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인문학 서재] 인간 본성 들여다보며 자기관리 기술 터득
[임영호의 인문학 서재] 인간 본성 들여다보며 자기관리 기술 터득
(22) 한비자 ‘한비자’ (下)
  • 임영호 우송정보대 특임교수
  • 승인 2018.08.3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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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

[굿모닝충청 임영호 우송정보대 특임교수] 법과 술은 군주의 수단이고, 세는 군주의 수단을 부릴 힘입니다. 세 가지를 제대로 부려야 국정을 온전히 운영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현실주의자입니다. 비정한 권모술수 주의자는 아닙니다. 정의나 인의만 앞세우기보다는 현실적인 강제력도 섞어서 집행하는 것을 더 실효적으로 본 것입니다. 나쁜 놈이 성공하는 것이 아니며, 착한 놈이 전부 성공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항상 강한 나라는 없고, 항상 약한 나라도 없습니다. 법은 백성을 다스리는 것입니다. 법을 받드는 것이 강하면 강한 나라가 되고, 법을 받드는 것이 약하면 약한 나라가 됩니다.(제6편 有道篇) 당시 법치주의를 실현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는 예화가 있습니다. 상앙(商鞅)의 이목지신(移木之信)입니다. “이 나무를 북문으로 옮겨 놓는 사람에게는 십금(十金)을 주리라.” 그러나 아무도 옮기려 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십금(五十金)을 주겠다고 또 다시 써 붙였더니 이번에는 옮기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상앙은 약속대로 오십금을 주었습니다. 그런 후 법령을 공표하자 백성들은 조정을 믿고 법을 잘 지켰습니다.

법은 형법적 측면이 강하므로 명명백백해야 합니다. 문서로 백성들에게 공포하고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게 명확하여야 합니다. 또한 이를 강력하게 실천하려는 의지가 있어야합니다. 법가는 군주의 직접 통치입니다. 주나라 이후 대부이상 귀족계급은 예(禮)로 다스리고, 서민들은 형(刑)으로 다스렸습니다. 법가는 이러한 차별을 철폐합니다. 군주의 관료에 대한 견제입니다. 법과 형벌이 진실로 신실해지면 호랑이도 변하여 사람처럼 됩니다. 당시는 백성의 권익보호가 아니라 군주를 권력의 중심에 두는 충군(忠君)사상입니다.

술은 신하를 다스리는 것입니다. 법가는 신하가 술수를 쓰면 엄벌에 처하지만 왕이 술수가 없다면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긴장감을 불어넣는 강력한 카리스마가 있어야 합니다. 술은 마음속에 숨겨놓고 절대로 신하가 읽을 수 없게 하여야 합니다. 군주는 개인의 좋고 싫은 감정을 표출해서는 안 됩니다. 신하들이 다른 생각을 품을 수가 없습니다. 군주가 하고자 하는 일을 드러내면 신하들은 자신을 꾸밀 기회를 얻습니다.

신하 역시 자신의 속내를 군주에게 드러내지 않고 심기를 건드리지 않아야만 목숨을 온전하게 보존할 수 있습니다. 간언을 하거나 논의를 하고자 하는 신하는 군주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미리 살핀 뒤에 설득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군주는 싫어하고  꺼려하는 역린(逆鱗)이 있어 군주의 역린을 건드리지 않아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의심을 사서 처형을 당할 수 있습니다. 한비자는 제12편 세난(說難)편에 한 묶음으로 군주에 대한 설득의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초나라 사람 화씨(和氏)는 옥돌을 주워 왕에게 바쳤으나 오히려 돌을 옥으로 속였다 하여 왼발 오른발을 차례로 잘렸습니다. 시간이 흘러서 나중에 등극한 문왕이 그 옥돌을 다듬게 하여 보배를 얻었습니다. 고사성어 화씨지벽(和氏之壁)입니다. 우매한 군주를 깨우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입니다.(제7편 二柄)

