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고민 Q&A] 폭주노인이 뭔가요
[어르신 고민 Q&A] 폭주노인이 뭔가요
  • 임춘식
  • 승인 2018.09.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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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임춘식 前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노인의 전화 대표이사]

 

임춘식 前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노인의 전화 대표이사

Q. 우리나라도 노인범죄가 심각하다고 합니다. 부러운 일입니다. 그런데 폭주노인은 또 어떤 노인인가요?(남, 80)

A. ‘폭주노인’이란 ‘폭력적인 노인’이란 뜻으로, 노인들에 의해 발생하는 범죄를 이르는 말이기도 합니다. 2000년대 중반 일본에서 노인 범죄가 크게 증가하자 만들어진 개념입니다. 노인 범죄의 근본적인 원인은 정보화 사회, 물질만능 사회 속에서 노인들이 소외되고 고립되는 데에 있습니다. 사회에 속하지 못한 채 겉돌면서 느끼는 노인들의 고독이 결국 폭력으로 분출된다는 것입니다.

일본에서는 노인 범죄 증가 이유로 ‘사회 변화 부적응’이 꼽힙니다. 노인범죄 문제를 다룬 책 ‘폭주노인’(2008년)의 저자 후지와라 토모미는 “노인들이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원인은 사회의 정보화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젊은 세대조차 대응하기 벅찰 정도로 빠른 기술 변화의 속도에 적응하지 못한 노인들의 불안이 분노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사회적 고립도 주된 원인입니다. 고령자 세대는 대부분 ‘개인방’에서 성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립에 익숙지 않습니다. 즉 홀로 생활하는 노인들의 고독이 폭력적이고 반사회적인 행위로 표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도소에 세끼 밥과 잠자리가 있기 때문에 죄를 짓고 교도소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노인도 많습니다. 고령 범죄자 재범을 막으려면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어쨌든 분노하는 노인들, 이른바 ‘앵그리 올드’ 문제는 고령화 시대의 단면으로 해석됩니다. 노인 범죄를 상시적 현상으로 인정하고 체계적 관리가 요구된다는 지적입니다. 무엇보다 노인들이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사회·경제적 네트워킹을 활성화하는 조치가 필요합니다.

올 7월 말 기준 65세 이상 주민등록 인구는 753만3784명으로 전체 인구(5180만6977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4.5%에 달합니다. 지난해 14%를 돌파한데 이어 계속 비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UN(국제연합)에서는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14%를 넘으면 ‘고령사회’로 봅니다.

이 때문에 늘어나는 노인 범죄는 인구통계학적 관점에 따라 대응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노인 범죄가 늘어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점차 고령화되고 있기 때문에 당연한 현상으로 보고 대비를 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노인들의 정신과 건강을 뒷받침해줄 만한 시스템이 많이 개발돼 있지 않은 상태에 있기 때문입니다.

노인들의 구조적 빈곤이 심하고 노동시장에서도 조건이 열악합니다. 사회적 시선이 에이지즘(연령차별주의)으로 향하다 보면 노인들이 사회에 불만을 품고 결국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것입니다.

최근 5년간(2012-2017년) 살인·강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65세 이상 노인이 연평균 24%씩 증가해 같은 기간 노인 인구 증가율(연평균 4.5%)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강력범죄 피의자 증가율(연평균 4.2%)보다 6배 높은 상승세입니다. 노인 범죄라고 하면 소액 절도와 같은 생계형 범죄가 주를 이뤘던 과거와는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범죄 사례입니다. 8월 21일 경북 봉화군에서 발생한 77세 노인의 엽총 난사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물 문제로 이웃과 다투다 사찰과 면사무소에 분풀이했습니다. 같은 날 강원 영월군 영월읍에 사는 노인 7명은 한동네 주민인 지적장애 여성 A(25)씨를 5년간 상습 성폭행한 혐의(강간 등)로 경찰에 입건됐습니다. 피의자들은 60대 후반~80대였습니다. 노인들은 비닐하우스와 컨테이너에서 손녀뻘인 A씨를 성폭행해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한 지난 3월 광주광역시에서는 "이자를 독촉한다"는 이유로 B(여·81)씨를 흉기로 살해한 손모(여·67)씨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화투판에서 B씨에게 50만원을 빌린 손씨는 B씨가 10일에 5만원씩 이자를 요구하자 화가 나 B씨를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경북 경산시에 사는 이모(74)씨는 지난달 담당 의사가 처방한 약이 예전과 달라지자 불만을 품고 병원에 불을 질렀습니다.

노인 범죄가 늘어난 것은 고령 인구 증가의 영향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 범죄 건수가 줄어드는 가운데 노인 범죄가 급증하는 것은 최근의 변화입니다. 65세 이상 인구 1만 명당 강력·폭력범죄 피의자 수는 2012년 26명에서 2017년 31명으로 늘었습니다. 지난해 성범죄를 저지른 노인도 5년 전보다 91% 증가했습니다. 노인들이 과거보다 건강해지고 사회활동 기간도 길어지면서 성범죄 등 강력범죄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할까요.

일각에선 노인들의 권위주의적 사고방식을 문제의 원인으로 꼽기도 합니다. 유교적 사고에 익숙한 노인들은 나이에 걸맞게 대접받기를 원하지만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보니 노인들이 불만과 소외감, 무시당하고 있다는 억울함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이런 감정들이 쌓여 극단적 범죄를 유발한다는 분석입니다.

최근 들어 독거노인이 늘어나는 만큼, 주변에서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지역사회가 노인들의 범죄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고집이 강한 노인들의 경우 갈등을 대화로 푸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집니다.

노인범죄의 심리적 요인으로 꼽히는 고독감이나 고립감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필요합니다. 학연·혈연·지연 등 공동체로 이뤄진 사회에서 생활해 온 노인들이 인간관계 단절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노인들이 분노를 돌볼 수 있도록 심리적 안전망을 마련해줘야 합니다. 극빈층이 아닌 노인들이 사회복지 시스템에서 소외된 경향이 있고 이것이 좌절과 분노 표출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노인들에 대한 복지를 확충하고 다양한 문화시설 등을 통해 단절된 인간관계를 회복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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