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프리즘] 사진 속 예술가의 풍경
[시사프리즘] 사진 속 예술가의 풍경
  • 김현정
  • 승인 2018.08.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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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세명대 교양대학 교수

[굿모닝충청 김현정 세명대 교양대학 교수] 연일 폭염으로 지구를 달구던 7월 마지막 날, 서구문화원 1층 전시실에 자그마한 사진 전시회가 개막되었다. ‘드림장애인인권센터’의 주최로 육헌 한상수 작가의 사진초대전 ‘잊지 못할 사람들’이 마련된 것이다. 아동문학가이자 대전대 명예교수인 그는 “80년 넘게 살아오면서 잊지 못할 예술인들,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 내가 있다는 생각을 들어” 기꺼이 전시를 준비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애초 계획한 25명보다 늘어나 38명이 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어찌 이들뿐이겠습니까”라는 그의 말에서 그에게 귀감이 된, 많은 사람들이 사진 속에 담기지 못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평생을 살아오면서 그는 많은 예술가들을 만난다. 동화집 ‘풍선을 먹은 사냥개’, ‘장난감 고양이’등을 펴낸 바 있는 그는 아동문학가들과 많은 인연이 있다. 동요 <퐁당 퐁당>으로 널리 알려진 윤석중과 <꽃밭에서>와 <과꽃> 등의 동시를 발표한 어효선, 그리고 ‘날아다니는 코끼리’로 판타지 동화를 선보인 김요섭과 <고향의 봄>으로 유명한 이원수 아동문학가가 그들이다. 그리고 대전아동문학을 개척한 송근영, 구진서, 김영수 아동문학가와도 각별하다. 이들의 살아있는 모습이 사진 속에 담겨 있다.

그리고 시인들의 사진도 보인다. 대전·충남과 연고가 있는, 낯익은 시인들이다. 먼저 대전사범학교 시절 은사이면서 문학의 싹을 틔워준 한성기 시인의 사진이 눈에 띈다. 어느 문학상 수상식장에서 강태지 여사와 나란히 찍은 사진이다. 한성기 시인과 한상수 작가와의 관계는 각별하다. 한성기 시인의 문학적 도움을 받았을 뿐 아니라 그가 작고하기 전까지 300여 통에 이르는 서신을 주고받았으며, 그가 추풍령 용문산 기도원에 머물며 신병 치료할 때 직접 찾아가기도 하였다. 이렇듯 대전사범학교 시절에 맺은 사제지간의 정이 그가 작고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진 것이다. 사제의 정이 점점 메말라가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귀감이 되는 일이라 하겠다. 또한 「저녁눈」으로 유명한 박용래 시인의 사진도 볼 수 있다. 시인을 비롯하여 최원규, 신관우, 권선근, 안영진, 정재수와 함께 찍은 사진이다. 모두 정장 차림의 이 사진에서 당시 젊은 대전 문인들의 패기를 읽을 수 있다. 박용래 시인의 은은하고 온화한 미소가 눈에 들어온다. 노년의 임강빈 시인의 정갈한 느낌을 주는 편안한 모습도 보인다. 「풀꽃」으로 많이 알려진 나태주 시인의 풍금을 치는 장면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정겨운 시골학교의 옛 교실로 안내하는 듯하다. 그밖에 활짝 웃고 있는 김용재 시인의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리고 1956년 창간된 충남지역의 오래된 문학동인지 ‘백수문학’을 창간하는 데 기여한 백용운의 소설가도 만날 수 있다. 또한 오랜 기간 이 지역에서 예술활동을 하면서 극문학에 많은 도움을 준 최문휘 극작가의 사진도 보인다.  

또한 ‘진실과 허구’, ‘대전문인문학’등의 평론집을 펴내는 등 대전문학의 발전에 공헌한 송백헌 문학평론가 사진도 볼 수 있다. 이 외에 리헌석 문학평론가의 사진도 실려 있다.

그리고 오랜 기간 동안 대전시 문화재위원이자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이기도 한 김영한 선생의 사진 한 장이 눈에 띈다. 정갈하고 맑은 모습은 보는 이에게 한없이 순수하고 편안한 느낌을 전해준다. 그는 충남대 도서관에 ‘호서문학’ 창간호(1952)를 기증함으로써 문인, 연구자들이 대전의 전후문학을 살피는 데 적잖은 공헌을 하기도 하였다.

정명희를 비롯하여 이동훈, 송진세, 조기환, 조평휘 화가들의 살아있는, 자연스러우면서도 역동적인 사진도 볼 수 있다. 나운영, 이동범 작곡가, 김용근, 임윤수 국악인, 이곤순, 조종국 서예가도 보인다. 또한 한상수 작가를 사진의 세계에 푹 빠지게 했을 많은 사진작가들의 모습도 다가온다. 이동식, 김기영, 우경환, 조준경, 조임환 사진작가가 그들이다.

한상수 작가는 사진초대전 팜프렛 표지 사진으로, 그리고 수록된 사진 중 마지막 사진으로 대전사범학교 재학 중 결성된 숲문학동인회 사진(1957)을 배치하고 있다. 이 한 장의 사진이 그의 인생의 처음에서 끝까지 줄곧 ‘청춘’으로, 무언가를 도전하는 삶을 살게 한 원동력이었음을, 또한 그가 평생 문학의 길로 걸어오게 한 자양분이었음을 보여주려 한 것은 아닐까. 그리고 이를 통해 많은 훌륭한 예술가와의 만남이 자신을 ‘지금 여기’에 있게 만들었음을 보여주려 한 것은 아닐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훌륭한 예술가와의 만남이 자신의 아름다운 인생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그는 오래된, 살아있는 사진으로 보여주고 한 것이었으리라.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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