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의 세상읽기] “잔 펀치도 여러 번 맞으면 멍든다”
[김선미의 세상읽기] “잔 펀치도 여러 번 맞으면 멍든다”
  • 김선미 언론인
  • 승인 2018.08.2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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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김선미 언론인]

허태정 시장 한 달 직무평가 “이게 뭐야!” “그럴 줄 알았어!”

김선미 언론인

17명 중 14위. 뒤로 3명이 있다고는 해도 거의 꼴찌나 다름없다. 이처럼 형편없는 성적표를 받은 당사자로서는 일단은 몹시 억울하고 불쾌할 듯하다. 그러나 불쾌한 것은 당사자만이 아니다. 지켜보는 시민들도 불쾌하기는 마찬가지다.

불쾌함에 더해 한심한 생각까지 들게 한다. 지지자들은 일 잘하라고 뽑아주었더니 “이게 뭐야!”라며 혀를 차고, 반대 했던 이들은 “내 그럴 줄 알았어!”라며 대놓고 비아냥거리기 딱 좋은 소재다.

한 달은 업무 파악하기도 짧은 시간, 의기소침할 필요 없어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민선7기 출범 후 처음 발표한 '2018년 7월 월간 광역자치단체장 직무수행 지지도 설문 조사에 따르면 허태정 대전시장에 대한 긍정 평가는 37.7%로 14위를 기록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고 의기소침할 필요는 없다. 민선7기 출범, 고작 한 달에 대한 평가일 뿐이다. 조사기관의 신뢰성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직무평가를 할 실질적 근거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그렇다. 현실적으로 초선 단체장이 한 달 동안 일을 했으면 얼마나 했겠는가. 업무 파악하기도 짧은 시간이다.

직무수행 조사도 평가항목과 지표에 따라 전문가 그룹이 꼼꼼히 따지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가 그렇듯 지지도, 선호도 조사다. 베스트셀러가 반드시 좋은 책이 아니듯 다분히 인상 비평적인 측면이 강할 수밖에 없다.

일희일비할 일은 아니나 부정적 이미지 고착되는 것 경계해야

실제 여론조사를 통한 대중의 지지도와 조직 내부의 평가나 실질적 성과와는 전혀 다른 경우도 드물지 않다.

충청권의 한 전직 단체장은 같은 조사에서 늘 수위를 달리며 이를 치적으로 내세웠다. 심지어 연이어 6개월 동안 1위를 차지한 적도 있다. 하지만 조직 내부의 평가는 달랐고, 도정과 관련 뚜렷한 치적을 찾기 어렵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높은 첫 평가에서 꼴찌나 다름없는 조사 결과는 분명 당혹스럽고 염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첫 이미지로 인해 부정적 인식이 고착될 경우 똑같은 일을 해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정책 추진에서도 추동력을 얻지 못하고 걸림돌로 작용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잔 펀치도 여러 번 맞으면 멍든다” 통 크기로 이름났던 충청권 광역단체장의 말이다. 한 번 형성된 부정적 여론의 확대 재생산을 경계하는 의미다.

공무원 조직의 이러저러한 뒷말들 부정적 여론 통로 될 수 있어 

그런데 정작 염려스러운 것은 여론조사가 아니다. 더 주의 깊게 봐야 할 부분이 허태정 시장에 대한 공무원 사회의 평가가 아닌가 싶다.

취임 두 달째, 시민들이 단체장의 직무수행 능력을 들여다보기에는 짧은 시간이지만 공직 내부에서 단체장의 직무 스타일을 파악하는 데는 충분치는 않아도 어느 정도 파악 가능한 시간이다. 벌써부터 이런저런 뒷말이 나오고 있다.

기초단체장에서 광역단체장으로 도약한 허 시장이 공무원 조직을 세게 다잡아 대전시 공무원들이 반발하거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얘기는 아직 듣지 못했다. 오히려 반대다.

구정과 인구 150만 명의 광역시의 시정은 확연히 다른데 업무 파악에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지적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시정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대전시 공무원들이 젊은 새 시장에 대해 미심쩍은 눈길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시정에 관심 없는 것 같다’는 내부의 미심쩍은 눈길이 더 문제

부림을 받는 부하 직원들로서야 불도저처럼 밀어붙이거나 옥죄는 상관보다 만고강산 참견하지 않는 상관이 편할 텐데도 이런 평이 나오고 있는 것은 좋은 조짐은 아니다. 광역시 행정은 처음인 신임 시장에 대한 괜한 헐뜯기, 더 나아가 조직적 음해일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치부하기에는 벌써부터 몇몇 불안한 징후들이 엿보인다.

신임 시장으로서 가질법한 패기 넘치고 참신한 철학, 비전이 잘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시정에 대한 깊은 고민과 이해를 토대로 한 정책 구상보다는 인기영합적인 면이 더 두드러진다면 너무 가혹한 평가가 될까.

허 시장은 지난 20일 주간업무회의에서 내부로부터의 시정 혁신을 강조했다. 좋은 말이다. 하지만 시장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조직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럴듯한 말잔치로 끝날 뿐이다.

업무 파악, 조직 장악하지 못해 경멸의 대상은 되지 말아야

임기 초일수록 조직 내부의 평가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하의 조직이 거꾸로 부정적 여론의 확산 통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을 너무 혹독하게 시켜 미워하게 만드는 것도 괜찮지만 적어도 조직원들이 경멸하게는 만들지 말아야 한다. 실력이 못 미치거나 말만 거창한 리더십은 경멸받기 십상이다.

허 시장은 6.13 지방선거에서 압도적 표 차이로 당선된 후 “4년 후에 시민들의 선택이 옳았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쯤은 쿨하게 무시하며 성공한 시장으로 남기위해서는 때로는 욕을 먹더라도 깊은 통찰력으로 미래를 내다보며 일로써 승부하는 시장이 되어야 한다. 이는 허 시장 개인의 성공이기도 하지만 대전시민의 복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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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2018-08-22 13:45:19
아주 적절한 지적이다.
잘 경청하기를 ! 지나치다 듣는 소리로 생각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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