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솔릭'-'시마론' 北上..."부디 양수겸장(兩手兼將)은 거두어 주소서!"
태풍 '솔릭'-'시마론' 北上..."부디 양수겸장(兩手兼將)은 거두어 주소서!"
  • 정문영 기자
  • 승인 2018.08.2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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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태풍 두 개가 북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하나는 서해상에 ‘솔릭’이, 일본쪽 동해상에는 ‘시마론’이라는 태풍이 이른바 ‘태풍의 눈’을 부릅뜬 채, 호시탐탐 한반도를 향해 북상을 노리고 있는 모양새다.

이들은 올해 들어 각각 19호와 20호 태풍으로, 지난 2010년 9월 서해안을 강타해 17명의 사상자와 1,673억원의 재산피해를 안긴 가공할 태풍 ‘곤파스’보다 더 위력적이라고 한다.

‘솔릭(Soulik)’은 미크로네시아 연방에서 제출한 태풍의 이름으로 ‘전설의 족장’을 뜻한다. ‘시마론(Cimaron)’은 필리핀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야생 황소’를 의미한다.

폭발적인 위력의 태풍이 하나가 아닌 두 개가 이처럼 한꺼번에 등장, 한반도를 위협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23일 오후 9시쯤 태풍 ‘솔릭’은 서해상에, ‘시마론’은 동해상에 나란히 진입하면서 서로의 진로와 속도에 영향을 주는 '후지와라 효과(Fujiwhara Effect)'가 발생한다고 한다.

최악은 두 태풍이 하나로 합쳐지는 경우인데, 현재 두 태풍의 힘이 동등하면 서로를 밀쳐내기 때문에 하나로 합쳐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에 정부는 이날 전 국민에게 재난 안전 대비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등 초비상 사태에 들어갔다.

이런 가운데 중국 당나라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백낙천의 장편 서사시 ‘장한가(長恨歌)’ 중, '비익조(比翼鳥)' 대목을 연상시키는 시 한 편이 눈길을 끌어 그대로 옮긴다.

‘안용진’이라는 이름의 페이스북커는 “접근하는 두 태풍의 눈을 중심으로 볼 때, 흡사 새의 눈 같아서 비익조를 떠올렸다”며 두 태풍을 ‘양수겸장(兩手兼將)’이라고 불렀다.

‘양수겸장’이란 한반도를 표적 삼아 두 방향에서 공격해 들어가는 형국을 묘사한 문학적인 표현으로, 두 태풍의 소용돌이에서 우리나라의 안전을 바라는 간절한 기원으로 읽힌다.

양수겸장(兩手兼將)
태풍도 사랑을 하는가

태평양 서남쪽 뜨거운 열대 바다
더운 습을 팽팽하게 안으로 접어
하나 둘씩 제 속살을 부풀린다.

엊그제 제 고향 바다를 뒤로 하고
거대한 회오리 바람에 몸을 숨긴 채
전설 속의 족장*이 가고시마 남서쪽을 지나
한반도 서쪽으로 북상하는 중이다.

이틀 시차를 두고 뒤늦게 태어난
야생황소*는 오사카 남해상에 들러
기침 한 번 하고 참았던 오줌 덜어낼 참인데
먼저 다녀간 족장의 기침이랑 오줌은
창해일속(滄海一粟: 푸른 바다에 좁쌀 한 톨)일 뿐이라며 난리법석이다.

바다에 배를 대고 북진하는 동안
몸짓 커질 대로 커진 족장 서해로 가려는데
열도 서남해에서 덩치를 키운 황소가 손길 뻗쳐
앞서가는 족장 옷깃을 자꾸만 잡아 당긴다.

이번엔 족장이 황소 소매를 끌어당기니
황소 걸음이 빨라져 두 형제가 서로 마주볼 일 얼마 안 남았구나.

족장은 서해바다 상공에 눈알을 박고
황소는 동해바다 상공에 눈알을 박고
자웅을 겨루는 날개짓을 꿈꾸고 있다.

과연 전설속의 족장이라서 전설속의 새
부르는 주문(呪文)을 걸기라도 하는 것일까
눈도 하나요 날개도 하나라는  비익조(比翼鳥)
어느새 족장과 황소는 비익조 두 눈이 됐다.

하늘에선 원컨대, 비익조가 되고요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길 바라요*
하지만 여기서 이러시면 아니 되옵니다.

두 몸이 한 몸이 되는 것은 경사임엔 틀림 없으나
그대들이 흘리는 운우지정(雲雨之情: 연인의 사랑)은 홍수를 이루고
그대들이 내지르는 신음은 狂태풍이 되리니
비익조 아녀도 족장이나 황소한테
한없이 미약하고 하찮은 존재가 인간이거늘
부디 양수겸장(兩手兼將)은 거두어 주소서.

그러니 더 이상 가까일랑은 붙지 마시고
천리쯤 떨어져 조용히 지나가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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