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훈의 도시마케팅] 지역의 역사를 남기는 것이 도시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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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충남방적, 기억과 상실
  • 강대훈
  • 승인 2018.08.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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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충청 강대훈 (사)한국공공정책평가협회/대전세종시협공동회장]

중국은 2022년 북경 동계 올림픽은이 개최되는 철강 지대 주요 공장 시설과 건물을 재활용하여 비용을 낮추고 미학적 가치가 높은 근대 산업 유산으로 남긴다는 계획.
베이징 동계올림픽 조직 위원회의 안내로  2022년 동계 올림픽이 열리는 허베이(河北)  현장을 돌아 보았다.  크로스컨트리, 바이슬론 경기장 건설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북경 외곽 이곳은 쇼강 그룹이 있었던 철강 산업 단지였는데 도심이 확대됨에 따라 공장들은 지방으로 이전을 하고 거대한 구조물들이 흉물이 되어 남았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북경시는 이 공장들을 다 헐지 않고 주요 시설과 건물을 보존하여 근대 산업 유산으로 남긴다는 것이다. 관계자는 “노르딕 스키 점프대도 이 거대한 고로를 활용하여 짓는다.” 고 했다.

중국이 산업 시설을 유산화하고 상업적 활용을 통해 도시 비용을 낮추고 미학적 가치를 높이는 사례는 흉물 공장 지대를 글로벌 예술 공간으로 바꾼 798 예술 거리에서도 볼 수 있다. 이러한 도시 개발은 “오래된 공장은 노동자의 땀이 밴 산업 유산이다.”라는 중국 공산당의 철학과 “거대한 시설물은 공공 예술의 오브제가 될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현대 예술 개념이 결합한 것이다.

경제적이고 현실적인 이유는 기존 시설을 재활용하면 시설 건설에 돈이 덜 들고 문화유산은 사회적 자산이 되어 관광 자원이 된다. 
관광은 도시의 지속가능한 돈 벌이이며 일자리를 만든다. 더우기 세계 불황에 돈을 외부에서 벌어오는 것보다는 절약을 통해 비축하는 것이 현명하다. 2100만 명의 인구를 가진 북경은 IOC(올림픽 조직위원회)에게 이 같은 시설의 재활용을 통해 올림픽 운영 예산을 15억 달러로 계상했으나 160만 시민의 알마티(카자흐스탄)은 18억 5천만 달러로 계산했다. 알마티는 북경보다 3억5천만 달러를 더 들여 새 집을 짓는 방식으로 올림픽을 치른다는 유치 제안을 했지만 실패했다. 

공장 재 활용의 또 한 사례는 상하이 국제패션센터(上海国际时尚中心)이다.
상해 외곽 杨浦区의 패션 센터와 아웃렛 매장은 수만 명이 일했던 방직 공장을 재활용 한 것이다. 상하이는 뉴욕, 파리, 런던, 밀라노, 도쿄를 잇는 세계 제6의 패션 도시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곳에서 매년 세계 패션 업계를 모아 의견을 나누고 세계적 수준의 패션쇼를 하고 미래를 구상하는 상하이 패션 위크가 열린다. 과거 방직 공장과 부지는 패션 중심으로 재 탄생되어 세계 패션 기업과 기관을 이곳에 유치하고 있으며 공연장, 사무실, 고급창고, 오피스텔, 요식, 호텔 등의 마이스 기능이 완비되어 있다. 공장이라는 지역 역사성을 도시 마케팅의 요소로 만들어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다. 

