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쓰는 도지사, 안희정을 향한 눈길

지난 13일 SNS에 시 작성…종종 페이스북에 자작시 등을 남겨

2014-09-14     이정민 기자

[굿모닝충청 이정민 기자]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종종 자신의 SNS 상에 직접 시처럼 엮은 서정적인 글들을 올리고 있어 네티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안 지사는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천 국립생태원에서 열린 행사를 향하던 중 한편의 시를 썼다.

안 지사는 “강태공들이 남기고 간/야광찌며/과자 봉지며/먹다남은 쌈장.../담배꽁초가 어지러웠다”며 “잠시 쉬고 싶었는데.../함께 나뒹굴던 검은 비닐봉지에/쓰레기들을 주워 담았다/이제 얼추 치웠다 싶어/벤치에 잠시 누웠다”고 적었다.

이어 저수지에서 찰랑 걸리는 물결과 빨간 단풍을 보며 “찰랑거렸다/찰랑거리는 물결로부터/좀전에 지나간/그 뱃전의 억샌 물갈퀴질이/전해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사는 세상이 이와 같다/모두 한 그릇에 담겨져있다/그 속에서/눈물과 웃음이 파동과 입자가 되어/끊임없이 물결치고 요동친다”며 “물결치고 요동치는 그 격랑을/평화로운 질서로 자리잡게 하는 일/... 민주주의다”고 전했다.

안 지사는 가끔 충남도정과 정치적 현안에 대해 글을 쓰기도 하나 이처럼 자작시 등을 종종 올리기도 한다. 지난 5일에도 추석을 맞이해 한편의 시를 썼고, 지난 7월 말에는 어린 시절 본 외양간의 소를 추억하며 글을 남기는 등 자신의 생각을 담았다.

그의 시들을 본 네티즌들은 ‘철학자이시다. 너무 맘에 쏙 와닿는 글이네요’, ‘좋은 시이네요’ ‘글 참 멋스럽게 쓰셨네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안 지사는 휴일에도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책들을 읽고 평소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지난 13일 안 지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전문.

어제,
서천 국립생태원에 행사가 있어 가는 길...
앞 일정이 일찍 끝나 시간이 조금 남았다.
도로변에
호젓한 저수지와 단풍나무 그리고
벤치가 눈에 들어왔다.
차를 세웠다.

강태공들이 남기고 간
야광찌며
과자 봉지며
먹다남은 쌈장...
담배꽁초가 어지러웠다.

잠시 쉬고 싶었는데...
함께 나뒹굴던 검은 비닐봉지에
쓰레기들을 주워 담았다.
이제 얼추 치웠다 싶어
벤치에 잠시 누웠다.

누운채 고개를 돌려 저수지를 봤다.
철길위로 장항선 기차가 지나가고
바람의 잔향들이 호수면을 울렁거리게하거나
반짝거리게 만들었다.
고개를 돌려 단풍나무를 올려다보았다.
빨간 단풍이 초록잎사귀속에서
붉은 입술처럼 빛났다.

멀리 다리 밑에서
오른편 산 골짜기 쪽으로
허름한 어선 한 척이
저수지를 가로질러간다.

뱃머리가 수면을 가르고
갈라놓은 그 길위로
배의 몸체와 뒤꽁무니가 빠져나가며
물결이 파동쳤다.

한 참 지나
그 물결치는 파동이
수면위에 번지고 번져
마침내
내가 있는 호숫가 기슭에 도달했다.

찰랑거렸다.
찰랑거리는 물결로부터
좀전에 지나간
그 뱃전의 억샌 물갈퀴질이
전해졌다.

우리 사는 세상이 이와같다
모두 한 그릇에 담겨져있다.
그 속에서
눈물과 웃음이
파동과 입자가 되어
끊임없이 물결치고 요동친다.

물결치고 요동치는 그 격랑을
평화로운 질서로 자리잡게 하는 일
... 민주주의다.