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억울하십니까?
[노트북을 열며] 억울하십니까?
  • 장찬우 기자
  • 승인 2018.08.26 0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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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찬우 충남 취재 본부장

[굿모닝충청 장찬우 기자] 20일 검찰은 업무상배임과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성무용 전 천안시장에게 ‘징역 5년에 추징금 1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성 전 시장이 재임시절 천안야구장을 조성하면서 천안시에 550억원의 손해를 입혔다고 보았다.

또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인 A씨에게 1억원의 돈을 받은 것도 정치자금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성 전 시장은 “천안야구장과 관련한 이번 재판으로 수십년간 쌓아온 명예가 한 순간에 무너졌다”면서 “재판부가 억울함을 풀어주기를 바란다”고 진술했다.

변호인단도 “천안야구장은 정책적 판단과 선택의 문제”라며 “행정판단을 문제삼는 것(형사처벌한)은 대법원 판례에도 없는 최초 사례”라고 항변했다.

정치자금법 위반혐의와 관련해서도 “오래 알고 지낸 지인에게 차용증을 대신해 수표로 빌린 것으로 당시 선관위에서도 조사를 벌였지만 문제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천안야구장은 617억원이라는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완공됐다.

하지만 토지보상비에만 538억원이 들어갔고 야구장 시설에 쓰인 금액은 34억원에 불과하다.

천안시는 비만오면 진흙탕으로 변하는 부실한 야구장에 추가로 12억원을 들여 보수공사를 벌인다고 한다.

천안시의 이같은 계획을 두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조잔디를 깔거나 부분 보수를 하는 식으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천안야구장은 얼마나 더 많은 혈세를 투입해야 제 기능을 할지 알 수 있게 될지 알 수 없는 애물단지가 됐다.

성 전 시장 변호인단의 주장이 이해되는 측면이 없지는 않다.

검찰은 천안야구장 조성과정에서 성 전 시장이 토지주나 감정평가사와 부당한 거래가 있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변호하는 입장에선 정책 판단을 잘못해 막대한 혈세를 낭비했다 하더라도 업무상 배임 혐의를 적용해 형사처벌하는 건 무리라는 주장을 할만 하다.

하지만 당시 정책결정의 책임자였던 성 전 시장이 재판부를 향해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말한 것을 받아들일 시민이 몇이나 될까.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이후 본격적인 지방자치가 시작된지 23년이 흘렀다.

하지만 기초단체의 정책기능은 여전히 허술하기 짝이 없고 단체장이 바뀔 때 마다 이리갔다 저리갔다 하는게 현실이다.

물론 개중에는 지자체장의 정책이 지역발전에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실패할 경우 막대한 혈세를 낭비하기도 한다.

정책이 성공할 경우 해당 지역 단체장은 두고 두고 칭찬을 듣게 되겠지만 실패할 경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게 문제다.

정책 실패로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고 이른바 ‘현역 프리미엄’이나 ‘바람’에 힘입어 재선 또는 3선에 성공하는 사례도 없지 않다.

성 전 시장 변호인단이 ‘정책은 선택의 문제’라며 형사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같은 현실 때문이다.

성 전 시장이 형사처벌을 받게 될지 그의 말대로 억울함을 풀게 될지는 다음 달 19일 선고를 기다려 봐야 알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자치단체장의 의지만으로 시작된 사업때문에 시민에게 막대한 피해가 갔음에도 사과는커녕 억울하다는 말을 하는 상황을 맥없이 지켜봐야 하는가.

자기돈으로 사업하다 실패해도 비난은 있기 마련이다.

성 전 시장은 뭐가 억울하다는 걸까?

그 이유는 잘은 모르겠지만 앞으로 억울한 시장이 더 나오지 않게 지방정부의 정책개발 기능을 강화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고민해야 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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