원에서 저 병원으로 순례가 시작됐습니다. 특별한 이상은 잡히지 않는데, 검사만 자꾸 늘어났습니다.

평생 병원 신세 안 질 것 같던 자신감은 사라져가고 사소한 신체 문제도 죄다 질병으로 여기며 ‘병원 의존형’ 사람이 됐습니다. 이를 새로운 사회학 용어로 '메디컬리제이션(medicalization)'이라고 일컫습니다.

“모든 증상을 치료 대상이라 생각하며 환자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노령화 진입 초기에 흔히 볼 수 있는 심리적 현상이고, 고령화 시대에 일반화된 사회적 현상입니다.

노령화 패턴 등을 이해한다면 “medicalization”, 즉 ‘증상이 있으니 나는 환자이고 따라서 약을 먹어야지’ 랄지 또는 ‘몸이 한창 때하고 많이 달라, 약을 처방 받아야 해’라는 생각을 상당히 떨쳐낼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여러 증상에 적절히 순응하면서 다스려가거나, 하다못해 무거워진 몸을 자주 움직여 주기만 해도 마음까지 한결 가뿐해 질 수 있습니다. ‘늙어 가는 것’과 ‘아픈 것’은 비슷해도 다른 것이다.

뻔한 얘기가 생소하게 들린다면, 난생 처음 늙어 보아서 신체노화를 모르고 살아왔기 때문이고,  노화와 질병을 구별하여 배울 기회나 필요가 없었던 까닭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나이가 나이인 만큼 지병 한두 개쯤 있다면 섭리로 자연스럽게 수용할 줄아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사회학 견해로는 대개는 노화현상일 뿐인데 지레 스스로를 환자로 치부하고 살아가는 걸 문제 삼는 거고, 의학적 입장에서는 만년락(晩年樂)을 즐기다가 또는 궁색한 형편 등으로 행여 병을 놓질까봐 그걸 문제로 삼는 것입니다.

그럼 어느 장단을 따라야 하는가? 잘 보면, 하나는 ‘과민반응’ 또 하나는 ‘방심’ 문제로써 이 둘은 양극단으로 상충이 되는 게 아닙니다.

따라서 두 장단 모두에 유의하면 됩니다. 참고 속의 참고로, 이에 부수하여 고령화 사회로 진입이 현실화되었으므로 이제 ‘노화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사회학자들의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건강 장수는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입니다. 물론 장수한 사람들의 섭생법은 사람마다 다르고 환경에 따라 다르며 체질적으로도 다르지만, 그래도 학자들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매사에 무리를 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말하면 자연의 법칙에 순응했던 것입니다. 인간은 자연의 산물입니다. 아무리 인위적으로 건강하게 살려고 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간의 생명입니다. 그러나 건강관리에 유의한 사람들은 보통 방종한 사람들 보다 훨씬 더 오래 살았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적극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살았습니다. 장수자들은 인생을 긍정적으로 보았습니다. 설사 실망한 일이 있더라도 그것을 인생의 마지막으로 생각지 않았습니다. 어둠이 있으면 밝은 날이 있음을 믿었고, 슬픈 다음에는 기쁨이 온다는 것을 믿고 살았습니다.

어쨌든 ‘메디컬리제이션(medicalization)’으로부터 벗어나 가물가물해진 생기도 다시 북돋우고 숨어버린 락(樂)을 찾아내 ‘내 나이가 어때서~’라고 정도껏 즐겨도 될 일입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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