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용 “'이해찬派-김진표派-송영길派'의 감정대립은 위험신호”
전우용 “'이해찬派-김진표派-송영길派'의 감정대립은 위험신호”
  • 정문영 기자
  • 승인 2018.08.2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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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20일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권리당원 투표가 시작된 가운데, 각 후보들에 대한 지지층의 충성심 논란이 과열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칫 ‘이해찬派’ ‘김진표派’ ‘송영길派’ 등으로 나뉘며 감정대립으로 인한 당내 민주 개혁 세력의 분열을 걱정하는 우려 섞인 시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역사학자 전우용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념과 노선을 둘러싼 논쟁은 필요하지만, 충성심 논란이 이는 건 분명한 위험 신호”라며 “논리 차이는 해소하기 쉽지만, 감정 대립은 봉합하기 어렵다”고 적었다.

그는 특히 “자칫하면 민주 개혁 세력이 분열하는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며 “스스로 중심을 잡고, 무슨 파니 무슨 파니 하며 서로 간에 화해하기 어려운 감정 대립을 일으키려는 말들에 흔들리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리고는 1945년 해방 직후 정치집단들에서 발생했던 ‘태극기 혈서 충성 맹세’ 사례를 끄집어냈다.

“이승만과 김구가 귀국하자 태극기에 혈서 써서 충성을 맹세하는 자들이 생겼다. 이들은 이 일로 ‘보스’의 눈에 띄기는 했으나, 오랜 세월 동지적 관계로 맺어진 기존 조직에 끼어들 여지가 별로 없었다. 이들이 끼어들기 위해 필요한 게 ‘흔들기’였다.

조직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보스와 특별히 친한 사람도 있고, 상대적으로 소원한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그 약한 고리를 노려 누가 충성심이 부족하다는 둥, 누가 딴마음을 먹었다는 둥, 누가 적대 세력과 내통한다는 둥 하는 소문을 퍼뜨려서 조직 내부를 ‘이간질’한다. 이 이간질이 효과를 보아 ‘오래된 동지들’ 사이에 틈이 벌어지면, 그 사이를 파고 들어간다. 이렇게 조직 내에 일단 자리를 잡은 뒤에는, 스스로 ‘신파’라 칭하고 다시 ‘보스’의 오래된 동지들을 ‘구파’로 몰아 배척한다. ‘신파’가 이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쓰는 방법이 충성심을 과장해서 표현하고 구파를 불충하다거나 건방지다고 비난하는 거였다.

‘해방 뒤 혈서 써서 충성 맹세한 사람’들이 어떤 문제를 일으켰는지 궁금해 하는 분들이 있기에 조금 부연한다. 4.19 때 발포 책임자였던 내무부장관 최인규, 경무대 경찰서장 곽영주 등은 해방 전에는 이승만과 일면식도 없던 자들이었다. 이들이 권력 핵심에 진입할 수 있었던 건, 이승만이 워낙 아첨을 좋아해 저들의 술수가 먹혔기 때문이다.”

그는 또 소설가 이호철 씨의 장편소설 ‘서울은 만원이다’가 발표된 1966년 당시 서울의 기억을 다음과 같이 떠올렸다.

“1960-70년대 서울 인구는 매년 30~50만 명 정도씩 늘어났다. 소설가 이호철 씨가 ‘서울은 만원이다’를 발표한 게 1966년. 단칸방에 대여섯 식구가 사는 게 보통이었고, 버스는 늘 만원이었다. 그 무렵 버스 기사들은 만원버스에 한 명이라도 더 태우기 위해 ‘술수’를 부렸다. 급발진, 급정거, 급회전을 몇 차례 반복하면 승객들이 이리저리 쏠리면서 빈 공간이 생겼다. 승객들은 버스 기사의 속셈이 뭔지 뻔히 알면서도 투덜거리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는 “‘흔들어서 자리 만드는 수법’은 버스에만 통하는 게 아니다”라며 “어느 분야에서나 기존 조직 내에 ‘새 자리’를 만들고 싶을 때에는 효과만점인 수법”이라고 귀띔했다.

그리고는 “해방 직후 정치집단들에서 이런 일이 아주 흔했다”며 현재 민주당에서 ‘충성심’을 앞세워 분열하는 모습을 같은 맥락의 연장선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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