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르신 고민 Q&A] 인간은 왜 늙는가
    [어르신 고민 Q&A] 인간은 왜 늙는가
    • 임춘식
    • 승인 2018.09.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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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춘식前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노인의 전화 대표이사

    Q. 인간은 왜 늙어 가는가요? 참으로 궁금합니다. 노화를 늦추는 약은 없나요? 건강하게 장수하고 싶습니다.(남, 85)

    A. 생로병사(生老病死).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누구도 비켜갈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이 이 네 글자에 들어 있습니다. 사실 인류는 지난 수십만 년 동안 대부분 ‘노(老)’가 빠진, 즉 생병사(生病死)로 삶을 마쳤습니다. 질병과 사고로 평균수명이 30세도 안 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인류는 지난 세기 눈부신 의학발전과 식량증산을 이뤄냈고 이제 생로병사는 명실상부한 인류 대부분의 숙명이 됐습니다. 먹고살기도 빠듯하던 시절에는 나이가 드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습디다. 그러나 경제적 여유가 생긴 지금엔 많은 사람이 ‘도대체 우리는 왜 늙는 거지?’라는 의문을 갖게 됐습니다.

    놀랍게도 노화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우리가 이래서 늙는다’라고 딱 꼬집어 말할 만한 원인이 무엇인지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합니다. 그 대신 수많은 가설을 내놓아 이를 입증하거나 반증하는 연구결과만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노화는 여러 원인이 복합해 일어나는 총체적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노화가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사실은 맞는 것 같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어떤 사람은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고 어떤 사람은 더 들어 보입니다. 특히 동안(童顔)인 사람은 부러움의 대상입니다.

    30대인데도 20대로 보이니 60대가 되면 40대로, 90대에는 60대로 보이지 않겠는가. 사실 이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동안과 노화는 다른 맥락의 얘기이기 때문입니다.

    동안으로 보이는 데는 실제 신체의 젊음보다 얼굴 골격이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즉, 아이 얼굴에 가까울수록 어려 보이기 때문에 이마가 넓거나 눈이 크고 턱이 작은 얼굴형이 동안으로 보입니다.

    동안인 사람은 청소년에서 청장년을 거치지 않고 바로 노년으로 접어든다는 인상을 주기도 합니다. 우리는 보통 상대방의 얼굴을 보고 나이를 가늠하는데 단지 주름이 많다고 해서 나이 들어 보인다고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

    외모뿐 아니라 신체 생리 나이도 개인차가 큽니다. 과도한 다이어트로 20대인데도 골밀도가 60대 수준인 여성이 있는 반면, 꾸준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70대인데도 40대 근육량을 자랑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실제로 운동이나 식사 같은 생활습관은 신체 나이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는 대체로 몸의 노화에 민감하지만 더 중요한 건 정신의 노화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정신은 뇌 활동의 결과이고 뇌는 신체의 일부이므로 정신도 생리활동의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무튼 노령화사회에 접어들면서 치매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운동이 팔다리 근육뿐 아니라, 정신 근육(뇌세포 연결)도 강화한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보고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운동이 뇌의 신경세포(뉴런)가 세포 분열을 하도록 유도해 새로운 신경세포를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성인의 뇌에서는 신경세포가 죽을 뿐 결코 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게 정설이었습니다. 그런데 성인의 뇌에서도 신경세포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게 밝혀지고, 그 뒤 운동이 이 과정을 촉진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 결국 노화 자체는 불가피한 인간의 숙명이지만 개인의 노력은 노화의 질과 속도를 결정짓는 데 큰 구실을 한다는 것을 현대과학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간의 최대 수명은 120세라는 게 현재까지 정설입니다. 최장수 공식기록은 122세입니다. 그러나 현대인의 평균수명은 80세 내외입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알게 모르게 노화를 조금씩 앞당기는 생활을 한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한계치까지 노화를 늦추려고 온갖 노력을 한다면 최대 40년 정도는 수명을 더 늘릴 여지가 있는 것입니다.

    만일 최대 수명을 150세로 늘리는 기적의 약이 나온다면 우리의 평균수명은 100세가 넘을지도 모릅니다. 황당한 얘기일까. 불과 13년 전까지만 해도 ‘고개 숙인 남자’에게는 보약이나 해구신 같은 천연물이 유일한 희망이었습니다. 그러나 1998년 비아그라가 나오면서 중년과 노년의 성혁명이 일어났습니다.

    현재 전 세계 여러 곳에서 노화를 늦추는 약을 ‘진지하게’ 개발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노화과정을 규명한 수많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노화에 관여하는 생체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물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노화를 늦추는 약이 나와 인류에게 비아그라와는 비교도 안 되는 충격을 안겨줄지 누가 알겠는가. 노화를 늦추는 약은 아직 안 나왔지만 과학자들이 노화를 늦추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밝혀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적당량보다 덜 먹는 것인데 이를 ‘칼로리 제한’이라고 합니다. 칼로리 제한이 노화 속도를 늦춰 수명을 늘린다는 사실은 동물실험에서 확인됐습니다.

    실제로 칼로리를 제한하면 암이나 심장질환에 걸릴 확률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고, 특히 대사성 질환인 당뇨에 거의 걸리지 않습니다. 과식하는 현대인에게 가장 위협적인 질병이 당뇨인 것과 일맥상통하는 결과입니다.

    실제로 100세를 산 사람을 보면 대부분 소식하고 몸도 마른 편입니다. 또 일상생활에서 끊임없이 몸을 놀리는 스타일이 많습니다. 현대 과학이 수십 년 동안 찾아온 젊음 유지와 장수의 비결은 ‘소식과 운동(또는 활동), 마음의 평정(스트레스는 노화를 촉진)’입니다. 오래된 지혜의 재발견인 셈입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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