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③] 미래가 사라진 피해자들… 대부분 일상생활 무너져

천안 폰지게임 ‘처음과 끝’-거센 후폭풍

2018-09-14     정종윤 기자

 

<굿모닝충청>이 지난 2016년 3월부터 단독 보도한 ‘천안 폰지게임(금융피라미드 사기)’ 사건이 일단락됐다.
고수익을 미끼로 700여명으로부터 930억원을 가로챈 혐의(특경사기)로 보험대리점 AB&I 대표 이모(40·여)씨에게 지난달 29일 1심 재판부는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이씨와 함께 범행을 저지른 모친 박모(55·여)씨는 징역 7년을, 외삼촌 박모(47)씨는 3년 6월을 선고받았다.
또한 AB&I 영업총괄이사로 일한 이씨 남동생 이모(37)씨는 징역 3년을, ABC라이프 중서부본부 지점장 김모(37)씨는 징역 3년을, 경주모집책으로 알려진 이모(30)씨는 2년 6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번 사건은 이씨 변호인의 말을 빌리자면 ‘천안지원 개원 이래 최대 유사수신사건’이다.
변호인은 유사수신만을 언급했지만 실상은 사기 범죄다.
수천만 원에서 수십억 원, 누군가에게는 재산의 일부일 수 있겠지만 전 재산을 잃은 피해자도 있다.
이들의 사기 범죄로 일자리를 잃고 빚을 지고 목숨까지 끊는 등 정신적·물적·인적 피해는 추산하기 힘들 만큼 컸다.
주범 일당들은 피해자들의 한 맺힌 돈으로 최고급 아파트에 수억 원을 호가하는 슈퍼카 여러대, 명품백과 옷·신발 등을 휘감고 전국을 누볐다.
피해자들은 주범 중 한명인 이씨에게만 17년의 중형이 선고되고 남동생 이씨, 지점장 등에게는 5년 미만의 징역형이 선고된 것에 대해 분노와 원성을 토로하고 있다. [편집자 주]

‘폰지게임’은 실제로 아무 사업도 하지 않으면서 나중에 투자한 사람의 돈으로 먼저 투자한 사람에게 원금과 이자를 갚아 나가는 일종의 금융 피라미드 사기수법이다. 1925년 ‘90일 만에 원금의 2배 수익 보장’을 내세우며 미국 전역에서 8개월 만에 4만여 명으로부터 1500만 달러를 끌어모은 사기범 찰스 폰지의 이름을 따서 붙여졌다.

[굿모닝충청 정종윤 기자] 지난해 8월 검거된 이씨 일당의 재판이 1년을 끌었다.

재판 때 마다 방청석 한쪽은 피해자들이, 한쪽은 이씨 가족과 추종세력이 차지했다.

재판이 한창 진행되던 지난 6월께 이씨 일당의 사기 공모 분야 발뺌이 이어지자 법정 한 쪽에 앉아 있던 60대로 보이는 한 노인이 큰 한숨을 내쉬었다.

한모씨는 자신의 둘째 아들이 3억 원 상당 투자사기를 당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한씨는 “작은 아들놈이 화물운전을 했는데 돈이 어디 있어서 투자를 했겠어.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다가 넣었는데 잘못되니까 빚 독촉을 받았지. 일 할 때도 시도 때도 없이 자꾸 전화는 오고... 견디다 못해 결국 지(자기) 차 안에서 목을 맸어. 안식구가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는데 일주일 혼수상태로 있다가 떠났어”라며 울먹였다.

이씨 남매에게 5억 원을 빌려준 전모(40대)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약 없이는 하루를 견디기 조차 힘든 우울증, 불안감 증세가 지속된다고 알려왔다.

 

전씨는 “1년 가까이 재판이 진행되면서 일상생활도 어려워졌다. 피해자들은 돈이 없어 변호사도 못사는데 저들은 비싼 선임료 내고 좋은 변호사 통해 빠져나오려고 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던 남동생 이씨는 피해자 회복을 위해 합의하려는 액션도 취하지 않았다. 그래놓고 반성하고 있다며 선처를 바라는게 피해자를 두 번 죽이고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피해자 신모(50대)씨는 친인척, 지인 돈 7억여 원을 투자했다.

신씨는 “우리 노모께서도 지난해 홧병으로 돌아가셨다. 살인·성폭행·강도만 강력·흉악범죄가 아니다. 이런 유사수신 사기행위야말로 더 흉악한 범죄”라며 분노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이씨 일당 모두가 피해자들 돈으로 사치를 부렸는데 왜 대표 이씨만 17년 중형이 선고된 것인지 의문이다”며 “이사로 일한 남동생 이씨는 매달 3000만원 월급과 다른 수당을 받아가며 피해자 돈을 가로챘는데 3년 밖에 선고되지 않았다는건 말이 안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