외저설우상(外儲說右上)에 개가 사나우면 술이 시어진다는 구맹주산(狗猛酒酸)고사가 있습니다. 술맛이 좋기로 유명한 주점이 술이 팔리지 않아 늘 술이 시었습니다. 그 까닭을 이상히 여겨 그 고을의 원로에게 물었습니다. ‘그대의 집개가 사나워서 그렇다’고 말했습니다. 당시는 어린아이를 시켜서 술을 사러 가게 할 때입니다. 개가 독하니 아이들이 그 주막에 가기를 꺼려하는 것입니다. 군주의 주변에서 권세를 누리고 군주의 눈을 가리는 신하들을 경계하라는 메시지입니다.

한비자는 군주가 신하를 다스리기 위하여 두 개의 칼자루를 잡아야 된다고 합니다. 하나는 형(刑)이고, 하나는 덕(德)입니다. 죽이는 것은 형이고, 상주는 것은 덕입니다. 신상 필벌주의입니다.(二柄) 관리의 삼성그룹이 한비자를 좋아한 이유입니다. 상벌이 군주로부터 나가지 않고, 신하로부터 나가면 신하를 따르고 임금을 저버리게 됩니다. 한 국가의 혼란은 군주의 권위가 무너짐으로써 시작됩니다. 월권행위와 진술한 내용과 실제가 불일치 할 때 죄를 물었습니다. 한비자 7편에서 9편까지 기술되어 있습니다.

신하를 다스리는 수단에 위엄 있는 권세, 엄격한 법률 이외에 무위로 다스리는 법이 있습니다. 한비자의 사상은 도가사상과 통합니다. ‘덕을 터득한 군주는 적이 없다’는 등 무위의 술을 활용하였습니다. 제21편, 제22편에 기술되어 있습니다. 군주는 고요하고 텅 비어야 신하를 일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입을 열지 말고 신하의 의견을 먼저 들어야 한다는 등, 긴장 관계인 군주와 신하가 조화롭게 사는 여섯 가지 방법을 제8편 양각(揚搉)에 제시했습니다.

한비자는 작은 조짐을 조심하라고 하였습니다. 그는 패망하는 군주의 열 가지 잘못를 제10편 십과(十過) 편에 구체적으로 적시했습니다. 작은 충성, 작은 이익, 편협한 행실, 궁궐을 떠나 멀리 유람하는 것, 충신의 간언에 귀기우리지 않는 것, 외세나 타인의 힘에 의지하는 것, 작은 나라에서 예의를 지키지 않는 것 등입니다. 하나하나 예를 들어 설명하였습니다. 한비자는 또 나라의 쇠망을 알려주는 일곱 가지 징표도 제15편 망징(亡徵)에서 이야기했습니다. 25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하등 차이가 없습니다. 인간이 사는 세상사는 비슷합니다.

왜 진이 통일 후 얼마 가지 않아 망했습니까? 한비자의 법치는 전적으로 군주를 위한 것이지 백성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형식적 법치주의에 흘러 지나치게 융통성이 없기에 일찍 몰락했습니다. 진승(陳勝)과 오광(吳廣)의 반란도 백성들이 전쟁이나 부역하는 곳에 정해진 날짜에 당도하지 못하면 바로 처형에 처하는 법이 원인이었습니다. 당시 폭우로 도착이 늦어지자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한 가지다는 심정으로 반란을 일으킨 것입니다.

임영호 우송정보대 특임교수

마무리를 하면서 ‘한비자’는 두꺼운 책이나 어려운 내용은 없어 쉽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현대인은 조직 사회에서 자기 이익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절대 권력의 통치 기술에 관한 내용들이 많지만, 인간 본성의 현실적인 모습을 들여다 보고, 삶을 살아가는 자기관리 기술을 터득할 수 있습니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과 비교하여 읽으면 더 유익합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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