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대전에서 지역의 정체를 돌아보는 사람들
[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대전에서 지역의 정체를 돌아보는 사람들
(85) 20년 세월을 지켜온 맥락과 비평 문학연구회
  •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 승인 2018.09.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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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20여 년 만에 겪는 폭염의 기세가 꺾이기 시작한 지난 8월 25일, 계룡문고 세미나실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머리를 맞댔다. ‘맥락과 비평 문학연구회’가 주관하는 정기 학술 심포지엄이 ‘로컬리티와 비평’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것이다. 연구와는 거리가 있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이런 학술적인 연구나 발표는 조금 거리감이 있을 수도 있으며 또는, 딱딱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 자리를 찾아 지면을 통해 소개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이들의 연구가 우리가 숨 쉬며 발 딛고 사는 바로 우리 지역, 그러니까 대전과 충남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탐구하는 일을 근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 정체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방향을 찾는 일을 오랜 시간 동안 이어오고 있다. 이런 활동은 일반적인 연구 환경, 특히 지역의 환경에서 더욱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이 연구와 발표가 꾸준히 원도심을 발판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꼭 챙겨야하는 이유이다. 이렇듯 쉽지 않은 환경을 극복하고 꾸준히 우리 지역을 연구하면서 그 결과물을 나누는 발표의 자리가 올해로 스무 해를 맞는 일은 뜻 깊다.  

스무 번째 발표의 자리에 앞서 현재 ‘맥락과 비평 문학연구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김현정 씨가 나서 인사와 소개의 말을 풀었다.

“우리 ‘맥락과 비평’의 이름으로 처음 연구와 성과를 발표할 때가 1998년이니까 벌써 20년입니다. 그러나 사실 우리가 모여 함께 공부하면서 서로 힘이 된 것은 훨씬 오래 되었죠. 그때는 대부분 대학원생이거나 시간강사로 뛰어다녔는데 지금은 50줄이 넘어섰네요. 그렇게 학문적으로 또 인생도 익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대전의 인문학 부흥을 꿈꾸면서 시작했고 지금도 대전을 인문학 도시로 만들자는 목표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끊임없이 연구해온 주제는 경계와 소통입니다. 공간적으로는 대전이라는 경계를 넘어 전국과 소통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으며 정신적으로는 우리 지역의 특성을 명확히 하고, 우리 사회의 보편성 위에서 발전적으로 심화하는 방향을 찾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모든 사람이 건네는 한 마디 말이 바로 큰 힘이었습니다.” 

‘맥락과 비평 문학연구회’는 대전과 충남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연구자와 평론가들이 모인 학술과 연구 모임이다. 이들이 처음 모인 이유는 개인의 연구를 넘어 지역의 연구자들이 서로 연대하고 함께 방향을 모색하는 공통된 문제의식이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지역 문학의 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공부를 시작한지 20년이 넘었다.

뜨거운 피로 모인 초창기, 국내에서 활발하게 논의되던 현대문학이론을 함께 공부했으며, 노동문학의 새로운 흐름과 실천 방향에 대해서 끊임없이 탐구했다. 2000년대를 지나면서는 탈식민성과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에 주목하면서 이를 접목한 지역문학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은 우리 지역의 문제를 깊게 바라봐야하는 일과 뗄 수 없었고 다시 우리가 발 디딘 사회의 정체성을 파헤칠 수밖에 없는 길이었다. 그래서 대전지역문학의 정체성과 로컬리티에 대한 실천적 구명이라는 방향을 잡는다. 그렇게 20년에 걸친 심포지엄과 공저 작업이 이어진다.

1998년 1회 심포지엄은 ‘라깡과 90년대 한국문학’을 중심으로, 2회는 신동엽 문학 30주기에 맞춰 지역과 그의 문학에 주목해나가면서 이들의 연구는 쭉 이어져왔다. 이런 맥락을 이어 25일 열린 심포지엄의 큰 주제는 ‘로컬리티와 비평’이었다. 1부는 ‘로컬리티를 읽는 세 개의 시선’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시작했으며 한상철 씨가 먼저 나섰다.

“경쟁이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서 가치를 가지기 시작한 기원, 폭력과 힘의 논리가 이 땅의 사람들 마음에 각인되기 시작한 사회적 계기가 바로 근대라는 시대의 개념이다.”라고 운을 떼면서 ‘한 걸음에 칠십 리를 가는 장화’라는 우화를 예로 들면서 근대의 사회경제적 특징을 드러냈다. 그러자 토론에 나선 남기택 씨는 육당 최남선과 춘원 이광수의 계몽 담론이 우리 근대에서 어떻게 작용했는지 물었다. 

2부는 ‘대전 근대문학과 로컬리티’를 살펴보는 자리로 김현정 씨가 발표를 이어갔다. 지역의 문학은 중앙과 대립이나 상하관계가 아니라 지역의 현실을 역사 사회적 배경을 가지고 바라볼 때 드러난다는 내용이었다. 예를 들어 한국전쟁 때에 일어난 골령골 학살은 어떻게 지역의 정체성과 연결될 것이며 현재 대전의 문학은 과연 무엇으로 지역의 정체성을 만들어갈 것인가에 관한 고민이었다. 토론은 멀리 전북대에서 찾아온 최명표 씨가 전라도 문학에서 지역의 특성이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 비교하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3부는 소수자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 소수자는 ‘차별받는 대상이 아니라 변혁의 주체가 될 수 있는 대안적인 가능성을 능동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표준화를 거부하는 사람, 자본주의가 보여주는 욕망 자체를 거부하는 자로 새롭게 소수자 문제를 확장한 발표자는 오연희 씨였다.

2부는 지역의 작가들과 자리해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는 기회를 만들었다. ‘이 시대의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가지고 대전작가회의 회장의 역할을 하고 있는 시인 함순례 씨와 시인이자 문학평론가로 활동하는 권덕하 씨가 자리했다. 먼저 권 씨는 이 시대 통일문학에 관해 문제를 제기했다. 7.4남북공동성명 이후로 문학인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으며 문학이 통일에 대해 이야기를 텄다는 것이다. 최근 판문점 선언 이후, 또 다른 변화가 필요하고 기대된다는 묵직한 발언이었다. 함 씨는 ‘판문각 문이 열리자 한반도에 봄바람이 일었다.’는 지역 시인의 시 한 편을 낭독하며 발표를 시작했다. 우리의 통일 문학은 이제, 아픔과 질곡만을 이야기 할 것이 아니라 즐거운 이야기, 그러니까 북한을 여행하고 함께 음식을 나누는 등, 공존과 공생의 가치를 실현하는 문학으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만간 이 자리에 북한의 작가들이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포부도 밝혔다.

학술적인 발표의 자리는 딱딱할 것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물론 대중공연처럼 즉각적인 흥미를 유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바로 우리의 문제를 드러내고 나누는 자리이기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흥미롭고 관심이 가는 자리이기도 하다. 또한 이 모임이 원도심을 대표하는 대형서점에서 열린 이유는 바로 대중들과 같이 고민을 나누기 위해서이다. ‘맥락과 비평 문학연구회’는 지역문학을 바탕으로 지역의 미래를 밝히는 많은 연구와 의미들을 실증적으로 드러내려 노력하는 단체이다. 보기 드물게 일관성을 가지고 노력하는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이들의 고민에 귀를 기울이면서 지역의 현실담론을 담은 개성 있는 대전의 문학을 찾아보는 일도 즐거운 일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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