나는 상해에서 투자유치 행사를 마치고 공항으로 가기 전에 이곳을 다녀왔는데 아직 외곽 도로는 엉망이고 길에는 먼지가 날려 상해 시 정부의 목표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충남방적,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과 성공 신화가 겹치는 산업 시대의 상징
충남방적은 1954년에 설립한 국안방적을 1970년 청운 이종성 회장이 인수하여 상호를 충남방적으로 바꾸고 80년대 30대 그룹 군, 재계 18위까지 올라간 대전 대표 기업이었다. 1979년 27만 평 대전 공장을 준공하고 2억 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그러나 1995년 창업주가 타계하고 닥친 IMF 외환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2007년 회사가 정리되었다. 현재는 SG 그룹이 계열회사로 편입하여 (주)에스지충남방적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창업주 이종성 회장은 교육 사업에 공헌이 많았다. 1973년 국내 최초 공장 부설 학교인 천안 청운여고를 설립하고 전액 무상으로 생산직 노동자에게 배움의 길을 열었다. 이후 예산 예덕실업고등학교, 대전 충일여중고, 오산 수영여고를 설립하여 7천여 명의 노동자들이 일하며 배울 수 있었다. 충남 서북부 예산농전이 유일했던 시절 홍성에 혜전대학을 설립했는데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업료로 운영하는 학교였다.

어제  가수원 쪽으로 나가 원내동 충남 방직 공장 터를 돌아보았다.

사업도 인생도 아침 이슬처럼 헛되고 헛된 것인가?

한때 면정방 52만추, 직기 4천4백 대가 돌아가며 만 명이 넘게(그룹 전체는 1만 5천 명) 일하던 국내 최대의 면방 공장의 흔적은 없었다. 
단지 출입 금지 안쪽에 3000여 명이 수학하던 충일여고 ‘ㄱ’자 형태 건물과 사원 숙소 몇 동이 방치되어 있었다.

삼 사십 년 전 시골의 딸들이 대전에 올라와 꽃다운 청춘을 이 공장에서 지냈다. 먼지와 소음이 가득한 공간에서 일하며 노동에 지친 몸을 이끌고 밤에는 공부하며 꿈을 키웠다. 월급 대부분을 고향 집으로 부쳤다. 청운을 뜻을 품고 사업에 도전하여 공장을 돌렸던 기업가와 여공들의 노동이 한국 경제 발전에 바탕이 된 것이다. 모 기업의 운명과  함께 이 산업체 부설 학교는 눈물의 폐교를 했지만 개교 당시 학생 1,000명 모집에 5,000여 명의 지원자가 몰릴 정도로 인기가 높았었다.

지금 유성구 원내동에 있는 이 충남 방적  부지 22만 1970평은 주택건설 ㈜부영이 가지고 있다.

근처에 대전 교도소 부지를 합해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건립할 예정이다.

부영그룹 회장님께 이 말씀을 드리고 싶다.

“충남방적은 대전만의 산업 유산이 아니다. 한 시대 산업 발전에 몰입했던 이종성 회장과 임직원, 공장에서 청춘을 보냈던 어린 여공들의 흉상과 부조가 충남 방적을 알리는 기념물과 함께 설 수 있는 부지를 마련해 주시길 바란다. 대전도시공사는 당시 사용했던 방직기를 확보하고 폐허로 남아있는 충일여고 교사 일부와 사옥 기숙사를 매입하여 그 시대의 노고를 기리는 작은 박물관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기억이 증발하면 시대의 역사도 사라진다.
나는 그 시절, 용두동에서 고등학교를 다녔지만 교회에서도 빵집에서도 충일여고생들을 마주친 적이 없다. 노동과 공부에 공장 밖으로 나올 시간이 없었던 어린 누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짠하다. 한때 대전의 산업을 이끌던 동아연필, 대전피혁, 영진건설, 대훈서적 등의 자취를 찾기 어렵다.

 

강대훈 해외한인경제인협동조합 이사장 /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전문위원 / 화동인터내셔널 대표이사 /26년 동안 수출과 투자유치 활동 / 세계 100개 도시 전략 연구

지역의 역사를 남기는 것이 도시 경쟁력이다. 

콘크리트 시가지, 언제나 헐고 부시고 새로 짓는 아파트촌에서 자라는 아이들에 우리의 기억을 찾아 주지 않으면  도시의 뿌리가 무엇인지?, 지역 사랑이 무엇인지도 모르며 자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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